용월은 병상에 있는 어르신을 지켜보고 있었고 그녀의 목소리에 사람들은 다급히 병상 앞에 모여들었다. 민나연은 눈썹을 찌푸리고 이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꼬맹이가 다칠까 걱정하였고 다가가서 꼬맹이를 잡으려고 할 때 용준이 그녀보다 한 발 빨리 꼬맹이를 안아 올렸다. 그는 얼굴색이 어두워진 채 눈썹을 있는 힘껏 찌푸리고 말했다.
“승준, 승건, 한 사람씩 할아버지 곁에 다가가도록 해. 할아버지가 방금 깨셔서 이렇게 시끄러우면 안 돼.”
승준이와 승건이는 다급히 대답을 했다. 용씨 집안은 식구가 많았다. 어르신의 슬하에는 자식이 4명이 있었는데 그 자식들이 또 자식을 한두 명씩 낳고 그 자식이 또 자식을 낳다 보니 80여 명 정도는 되는 것 같았다. 오늘 대부분 사람들이 오지 않은 상황에서도 2, 30명이 모여있었는데 이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들면 어르신에게 위험할 것 같았다.
민나연은 용준의 품에서 꼬맹이를 받아안고서는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민우빈은 작은 입술을 꼭 다물고 검은 포도알 같은 큰 눈으로 용준을 바라보면 눈을 깜빡였다. 이 사람은 그의 아빠였고 아빠가 그를 안았다! 민나연은 품속의 꼬맹이의 마음속이 흥분으로 미칠 것 같다는 것을 모른 채 용준에게 정색해서 말했다.
“어르신은 괜찮으 실 거예요. 제가 처방을 써드릴 테니 어르신에게 약을 지어 드시게 하시면 치료에 도움이 될 거예요.”
용준은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민나연을 따라 거실로 향했으며 민나연은 처방을 써서 그에게 건네주었다.
“이건 반달 가량 드실 수 있는 양인데 아침저녁으로 한 번씩 드시면 돼요. 다른 용건이 없으면 저는 그만 가볼게요.”
용준은 처방을 받아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승준, 민나연씨를 모셔다 줘.”
“필요 없어요.”
민나연은 냉정하게 말하고는 꼬맹이를 안고 한시도 머무르지 않고 몸을 돌려 나갔다. 그녀가 떠나가는 뒷모습을 본 용준의 마음이 조금씩 요동치기 시작했다. 비록 그는 그녀가 다른 사람의 핸드폰을 훔치는 모습을 두 눈으로 직접 봤고 그녀가 길거리에서 찬이가 위험한 틈을 타 또 도둑질을 했고 그녀가 바에서 자신과 일부러 가격전쟁을 했었지만 어쩐지 그녀는 인품이 괜찮은 것 같았다. 혹시… 무슨 말 못 할 사정이라도 있었겠지.
——
그녀는 꼬맹이와 함께 용씨 자택을 나와서 택시를 잡아탔으며 돌아가는 내내 민나연은 기분이 좋은지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가난한 사람이 갑자기 돈벼락이라도 맞은 것 같았으며 민우빈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어이없다는 듯이 머리를 저었다.
“엄마, 힘들게 치료하고 욕까지 먹고 무우산 가격만큼의 돈도 못 받았는데 뭐가 그리 좋아요?”
그 말을 들은 민나연은 잠시 주춤하더니 잘 생각해 보니 일리가 있는 말인 것 같아 고개를 돌리고 정색해서 물었다.
“이런 참혹한 현실을 일깨워주고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이건 그저 푼돈이잖아요, 엄마가 목표를 크게 가졌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면?”
민우빈은 입술을 닦고 부끄러운 듯 말했다.
“예를 들면… 엄마가 27세나 됐는데 남자친구를 찾아야 하지 않겠어요?”
민나연은 꼬맹이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았고 입가에 장난기가 섞인 웃음을 띠며 말했다.
“그래서 나를 용씨 그룹으로 밀었던 거야? 그 사람이 내 남자친구가 돼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민우빈은 멍해졌다. 엄마가 이렇게 똑똑한 줄을 몰랐었다고 생각했으며 겨우 몇 마디만 했을 뿐인데 엄마가 자신의 게획을 알아차렸다고 생각하며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였다. 민나연은 코웃음치며 말했다.
“그런 생각이라면 아예 접어. 죽을 때까지 결혼을 안 하면 안 했지 그 사람이랑 엮이고 싶지 않아. 나는 좀 오래 살고 싶단 말이야.”
민우빈은 마음속으로 참 힘들다고 생각했다. 아빠의 외모에 엄마가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도 싫어할 정도는 아닐 텐데 말이다. 민나연은 말을 마치고 꼬맹이가 아무런 반응이 없자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더니 꼬맹이가 고개를 떨구고 낙담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런… 민나연은 자신이 엄마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했다고 생각헀다. 남자친구가 없어도 상관이 없지만 꼬맹이가 아빠의 손길이 그리울 수 있다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