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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그런 남자는 그녀에게 어울리지 않아

  • 고낙신은 얼굴에 있는 산소 호흡기를 잡고 벗으려 했지만 조금만 힘을 주어도 상처를 자극해 죽을 듯이 아팠다.
  • 데이빗은 그를 대신해 조심스럽게 호흡기를 벗겼다.
  • 고낙신은 창백한 입술을 움직이며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몇 글자를 뱉었다.
  • “그 여자…”
  • “아, 제가 조사를 했습니다. 이거 쓰십시오. 제가 보고 드리겠습니다.”
  • 데이빗은 알겠다고 말하고 산소 호흡기를 다시 보스의 얼굴에 씌워주어 숨쉬기 편하게 해주었다.
  • 자연은 얼른 의자 쪽으로 걸어갔다. 거기에는 그녀의 가방과 서류봉투가 있었고 그녀는 서류봉투를 데이빗에게 건네주었다.
  • “그날 스파실에 뛰어 들어간 여자는 임효설이라고 합니다. 나이는 19살이고 임씨 그룹의 따님이랍니다. 그날은 결혼식에서 도망친 거라고 합니다.”
  • 데이빗은 부하가 가져온 조사보고서를 펼쳐보았다. 몇 페이지에 자세하게 적혀있는 보고서를 보고 그는 간단하게 요약해서 보고했다.
  • 그 전까지 그는 임효설이란 여자가 자신의 보스를 찌른 범인과 연관이 있다고 여겼는데 보안 팀을 시켜 호텔 CCTV를 모두 돌려본 결과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게 되었다.
  • 그 여자가 아니었으면 보스는 이번에 진짜 죽었을지도 몰랐다. 주치의의 말에 의하면 십분만 늦게 도착해도 손쓸 방법이 없었을 거라고 했다.
  • 결혼은 경사스러운 일인데 왜 그 여자는 왜 도망갔을까?
  • 고낙신은 그때 상황이 희미하게 기억이 났다. 그날 임효설은 그녀를 쫓는 사람들을 피해 모든 걸 내걸었다.
  • “자세하게 조사해본 결과, 그 결혼은 한쪽이 억지로 진행한 거라고 합니다. 신랑은 성월 그룹 대표인 엽일범인데 그 자가 임씨 그룹과 예쁘장한 그 집 따님을 오랫동안 눈독을 들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그자는 더러운 수법으로 임씨 그룹이 매년 손해를 보게 하고 그들에게 몇 십억 원을 빌려주고 임씨 그룹을 꿀꺽했다고 합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임효설 씨 아버지에게 작업을 걸어 임효설 씨와 결혼을 시켜주면 그녀의 아버지를 임씨 그룹의 이사회 회원이자 상무직을 주겠다고 했답니다.”
  • 데이빗은 계속 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 “엽일범은 업계에서 수법이 비열하기로 소문이 났습니다. 사생활도 문란하고 술을 좋아하고 주변에 여자도 부지기수라고 합니다. 임효설 씨는 그의 진짜 모습을 알아봤는지 엽일범의 끈질긴 구애에도 꿈쩍도 하지 않고 결혼도 엄청 반대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결혼 당일 화장실에 간다고 핑계를 대고 도망친 듯합니다.”
  • 대략적인 상황에 대해 알게 된 고낙신은 두 눈을 감은 채 생각에 잠겼다.
  • “도련님, 보디가드 6호가 배신한 일은…”
  • 고낙신은 오른손을 미세하게 흔들며 지금은 다른 보고는 듣고 싶지 않음을 표했다. 이런 일이 일어나면 데이빗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 고낙신은 숨을 쉴 때마다 상처가 자극돼 죽을 듯이 아팠다. 이 고통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았다.
  • 그는 자신을 찌르게 한 배후 인물이 비참한 대가를 치르게 할 생각이었다.
  • 그는 숨을 고르고 다시 눈을 떴고 임효설의 최근 상황에 대해 알고 싶었다.
  • “임효설 씨는 오늘 오후 세시에 교외에 있는 천주교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린다고 합니다.”
  • 자연은 보스의 표정을 보고 얼른 대답했다.
  • 그런 남자는 임효설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 고낙신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건 상처 때문에 창백해진 것만은 아니었다.
  • 그의 검은 눈동자는 마치 어두운 구름에 가려진 듯 더 어두워졌고 마치 한여름에 폭풍우가 휘몰아치기 전에 숨 막힐 듯한 검은 구름이 낀 것 같았다. 그의 어두운 눈동자는 반짝이며 빛이 났다.
  • ……
  • 신성한 성당내부에는 하얀 장미꽃으로 예쁘게 장식되어 있었다.
  • 레드카펫 양쪽에는 하객들이 자리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