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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살려주세요!

  • 엽일범과 그의 부하들은 아직도 근처를 수색하고 있었고 복도를 통해 도망가는 건 불가능해보였다.
  • 임효설은 아랫입술을 깨물고 맨 발로 스파실 안을 돌아다녔다. 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안개 속에서 계속 찾고 있다가 드디어 스파실에 있는 작은 뒷문을 발견했다.
  • 그녀는 얼른 다가가 뒷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머리를 반쯤 내민 후 밖을 조심스레 내다보았다.
  • 밖에는 노천 스파였는데 누군가 전부 빌린 건지 손님이 한명도 없었고 저 멀리서 종업원 한명이 음료를 들고 지나가고 있었다. 스파의 다른 쪽은 산 아래로 통하는 계단이 있었다.
  • 좋은 기회였다.
  • 임효설은 올림머리를 풀어헤치고 문 옆에 있는 선반에서 샤워 타월을 하나 집어 들고 스파를 하러 온 손님인 것처럼 위장해서 산 아래로 내려가려고 했다.
  • “이봐…”
  • 그때 힘없는 목소리가 떠나가려는 임효설의 발목을 잡았고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반쯤 열린 문 사이로 빛이 핏빛으로 물든 탕과 얼굴이 창백해진 채 겨우 숨이 붙어있는 남자를 비추었다.
  • 임효설은 깜짝 놀랐다.
  • “살… 살려줘…”
  • 남자는 입을 뻐금거리며 살려달라는 말을 내뱉었는데 힘이 없어 마치 바람처럼 가볍게 들렸다.
  • “당신…”
  • 임효설이 무슨 일이냐는 말을 하기도 전에 남자의 머리가 옆으로 축 처지더니 그대로 온천탕 안에 기댄 채 정신을 잃었다.
  • ‘뭐야? 무슨 일이야?’
  • 임효설은 머뭇거리며 노천 스파의 다른 쪽을 쳐다보다가 이를 악물고 다시 스파실로 들어갔다.
  • 그녀는 온천탕 쪽으로 걸어갔고 문 사이로 비치는 빛을 빌려보니 남자의 왼쪽 가슴에서 피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동그랗고 희미한 상처는 물에 씻겨 잘 보였다.
  • 아마도 총상 같다고 생각한 임효설은 너무 놀라 하마터면 다리에 힘이 풀릴 뻔했다.
  • 어떻게 총에 맞았을까?
  • 임효설은 저도 모르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녀는 혹시라도 두 사람 외에 무서운 놈이 어둠속에 숨어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 그녀는 등골이 오싹해났고 너무 무서워 침을 꿀꺽 삼켰다.
  • “이봐요?”
  • 그녀는 몸을 쭈그리고 앉아 남자를 가볍게 흔들었지만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 탄알은 그의 심장 쪽을 관통했는데 만약 정확히 심장을 관통했다면 진작 죽었을 것이었다. 보아하니 빗겨 맞은 것 같았다.
  • 그녀는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고 손을 남자의 코에 대보니 아직 숨은 붙어 있는 것 같았다. 비록 호흡은 얕았지만 아직 살아있었다.
  • 총에 맞은 사람의 사연도 간단치는 않을게 분명했다.
  • 평소라면 임효설은 혹시라도 자신한테 불똥이 튈까봐 이런 일에 신경조차 쓰지 않았을 것이다.
  • 하지만 조금 전 엽일범 무리들이 ‘그 가문 사람들은 건드리면 안 된다’고 말하는 거로 보아 인정하긴 싫지만 간접적으로 이 남자의 도움을 받은 건 사실이었다.
  • 임효설은 한숨을 내쉬면서 병풍 뒤로 가서 정장 안주머니에서 핸드폰을 찾았다. 핸드폰에는 비밀번호가 설정되어 있어 열지는 못하지만 긴급 전화는 걸 수 있었기에 그녀는 주저하지 않고 경찰에 신고했다.
  • 그녀는 남자가 총에 맞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하고 호텔 이름과 주소를 불렀다. 경찰은 이것저것 더 물었지만 그녀는 그대로 전화를 끊었다.
  • 그녀는 이 남자를 구하기 위해서 여기서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었다. 지금 그녀 자신에게 닥친 상황도 충분히 어려웠다.
  • 전화를 끊은 그녀는 남자의 옆으로 다가가 말했다.
  • “내가 도울 수 있는 건 여기까지예요. 살 수 있을지 없을지는 당신에게 달렸어요.”
  • 그녀는 허리에 샤워 타월을 두르고 맨발로 피 비린내가 진동하는 스파실을 빠르게 빠져나가 노천 스파의 다른 한쪽 기다란 계단을 통해 산 아래로 향했다.
  • 햇빛이 비추자 그녀는 그제야 새하얀 셔츠가 그녀의 몸에 묻어있던 물에 조금 빨갛게 물든 것을 발견했다.
  • 내려가는 길에 그녀는 한 종업원과 마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