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고개를 돌렸고 그제야 자신이 병풍의 제일 구석에 숨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와 잠에서 깬 남자사이의 거리는 불과 다섯 걸음도 되지 않았다.
남자는 마침 그녀가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고 임효설은 자욱한 안개사이로 남자의 시선을 느꼈다.
만약 남자가 소리 내어 묻기라도 하면 엽일범 무리의 주의를 끌게 되고 그렇게 되면 그녀는 정말로 끝이었다.
여기까지 생각한 임효설은 주저하지 않고 얼른 입고 있던 웨딩드레스를 벗어버렸고 온천탕 안으로 기어가면서 왼쪽 신발도 벗었다.
“만약 화원에 없다면 이쪽에 있는 방에 들어갔을 거야.”
엽일범의 목소리가 또다시 들려왔다.
“보스, 여기에 팻말에 ‘방해하지 마시오.’라고 적혀 있는데요.”
목소리는 바로 문밖에서 들려왔고 그들은 안으로 들어오려고 하는 것 같았다.
“신부를 찾는다는데 누가 거절하겠어?”
엽일범은 고집을 부리며 말했다.
“……”
그러자 누구도 토를 달지 않았다.
커튼의 한쪽 끝자락이 젖혀지자 복도의 불빛이 온천탕 안을 비추었다.
그 시각, 임효설은 빠르게 아직 잠이 덜 깬 남자의 곁으로 다가가서 그가 반응하기도 전에 남자의 몸에 찰싹 달라붙었다.
“아 - ”
누군가 갑자기 달라붙자 고낙신은 상처의 통증이 온 몸으로 번졌다. 그가 소리를 내려고 하자 차가워진 작은 손이 무정하게 그의 입을 막고 있어 순간 숨을 쉬기조차 어려웠다.
“쉿, 소리 내지 마요!”
임효설은 너무 놀라 당황해 하며 남자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생존본능을 느낀 고낙신은 허약한 몸으로 안간힘을 써서 그의 입을 막고 있는 작은 손을 아래로 내렸고 뜨겁고 습한 공기 중에 피 비린내가 더 진하게 진동했다.
“당신…”
남자는 그녀의 손을 치우고 또 다시 입을 열었고 밖에 있던 사람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임효설은 다급한 나머지 얼굴을 가까이 대고 자신의 입술로 남자의 입을 막아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게 했다.
“읍?”
남자는 힘없는 두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잡았고 임효설은 자신의 정체를 들킬까봐 몸을 더 바싹 붙이고 자신의 입술을 남자의 입에 더 힘껏 맞추면서 두 손으로 그녀에게서 벗어나려는 그의 머리를 고정시켰다.
남자는 속으로 이 여자는 누구기에 자신을 건드리는지 궁금했다.
평소에 여자와는 담을 쌓고 지내던 고낙신은 짜증이 났지만 몸이 허약하고 힘이 없는 탓에 그녀의 힘을 당해내지 못했다.
그의 주변에는 온통 그녀의 냄새로 시원하고 향긋한 냄새로 가득했고 뜨거운 탕과는 달리 두 사람의 입술은 조금 차가웠다.
그녀가 입을 벌리자 두 사람의 입술이 겹쳐지면서 고낙신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달콤함을 맛보았고 순간 온 몸이 찌릿해나며 물속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임효설은 신경이 팽팽하게 곤두서 있었다. 그녀는 눈앞의 낯선 남자에게 키스를 하면서 조심스럽게 문 쪽을 곁눈질 했다. 안으로 한발 들어선 남자는 복도에서 비치는 불빛을 빌어 안개가 자욱한 온천탕 안에서 한 쌍의 남녀가 뜨겁게 키스하는 모습을 보고 놀라면서 무의식적으로 뒤로 한발 물러났지만 커튼을 젖히고 있던 손은 머뭇거리고 있는 듯 내리지 않았다.
임효설은 속으로 제발 빨리 가라고 기도했다.
“보스, 이것 보세요.”
“응?”
“여기 팻말에 다섯 개의 활이 그려진 배지가 그려져 있어요. 이… 방에는 그 가문 사람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