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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쉿, 소리 내지 마요!

  • “음 …”
  • 탕 안에서 낮은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 임효설은 또다시 깜짝 놀랐다. 밖이 너무 시끄러워 잠자고 있던 남자를 깨운 것 같았다.
  • 그녀는 고개를 돌렸고 그제야 자신이 병풍의 제일 구석에 숨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와 잠에서 깬 남자사이의 거리는 불과 다섯 걸음도 되지 않았다.
  • 남자는 마침 그녀가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고 임효설은 자욱한 안개사이로 남자의 시선을 느꼈다.
  • 만약 남자가 소리 내어 묻기라도 하면 엽일범 무리의 주의를 끌게 되고 그렇게 되면 그녀는 정말로 끝이었다.
  • 여기까지 생각한 임효설은 주저하지 않고 얼른 입고 있던 웨딩드레스를 벗어버렸고 온천탕 안으로 기어가면서 왼쪽 신발도 벗었다.
  • “만약 화원에 없다면 이쪽에 있는 방에 들어갔을 거야.”
  • 엽일범의 목소리가 또다시 들려왔다.
  • “보스, 여기에 팻말에 ‘방해하지 마시오.’라고 적혀 있는데요.”
  • 목소리는 바로 문밖에서 들려왔고 그들은 안으로 들어오려고 하는 것 같았다.
  • “신부를 찾는다는데 누가 거절하겠어?”
  • 엽일범은 고집을 부리며 말했다.
  • “……”
  • 그러자 누구도 토를 달지 않았다.
  • 커튼의 한쪽 끝자락이 젖혀지자 복도의 불빛이 온천탕 안을 비추었다.
  • 그 시각, 임효설은 빠르게 아직 잠이 덜 깬 남자의 곁으로 다가가서 그가 반응하기도 전에 남자의 몸에 찰싹 달라붙었다.
  • “아 - ”
  • 누군가 갑자기 달라붙자 고낙신은 상처의 통증이 온 몸으로 번졌다. 그가 소리를 내려고 하자 차가워진 작은 손이 무정하게 그의 입을 막고 있어 순간 숨을 쉬기조차 어려웠다.
  • “쉿, 소리 내지 마요!”
  • 임효설은 너무 놀라 당황해 하며 남자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 생존본능을 느낀 고낙신은 허약한 몸으로 안간힘을 써서 그의 입을 막고 있는 작은 손을 아래로 내렸고 뜨겁고 습한 공기 중에 피 비린내가 더 진하게 진동했다.
  • “당신…”
  • 남자는 그녀의 손을 치우고 또 다시 입을 열었고 밖에 있던 사람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임효설은 다급한 나머지 얼굴을 가까이 대고 자신의 입술로 남자의 입을 막아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게 했다.
  • “읍?”
  • 남자는 힘없는 두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잡았고 임효설은 자신의 정체를 들킬까봐 몸을 더 바싹 붙이고 자신의 입술을 남자의 입에 더 힘껏 맞추면서 두 손으로 그녀에게서 벗어나려는 그의 머리를 고정시켰다.
  • 남자는 속으로 이 여자는 누구기에 자신을 건드리는지 궁금했다.
  • 평소에 여자와는 담을 쌓고 지내던 고낙신은 짜증이 났지만 몸이 허약하고 힘이 없는 탓에 그녀의 힘을 당해내지 못했다.
  • 그의 주변에는 온통 그녀의 냄새로 시원하고 향긋한 냄새로 가득했고 뜨거운 탕과는 달리 두 사람의 입술은 조금 차가웠다.
  • 그녀가 입을 벌리자 두 사람의 입술이 겹쳐지면서 고낙신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달콤함을 맛보았고 순간 온 몸이 찌릿해나며 물속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 임효설은 신경이 팽팽하게 곤두서 있었다. 그녀는 눈앞의 낯선 남자에게 키스를 하면서 조심스럽게 문 쪽을 곁눈질 했다. 안으로 한발 들어선 남자는 복도에서 비치는 불빛을 빌어 안개가 자욱한 온천탕 안에서 한 쌍의 남녀가 뜨겁게 키스하는 모습을 보고 놀라면서 무의식적으로 뒤로 한발 물러났지만 커튼을 젖히고 있던 손은 머뭇거리고 있는 듯 내리지 않았다.
  • 임효설은 속으로 제발 빨리 가라고 기도했다.
  • “보스, 이것 보세요.”
  • “응?”
  • “여기 팻말에 다섯 개의 활이 그려진 배지가 그려져 있어요. 이… 방에는 그 가문 사람이 있어요.”
  • 마지막 한마디는 두려움에 떠는 듯한 낮은 목소리였다.
  • 커튼이 다시 드리워지고 개인 스파실 안은 또다시 어둠이 깃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