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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그 사람 돈 많아요, 보신탕은 충분히 사다 먹을 수 있어요!

  • “… 고 대표님이 엽일범에게 진 빚들을 전부 갚아 줬다고요?”
  • 성당을 떠날 때 임효설은 예쁘고 카리스마 넘치는 언니가 엽일범을 잡아두기 위해 핑계를 대는 줄로 알았는데 진짜 모든 빚을 갚아주었다니, 임효설은 동그란 두 눈만 깜빡이고 있었고 이 모든 게 꿈은 아닌지 싶었다.
  • “그래, 이것 봐, 그때 엽일범과 계약한 차용증도 돌려받았다니까.”
  • 임효설의 아버지는 손에 들고 있던 서류봉투를 흔들거리며 보여줬다.
  • ‘그분 참 의리가 있네.’
  • 임효설은 병상에 누워서도 자신을 걱정하던 남자를 떠올리며 고마운 마음을 금치 못했다.
  •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 어휴.”
  • 그녀의 어머니는 갑자기 무언가를 떠올리고 몸을 벌벌 떨며 딸의 손을 꼭 잡았다.
  • “설아, 설마 그 고 대표하고 계약 같은 거 한건 아니지?”
  • “아니요. 전 그 사람하고 말도 제대로 못해봤어요.”
  • 임효설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 “하지만 어떻게? 그 사람은 왜 우리 집안을 도와주는 거야?”
  • 그녀의 어머니는 궁금한 듯 물었다.
  • “그게… 집에 들어가서 말씀드릴게요.”
  •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임효설은 부모님을 먼저 타게 하고 자신도 뒤따라 올라탔다.
  • ……
  • “그런 일이 있었구나.”
  • 2인용 소파에 앉은 임효설의 부모님은 딸이 이틀 전에 도망가면서 우연히 고낙신을 구해준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이해가 되는 듯 했다.
  • “그 고 대표란 사람은 은혜를 갚을 줄 아는 분이구나. 그리고 너도 참 타이밍 좋게 구해줬구나, 조금만 늦었어도, 어휴!”
  • 임효설의 어머니는 두 손을 맞잡으며 기도 했다.
  • “부처님 감사합니다!”
  • “고 대표 그분은 중상을 입어 의식이 흐린 상황에서도 네 상황을 추측하고 제때에 결정을 내리다니 참 대단한 사람이 틀림없구나!”
  • 임효설의 아버지는 가방끈이 짧고 사업도 크게 하는 게 아니기에 R가문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고 ‘고 대표 그분’이라고 부르는 거로 보아 그 가문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어보였다.
  • 하지만 그런 그조차 이번 일을 통해 고낙신이란 사람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
  • “피를 그렇게 흘리고 탄알이 여기에 맞았는데도 살아나다니, 정말 대단한 사람이 맞는 것 같아요!”
  • 임효설은 심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 “효설아, 상대는 은혜를 갚을 줄 아는 사람이니 너도 철이 들어야지. 그 사람 지금 병원에 입원했다며? 병문안도 자주 가고 며칠 뒤에 음식을 섭취할 수 있으면 내가 보신탕을 끓여 줄 테니 가져다 주거라!”
  • 그녀의 어머니가 말했다.
  • 임효설은 등을 돌리고 앉아 눈앞에 보이는 잡지를 집어 들고 펼쳐보며 속으로 구시렁댔다.
  • ‘비록 엽일범에게 우리 대신 빚을 갚아주긴 했지만 그 사람 목숨 값은 비싸다고요. 몇 십 억으로 사람 목숨을 구했으니 충분히 가치가 있는 거죠. 나도 그 사람을 구해줬고 그 사람도 나를 구해줬으니 서로 빚진 게 없다고요! 돈 많고 권력 있는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에 대한 요구가 더 높은데 이미 끝난 일로 우리 같은 가난뱅이들이 친근하게 대하면 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 일 년 동안 그녀는 권력에 아부하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기에 깨달은바가 많았다.
  • “효설아, 내 말 듣고 있니?”
  • 그녀의 어머니는 딸을 끌어당기며 물었다.
  • “어머니, 그 사람 휴식하는데 귀찮게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 사람 돈 많아요, 보신탕은 충분히 사다 먹을 수 있다고요!”
  • “아이고, 그래도 그게 아니지…”
  • “효설 엄마, 효설이 말대로 하자고. 그 분은 중상을 입었으니 조용히 휴식을 취해야 할 텐데 그렇게 귀찮게 하는 건 아닌 것 같소.”
  • 임효설의 아버지는 아내의 말을 끊었다.
  • “이렇게 하지, 그분이 퇴원하면 그때 선물을 준비해서 찾아뵙고 고마움을 표시하자고!”
  • “그래요!”
  • “아, 우리 대신 갚아준 빚 말인데 자연 씨가 신경 쓰지 말라고 하긴 했지만 그건 처음부터 우리 빚이잖소. 효설이를 구해 준 것만 해도 고마운데 능력이 되면 그때 다시 고 대표 그분한테 돌려주도록 하지.”
  • 그녀의 아버지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