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을 떠날 때 임효설은 예쁘고 카리스마 넘치는 언니가 엽일범을 잡아두기 위해 핑계를 대는 줄로 알았는데 진짜 모든 빚을 갚아주었다니, 임효설은 동그란 두 눈만 깜빡이고 있었고 이 모든 게 꿈은 아닌지 싶었다.
“그래, 이것 봐, 그때 엽일범과 계약한 차용증도 돌려받았다니까.”
임효설의 아버지는 손에 들고 있던 서류봉투를 흔들거리며 보여줬다.
‘그분 참 의리가 있네.’
임효설은 병상에 누워서도 자신을 걱정하던 남자를 떠올리며 고마운 마음을 금치 못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 어휴.”
그녀의 어머니는 갑자기 무언가를 떠올리고 몸을 벌벌 떨며 딸의 손을 꼭 잡았다.
“설아, 설마 그 고 대표하고 계약 같은 거 한건 아니지?”
“아니요. 전 그 사람하고 말도 제대로 못해봤어요.”
임효설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어떻게? 그 사람은 왜 우리 집안을 도와주는 거야?”
그녀의 어머니는 궁금한 듯 물었다.
“그게… 집에 들어가서 말씀드릴게요.”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임효설은 부모님을 먼저 타게 하고 자신도 뒤따라 올라탔다.
……
“그런 일이 있었구나.”
2인용 소파에 앉은 임효설의 부모님은 딸이 이틀 전에 도망가면서 우연히 고낙신을 구해준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이해가 되는 듯 했다.
“그 고 대표란 사람은 은혜를 갚을 줄 아는 분이구나. 그리고 너도 참 타이밍 좋게 구해줬구나, 조금만 늦었어도, 어휴!”
임효설의 어머니는 두 손을 맞잡으며 기도 했다.
“부처님 감사합니다!”
“고 대표 그분은 중상을 입어 의식이 흐린 상황에서도 네 상황을 추측하고 제때에 결정을 내리다니 참 대단한 사람이 틀림없구나!”
임효설의 아버지는 가방끈이 짧고 사업도 크게 하는 게 아니기에 R가문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고 ‘고 대표 그분’이라고 부르는 거로 보아 그 가문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어보였다.
하지만 그런 그조차 이번 일을 통해 고낙신이란 사람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
“피를 그렇게 흘리고 탄알이 여기에 맞았는데도 살아나다니, 정말 대단한 사람이 맞는 것 같아요!”
임효설은 심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효설아, 상대는 은혜를 갚을 줄 아는 사람이니 너도 철이 들어야지. 그 사람 지금 병원에 입원했다며? 병문안도 자주 가고 며칠 뒤에 음식을 섭취할 수 있으면 내가 보신탕을 끓여 줄 테니 가져다 주거라!”
그녀의 어머니가 말했다.
임효설은 등을 돌리고 앉아 눈앞에 보이는 잡지를 집어 들고 펼쳐보며 속으로 구시렁댔다.
‘비록 엽일범에게 우리 대신 빚을 갚아주긴 했지만 그 사람 목숨 값은 비싸다고요. 몇 십 억으로 사람 목숨을 구했으니 충분히 가치가 있는 거죠. 나도 그 사람을 구해줬고 그 사람도 나를 구해줬으니 서로 빚진 게 없다고요! 돈 많고 권력 있는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에 대한 요구가 더 높은데 이미 끝난 일로 우리 같은 가난뱅이들이 친근하게 대하면 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일 년 동안 그녀는 권력에 아부하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기에 깨달은바가 많았다.
“효설아, 내 말 듣고 있니?”
그녀의 어머니는 딸을 끌어당기며 물었다.
“어머니, 그 사람 휴식하는데 귀찮게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 사람 돈 많아요, 보신탕은 충분히 사다 먹을 수 있다고요!”
“아이고, 그래도 그게 아니지…”
“효설 엄마, 효설이 말대로 하자고. 그 분은 중상을 입었으니 조용히 휴식을 취해야 할 텐데 그렇게 귀찮게 하는 건 아닌 것 같소.”
임효설의 아버지는 아내의 말을 끊었다.
“이렇게 하지, 그분이 퇴원하면 그때 선물을 준비해서 찾아뵙고 고마움을 표시하자고!”
“그래요!”
“아, 우리 대신 갚아준 빚 말인데 자연 씨가 신경 쓰지 말라고 하긴 했지만 그건 처음부터 우리 빚이잖소. 효설이를 구해 준 것만 해도 고마운데 능력이 되면 그때 다시 고 대표 그분한테 돌려주도록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