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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그 여자를 찾아

  • 그 시각, 고낙신은 의식을 되찾았다. 그가 눈을 뜨자 천장에 있는 불빛이 그녀의 시선을 자극했다.
  • “도련님…”
  • 보안팀장 데이빗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고낙신은 아른거리는 시야로 데이빗이 미간을 찌푸리고 그의 옆을 지키고 있는 것을 보았다.
  • 그는 지금 몸에 중상을 입어 침대에 실려 병원 응급실로 실려 가고 있었다.
  • 심장 쪽을 관통하고 출혈과다로 인해 어지러움을 느낀 그는 뇌까지 영향을 받아 제대로 된 사고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머릿속에 불빛에 비친 여자의 얼굴 측면이 떠올랐다.
  • 그는 입술을 움직였고 반쯤 부어오른 목에서 힘없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도련님, 말씀하게요.”
  • 데이빗은 그 모습을 보고 의료진이 빠르게 밀고 있는 침대를 따라가면서 허리를 숙여 귀를 보스의 입가에 갖다 댔다.
  • “그… 여자를… 찾… 찾아…”
  •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낙신은 정신을 잃었다.
  • ……
  • 갇혀있는 임효설은 마치 새장에 갇힌 새처럼 날개가 있어도 날수 없었다.
  • 저녁이 되자 그녀의 부모님이 저녁식사를 챙겨와 그녀더러 먹으라고 설득했다.
  • 임효설은 침대 옆에 앉아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를 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그녀는 평소 침묵을 지키는 성격이 아니었다. 이 일 때문에 그녀는 떼도 써보고 싸우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일어난 일 때문에 엽일범을 찾아가 도리를 따지기도 했지만 결국 그녀가 깨달은 건 이 세상은 불공평하다는 사실을 알았고 특히 돈 많고 더러운 속내를 가진 그 개자식은 더더욱 막무가내였다.
  • “설아, 조금이라도 먹어!”
  • 그녀의 어머니는 눈물을 훔치며 음식을 한 숟가락 떠서 딸의 입가에 가져다주었다.
  • 임효설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상황에서 밥이 넘어갈 리가 없었다.
  • “어휴, 너도 너지만 우리도 원하지 않는단다. 하지만 엽일범은 포기하지 않을 거야. 그가 임씨 그룹도 무너뜨렸으니 우리도 한순간에 망가뜨릴 수 있어. 네가 그에게 시집을 가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야. 그는 널 좋아하니 너한테 잘 해줄 거야.”
  • 그녀의 아버지가 그녀를 설득했다.
  • 그럴 리가 없었다. 엽일범이 음모를 꾸며 임씨 그룹을 독식하려 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부터 그의 가면은 벗겨졌다. 그리고 그는 그녀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정복욕을 만족시키려고 할 뿐이었다. 결혼 후 그녀는 아마 화장을 덕지덕지 한 술집 여자보다 못한 존재일게 분명했다.
  • 임효설은 정신이 지금보다 더 말짱한 적이 없었다.
  • “죄송해요!”
  • 그녀는 입을 열어 도망친 일에 대해 부모님께 사과했다.
  • “우리가 미안하지!”
  • 그녀의 어머니는 구슬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고 그녀의 아버지는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일이 터지고 나서 그의 머리카락은 백발이 돼버렸다.
  • ……
  • 응급수술은 8시간이나 지속되었고 고낙신은 황천길을 한 바퀴 돌아 드디어 위험에서 벗어나 살아났다.
  • 의식을 잃은 채 이틀 밤낮을 잠만 자던 그가 드디어 깨어났다.
  • 그의 곁을 지키고 있는 건 비서실장 자연과 보안 팀장 데이빗이였다. 두 사람은 그가 제일 신임하는 부하였고 고낙신의 일에 대해서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잘 알고 있었다.
  • 두 사람이 지키고 있는 모습에 고낙신은 마음이 놓였다.
  • 그는 자신이 깨어났을 때 눈물을 흘리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이 보일까봐 너무 무서웠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그는 좋은 소식만 어머니에게 알려왔다.
  • 그가 깨어나자 자연과 데이빗은 엄청 기뻐했다.
  • “정말 다행이에요!”
  • 자연은 눈가에 맺힌 눈물을 가볍게 닦아냈다. 보스에게 일이 터지고부터 그녀는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고 지금까지 이처럼 걱정하고 무서웠던 적은 처음이었다.
  • 만약 보스가 진짜 죽으면 그때는 진짜 세상이 어지러워질게 분명했다.
  • 고낙신은 숨을 한참 고르다가 오른손을 힘겹게 들어올렸다.
  • “도련님?”
  • 데이빗은 그의 움직임에 다급히 앞으로 다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