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각, 고낙신은 의식을 되찾았다. 그가 눈을 뜨자 천장에 있는 불빛이 그녀의 시선을 자극했다.
“도련님…”
보안팀장 데이빗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고낙신은 아른거리는 시야로 데이빗이 미간을 찌푸리고 그의 옆을 지키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지금 몸에 중상을 입어 침대에 실려 병원 응급실로 실려 가고 있었다.
심장 쪽을 관통하고 출혈과다로 인해 어지러움을 느낀 그는 뇌까지 영향을 받아 제대로 된 사고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머릿속에 불빛에 비친 여자의 얼굴 측면이 떠올랐다.
그는 입술을 움직였고 반쯤 부어오른 목에서 힘없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도련님, 말씀하게요.”
데이빗은 그 모습을 보고 의료진이 빠르게 밀고 있는 침대를 따라가면서 허리를 숙여 귀를 보스의 입가에 갖다 댔다.
“그… 여자를… 찾… 찾아…”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낙신은 정신을 잃었다.
……
갇혀있는 임효설은 마치 새장에 갇힌 새처럼 날개가 있어도 날수 없었다.
저녁이 되자 그녀의 부모님이 저녁식사를 챙겨와 그녀더러 먹으라고 설득했다.
임효설은 침대 옆에 앉아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를 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평소 침묵을 지키는 성격이 아니었다. 이 일 때문에 그녀는 떼도 써보고 싸우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일어난 일 때문에 엽일범을 찾아가 도리를 따지기도 했지만 결국 그녀가 깨달은 건 이 세상은 불공평하다는 사실을 알았고 특히 돈 많고 더러운 속내를 가진 그 개자식은 더더욱 막무가내였다.
“설아, 조금이라도 먹어!”
그녀의 어머니는 눈물을 훔치며 음식을 한 숟가락 떠서 딸의 입가에 가져다주었다.
임효설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상황에서 밥이 넘어갈 리가 없었다.
“어휴, 너도 너지만 우리도 원하지 않는단다. 하지만 엽일범은 포기하지 않을 거야. 그가 임씨 그룹도 무너뜨렸으니 우리도 한순간에 망가뜨릴 수 있어. 네가 그에게 시집을 가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야. 그는 널 좋아하니 너한테 잘 해줄 거야.”
그녀의 아버지가 그녀를 설득했다.
그럴 리가 없었다. 엽일범이 음모를 꾸며 임씨 그룹을 독식하려 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부터 그의 가면은 벗겨졌다. 그리고 그는 그녀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정복욕을 만족시키려고 할 뿐이었다. 결혼 후 그녀는 아마 화장을 덕지덕지 한 술집 여자보다 못한 존재일게 분명했다.
임효설은 정신이 지금보다 더 말짱한 적이 없었다.
“죄송해요!”
그녀는 입을 열어 도망친 일에 대해 부모님께 사과했다.
“우리가 미안하지!”
그녀의 어머니는 구슬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고 그녀의 아버지는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일이 터지고 나서 그의 머리카락은 백발이 돼버렸다.
……
응급수술은 8시간이나 지속되었고 고낙신은 황천길을 한 바퀴 돌아 드디어 위험에서 벗어나 살아났다.
의식을 잃은 채 이틀 밤낮을 잠만 자던 그가 드디어 깨어났다.
그의 곁을 지키고 있는 건 비서실장 자연과 보안 팀장 데이빗이였다. 두 사람은 그가 제일 신임하는 부하였고 고낙신의 일에 대해서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잘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이 지키고 있는 모습에 고낙신은 마음이 놓였다.
그는 자신이 깨어났을 때 눈물을 흘리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이 보일까봐 너무 무서웠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그는 좋은 소식만 어머니에게 알려왔다.
그가 깨어나자 자연과 데이빗은 엄청 기뻐했다.
“정말 다행이에요!”
자연은 눈가에 맺힌 눈물을 가볍게 닦아냈다. 보스에게 일이 터지고부터 그녀는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고 지금까지 이처럼 걱정하고 무서웠던 적은 처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