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 서재에 추가하기

이전 화 다음 화

제14화 당신이 저를 구해줬고 저도 당신을 구해줬으니 서로 빚진 건 없네요!

  •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고낙신은 몹시 허약하고 초점도 흐릿했지만 그의 두 눈은 마치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임효설은 한참 후에야 입술을 움직이며 말했다.
  • “살아났네요. 운이 참 좋네요!”
  • 고낙신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 “제가 오늘 결혼한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 임효설이 묻자 고낙신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 “일부러 사람을 보내 저를 구해준거예요?”
  • 두 사람은 한 번도 서로 얽힌 적이 없었다.
  • 임효설이 생각했을 때 제일 말이 되는 이유는 자신의 그를 구해줬기대문에 보답을 했다는 것이었다.
  • 고낙신은 또 다시 머리를 끄덕였다.
  • “고맙습니다!”
  • 임효설은 고마움을 표시했다.
  • 엽일범과 결혼식을 올렸다면 그녀는 죽은 거나 별반 차이가 없었다.
  • 두 사람은 서로를 구해 준 것이다.
  • “고마워!”
  • 고낙신은 입을 열었고 힘없는 목소리가 산소 호흡기를 뚫고 들려왔다.
  • “고맙긴요, 고마워하지 마세요!”
  • 임효설은 손을 내저으며 눈동자를 굴리며 웃었다.
  • “제가 당신을 구해줬고 당신도 저를 구해줬으니 서로 빚진 거 없네요!”
  • 고낙신은 눈을 아래로 내리깔며 임효설의 말에 반박하지 않았다.
  • 너무 잘된 일이었다. 그녀는 무심결에 슈퍼 부자를 구해줬고 상대방은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그녀 대신 엽일범을 해결해 준 것이다. 이제 임씨 가문은 드디어 한숨을 돌릴 수 있었고 다시는 그 개자식에게 괴롭힘을 당할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 그 개자식한테 찍힌 후부터 그녀에게는 계속 재수 없는 일만 생겼는데 오늘부로 그것도 끝이었다.
  • 분노하고 절망했던 임효설은 드디어 미래에 한줄기의 빛이 보였고 삶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 두 사람의 대화가 끝난 건 같자 데이빗은 보스에게 말했다.
  • “도련님, 임효설 씨 일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의 자연이 잘 처리할 테니 푹 쉬고 계십시오!”
  • “그래요, 고… 고 대표님, 편히 쉬고 계세요. 방해하지 않을게요! 다음에 다시 올게요!”
  • 임효설도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
  • “저 매일 성당에 가서 얼른 낫게 해달라고 기도할게요!”
  • 고통에서 벗어나게 된 그녀는 해맑게 웃었고 한 쌍의 귀여운 덧니가 드러났다.
  • 고낙신은 그런 그녀를 쳐다보고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 ……
  • 한 시간 후, 임효설은 S시 남쪽에 위치한 집에 도착했다.
  • 물을 제대로 먹은 후 임씨 가문의 재산은 동결되었고 엽일범에게 몇 십억 원을 빚까지 지고 정말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그녀의 가문이 잘 나갈 때는 다들 웃는 얼굴로 들러붙더니 몰락하게 되니 하나같이 그들을 전염병취급을 하며 멀리 도망쳤다. 지금 살고 있는 방 하나에 거실 하나인 이 작은 아파트도 그녀 어머니의 친가에서 내준 것이었는데 어머니가 눈물콧물 쥐어짜며 빌어서 얻은 것이었다. 그것도 공짜는 아니었고 매달 20만 원 정도의 월세를 내야 했는데 이는 실제 시세의 절반정도 되는 금액이었다.
  • 임효설은 그녀를 엽일범에게 시집보내려고 했던 부모님을 원망하지 않았다. 그들도 엽일범이 너무 궁지로 몰아붙이며 살길을 주지 않으니 어쩔 수 없었다. 그녀 어머니의 말처럼 엽일범이 그녀를 좋아하니 결혼 후 잘 대해주기를 바랄뿐이었다.
  • 하지만 악마의 말은 역시나 믿으면 안 되는 거였다.
  • 이 모든 걸 겪고 난 임효설은 이 세상의 냉정함에 대해 철저하게 깨달았다.
  • “설아.”
  •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그녀는 부모님과 마주쳤다. 그들도 이제 막 엽일범 쪽에서 돌아온 모양이었다.
  • 그녀의 어머니는 앞으로 다가와 딸의 손을 잡으며 걱정하며 물었다.
  • “어떻게 됐어? 그 고 대표란 사람이 널 난감하게 하진 않았어?”
  • “그 사람을 알아요?”
  • 어머니가 고 대표라고 말하자 임효설이 물었다.
  • “우린 고 대표란 사람에 대해 아는 게 없어. 자연 씨가 자기들 사장이 고 대표라고 하면서 엽일범에게 우리 집안의 빚을 대신 갚아주라고 특별히 지시했대.”
  • 임효설의 어머니가 말했다.
  • “아이고, 설아, 언제 그런 대단한 인물을 알게 된 거야?”
  • 몇 십억 원짜리 수표를 내놓으며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거로 보아 상대방은 아마 그 정도 돈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