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돈을 빚진 거 아닙니까? 돈에 관련된 문제면 해결하기 쉽죠. 말씀하시죠, 임씨 가문과 당신 사이에 청산해야할 빚이 얼마인지 제가 책임지고 계산해드리죠. 얼마를 갚아야 하는지 한번 잘 계산해봅시다.”
“뭐라고요?”
자연의 말에 엽일범은 완전히 당황했다. 돈으로 따지면 R가문을 따라갈 자들이 없었다. 그는 갑자기 자신이 계획한 모든 것들이 수포로 돌아가게 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저희 보스의 시간을 낭비하면 돈으로는 해결이 안 될 겁니다. 엽 대표님, 진정하세요!”
자연은 좋은 마음으로 충고를 했다.
데이빗은 일이 마무리가 될 기미가 보이자 몸을 돌려 임효설의 한쪽 팔을 잡고 하객들이 보는 앞에서 그녀를 데리고 성당을 떠났다.
“이봐요? 당신들 제 딸을 그렇게 데리고 가면 안 되죠?”
그녀의 부모님은 딸이 끌려가자 다급하거 뒤쫓아 갔다.
엽일범도 쫓아가려고 했지만 자연은 뾰족한 하이힐 굽을 앞으로 내밀며 그의 발끝을 밟았고 도도한 자태로 그를 막아섰다.
“엽 대표님, 아직 계산을 하지도 않았는데 어디로 가시려고요?”
엽일범은 발끝에서 전해져오는 고통에 미간을 찌푸렸다.
그 남자의 여비서조차 이처럼 카리스마가 넘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엽일범은 자연의 차가운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가 주변에 몰려든 R가문의 보디가드 들을 바라보았고 순간 그의 상대방의 강한 기세에 제압당했다.
“아, 죄송합니다. 발을 밟았네요.”
자연은 엽일범의 기세가 누그러들자 발을 들어 올리며 가식적으로 사과를 건넸다.
엽일범은 주위를 한번 둘러보았다. 하객들은 지금 일어난 일에 대해 수군거리고 있었고 임효설은 이미 성당 문을 나섰고 흔들리는 새하얀 뒷모습만 보였다.
“세상에 여자는 많은데 한 여자한테만 목맬 필요가 없잖아요!”
엽일범의 부하는 그가 여전히 포기하지 않자 건드리면 안 될 인물을 건드릴 까봐 앞으로 나서서 설득했다.
“형님, 두보 전진을 위해서 한보 후퇴 하시죠!”
소문들은 근거 없는 거짓이 아니었다. 로스 투자은행은 세계에서 20위안에 드는 은행일 뿐이고 본사인 로스 그룹도 인지도가 높지 않았다. 하지만 그 회사를 설립한 R씨 가문은 200년 동안 존재했고 세계 경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이 가문과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 오늘날 그들은 주요 황금시장도 장악하고 있으니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그들은 조용히 일을 처리하고 세간에 이름을 알리지 않았지만 금융경제에 대해 공부한 사람들은 모두 로스 가문(줄여서 R가문이라고 함)을 잘 알고 있었다. 마치 병사들이 나폴레옹을 잘 알고 있는 것과도 같았다.
누구도 감히 쉽사리 그들을 건드리지 못했다. 만약 그들이 손가락만 까딱하면 성월 그룹은 다음날 바로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되고 성월 그룹이 없어지면 엽일범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R가문의 강대함을 떠올린 엽일범은 몸을 부르르 떨었고 기세를 잃고 싸움에서 패배한 수탉처럼 고개를 숙였다.
……
임효설의 부모님은 성당 밖까지 쫓아왔다. 데이빗이 임효설을 차에 태우려고 하자 그들은 데이빗의 손을 잡았고 검은 정장의 사내 두 명이 그들을 데이빗으로부터 떼어내려고 했지만 데이빗은 그들을 저지했다.
“이보세요. 우리 효설이를 데려가면 안돼요. 그 애는 착한 애예요. 착하다고요. 청산할게 있으면 우리한테 하시죠.”
엽일범도 충분히 무서운 놈인데 지금 눈앞의 이들은 더 무서워보였다. 임효설의 어머니는 개인적인 원한이라는 말에 절망하며 애원했다.
“사모님, 걱정하지 마세요. 조금 있다가 임효설 씨를 털끝하나 건드리지 않고 집으로 돌려보내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저희 보스를 만나게 해야 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