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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무서운 가문

  • 자연은 조급해하는 엽일범을 쳐다보며 재밌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 “고작 돈을 빚진 거 아닙니까? 돈에 관련된 문제면 해결하기 쉽죠. 말씀하시죠, 임씨 가문과 당신 사이에 청산해야할 빚이 얼마인지 제가 책임지고 계산해드리죠. 얼마를 갚아야 하는지 한번 잘 계산해봅시다.”
  • “뭐라고요?”
  • 자연의 말에 엽일범은 완전히 당황했다. 돈으로 따지면 R가문을 따라갈 자들이 없었다. 그는 갑자기 자신이 계획한 모든 것들이 수포로 돌아가게 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 “저희 보스의 시간을 낭비하면 돈으로는 해결이 안 될 겁니다. 엽 대표님, 진정하세요!”
  • 자연은 좋은 마음으로 충고를 했다.
  • 데이빗은 일이 마무리가 될 기미가 보이자 몸을 돌려 임효설의 한쪽 팔을 잡고 하객들이 보는 앞에서 그녀를 데리고 성당을 떠났다.
  • “이봐요? 당신들 제 딸을 그렇게 데리고 가면 안 되죠?”
  • 그녀의 부모님은 딸이 끌려가자 다급하거 뒤쫓아 갔다.
  • 엽일범도 쫓아가려고 했지만 자연은 뾰족한 하이힐 굽을 앞으로 내밀며 그의 발끝을 밟았고 도도한 자태로 그를 막아섰다.
  • “엽 대표님, 아직 계산을 하지도 않았는데 어디로 가시려고요?”
  • 엽일범은 발끝에서 전해져오는 고통에 미간을 찌푸렸다.
  • 그 남자의 여비서조차 이처럼 카리스마가 넘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엽일범은 자연의 차가운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가 주변에 몰려든 R가문의 보디가드 들을 바라보았고 순간 그의 상대방의 강한 기세에 제압당했다.
  • “아, 죄송합니다. 발을 밟았네요.”
  • 자연은 엽일범의 기세가 누그러들자 발을 들어 올리며 가식적으로 사과를 건넸다.
  • 엽일범은 주위를 한번 둘러보았다. 하객들은 지금 일어난 일에 대해 수군거리고 있었고 임효설은 이미 성당 문을 나섰고 흔들리는 새하얀 뒷모습만 보였다.
  • “세상에 여자는 많은데 한 여자한테만 목맬 필요가 없잖아요!”
  • 엽일범의 부하는 그가 여전히 포기하지 않자 건드리면 안 될 인물을 건드릴 까봐 앞으로 나서서 설득했다.
  • “형님, 두보 전진을 위해서 한보 후퇴 하시죠!”
  • 소문들은 근거 없는 거짓이 아니었다. 로스 투자은행은 세계에서 20위안에 드는 은행일 뿐이고 본사인 로스 그룹도 인지도가 높지 않았다. 하지만 그 회사를 설립한 R씨 가문은 200년 동안 존재했고 세계 경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이 가문과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 오늘날 그들은 주요 황금시장도 장악하고 있으니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 그들은 조용히 일을 처리하고 세간에 이름을 알리지 않았지만 금융경제에 대해 공부한 사람들은 모두 로스 가문(줄여서 R가문이라고 함)을 잘 알고 있었다. 마치 병사들이 나폴레옹을 잘 알고 있는 것과도 같았다.
  • 누구도 감히 쉽사리 그들을 건드리지 못했다. 만약 그들이 손가락만 까딱하면 성월 그룹은 다음날 바로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되고 성월 그룹이 없어지면 엽일범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 R가문의 강대함을 떠올린 엽일범은 몸을 부르르 떨었고 기세를 잃고 싸움에서 패배한 수탉처럼 고개를 숙였다.
  • ……
  • 임효설의 부모님은 성당 밖까지 쫓아왔다. 데이빗이 임효설을 차에 태우려고 하자 그들은 데이빗의 손을 잡았고 검은 정장의 사내 두 명이 그들을 데이빗으로부터 떼어내려고 했지만 데이빗은 그들을 저지했다.
  • “이보세요. 우리 효설이를 데려가면 안돼요. 그 애는 착한 애예요. 착하다고요. 청산할게 있으면 우리한테 하시죠.”
  • 엽일범도 충분히 무서운 놈인데 지금 눈앞의 이들은 더 무서워보였다. 임효설의 어머니는 개인적인 원한이라는 말에 절망하며 애원했다.
  • “사모님, 걱정하지 마세요. 조금 있다가 임효설 씨를 털끝하나 건드리지 않고 집으로 돌려보내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저희 보스를 만나게 해야 해서요.”
  • 데이빗은 부드러운 말투로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