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 서재에 추가하기

이전 화 다음 화

제5화 어쩔 수 없다

  • “저기요, 마침 사람을 찾고 있었는데. 저기 위에 있는 스파실에 사람이 쓰러졌어요. 얼른 가보세요. 그리고 의무실에 연락해서 사람을 구해주세요. 저는 그 사람 가족 분들을 데려올게요. 어서요. 어서…”
  • “네. 저기 위쪽 방인가요?”
  • 사람이 쓰러졌다는 말을 들은 종업원은 소홀히 여기지 못했다.
  • “네. 어서 가보세요.”
  • 경찰이 도착할 때면 늦을 것 같았다.
  • 임효설은 종업원이 급하게 뛰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 남자가 버텨주기를 기도했다.
  • 이곳은 산 위에 있는 스파 호텔이기에 산 아래로 내려가려면 관광버스를 타야 했고 그 전에 로비를 지나야 했다.
  • 하지만 로비에는 엽일범의 부하들이 지키고 있었다.
  • 임효설이 어떻게 로비를 건널지 몰라 고민하고 있을 때 마침 한 여청소부가 청소도구를 들고 산중턱에 있는 화장실로 들어가는 것을 발견했다.
  • 그녀는 눈알을 굴리다가 발걸음을 재촉했다.
  • 화장실에는 ‘청소중이니 들어오지 마시오.’라는 팻말이 놓여있었다.
  •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았고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 임효설은 침착하게 주변에서 손바닥만 한 돌을 주워 화장실로 들어갔다.
  • 그녀는 맨발로 살금살금 소리 없이 들어갔고 청소부 아주머니는 변기를 청소하고 있었는데 그녀가 들어오는걸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 임효설은 돌을 들어 올린 채 바들바들 떨고 있었고 입술을 꼭 깨물며 주저했다.
  • 그녀는 세면대 거울 속에 비친 나약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자책하고 있었다.
  • 만약 힘을 잘못 조절하면 사람이 다칠 수도 있었다.
  • 그녀는 자신을 위해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할 수는 없었다.
  • 하지만…
  • 챙-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는 거울을 향해 돌을 던졌고 청소부 아주머니가 그 소리에 놀라 뒤를 돌아봤을 때 그녀는 재빨리 날카로운 유리조각 하나를 들고 앞으로 다가갔다. 칼처럼 뾰족한 유리조각을 들이밀자 청소부 아주머니는 너무 놀라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 청소부 아주머니는 손에 들고 있던 변기 청소용 솔을 바닥에 떨어트렸고 두 손을 들면서 말했다.
  • “손님, 흥분하지 마세요!”
  • “지금 입고 있는 작업복을 벗어요.”
  • 임효설은 지금 아주 침착했다. 그렇지 않으면 아주머니의 뒤통수는 벌써 깨졌다.
  • “네?”
  • 작업복을 벗으라는 말에 청소부 아주머니는 뭐 하려는 건지 몰라 어리둥절했다.
  • “벗어요!”
  • 임효설은 다급해 하며 눈을 부릅뜨고 낮지만 힘 있게 말했다.
  • 만약 지나가던 사람이 유리가 깨지는 소리를 듣기라도 하면 그때는 큰일이었다.
  • “네, 네!”
  • 청소부 아주머니는 자신에게 겨누어진 유리조각을 보고 다시 임효설이 잡고 있는 유리조각에 베여 손에서 피를 흘리자 조금은 가슴이 아팠다.
  • 작업복은 빠르게 임효설의 다른 손에 들어왔다.
  • “손을 머리 뒤에 올리고 뒤로 도세요.”
  • 청소부 아주머니는 그녀의 말대로 했다.
  • 임효설은 유리조각을 내려놓고 손에 난 상처도 신경 쓸 겨를이 없이 급하게 입고 있던 셔츠를 벗어 청소부 아주머니의 두 손을 다급하게 묶었다.
  • 그리고 걸레로 청소부 아주머니의 입을 틀어막고 그녀를 화장실 안에 가둔 뒤 샤워타월로 밖에서 문을 잠갔다.
  • “읍? 읍…”
  • 안에 갇힌 청소부 아주머니는 두려움에 떨며 소리 냈다.
  • “아주머니, 죄송해요.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 여기 계셔야 제가 멀리 갈수 있어요. 화장실 밖에 있는 팻말은 제가 치울 테니 사람이 오면 나가실 수 있을 거예요.”
  • 임효설은 청소부 아주머니의 작업복을 입으면서 안에 갇혀있는 아주머니를 향해 말했다.
  • 아주머니도 그녀의 처지를 이해하는 듯 화장실 안은 순간 조용해졌다.
  • 임효설은 재빨리 청소부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그녀의 발 사이즈보다 한 사이즈 큰 아주머니의 신발을 신고 머리를 묶은 채 마스크를 썼다. 그리고 청소통과 걸레를 챙겨 산중턱의 다른 한쪽에 있는 로비로 빠르게 향했다.
  • 로비에는 검은 정장을 입은 건장한 새내들이 돌아다니면서 오가는 사람들을 주의 깊게 보고 있었고 다들 긴장한 표정으로 파리 하나도 놓치지 않을 기세였다.
  • 호텔 매니저가 스태프들을 데리고 그녀의 곁을 스치며 뛰어갔다. 지나가면서 나누는 대화 내용을 들어보니 아까 그 스파실로 향하는 듯 했는데 경찰들이 오기 전에 호텔 측에 사실여부를 확인한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