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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흥, 신비한척 하기는

  • “어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전 이분 말씀을 믿어요. 얼른 돌아올 테니까 집에서 기다리고 계세요!”
  • 임효설은 자신의 직감을 믿을 수밖에 없었고 어머니를 설득했다.
  • 그녀는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보아도 어떤 보스가 그녀를 찾는지 감이 오지 않았지만 지금 이 기세로 보아 그녀가 따라가기 싫어도 어쩔 수 없이 가야만 했다.
  • 그녀는 부모님이 더 상처받을까봐 얌전히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 그렇게 임효설은 자신을 싣고 어디로 달릴지도 모르는 차에 올라탔다.
  • “아저씨,”
  • 뒷좌석에 앉은 그녀는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결국 옆에서 그녀를 지키는 데이빗에게 물었다. 그녀가 활짝 웃자 마치 천사가 내려온 것 같았다.
  • “아저씨 보스는 누구에요? 전 지금까지 연애라고는 해본 적이 없다고요. 아까 그 개자식이 가끔 제 몸에 손을 댄 것만 빼면 전…”
  • “웨딩드레스가 많이 불편하시죠? 이렇게 합시다. 저기 앞에 있는 가게에서 갈아입을 옷을 고릅시다.”
  • 데이빗은 그녀의 말을 끊고 창밖을 가리키며 말했다.
  • ‘흥, 신비한척 하기는.’
  • 임효설은 뾰로통해서 입을 삐쭉였다. 그리고 웃음기 가신 얼굴로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데이빗은 삐져서 볼이 빵빵하게 부어오른 그녀를 힐끔 쳐다보며 재밌다는 듯이 눈웃음을 지었다.
  • 깔끔한 원색 원피스로 갈아입은 임효설은 머리에 달린 면사포와 비녀를 빼고 하나로 질끈 묶은 후 데이빗과 함께 대학병원에 도착했다.
  • 분명 보스를 만나러 간다고 했는데 병원에는 왜 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 코를 자극하는 소독약 냄새를 맡은 그녀는 코를 찡긋거렸고 궁금해서 미칠 것 같았다.
  • 그녀와 데이빗은 입원 병동의 VIP병동으로 가는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 “아저씨 보스가 아파요?”
  • 엘리베이터 안에서 임효설이 궁금한 듯 물었다.
  • “그런 셈이죠.”
  • 이 가문 사람들의 기세로 보아 엽일범보다 돈이 많고 권력도 더 센 것 같은데 주권을 장악하고 있는 사람은 골병이 든 노인네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 그런데 감정적은 원한이라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 그녀는 본분을 잘 지키는 여자아이였고 이상한 일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 설마 자신이 노인네가 오래전에 잃어버린 친 손녀여서 핏줄을 찾아 재산을 상속하려는 건가 싶기도 했지만 그녀의 부모님은 친부모님이었고 이런 친척이 있다는 말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 ‘하, 임효설,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본거 아니야?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말자.’
  • 임효설은 머릿속을 파고드는 오만가기 생각들을 떨쳐버렸다.
  • 띵-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도착했고 임효설은 데이빗을 따라 내렸다. 조금 뒤 그들은 호화스런 한 VIP병실로 들어갔다.
  • 햇살이 병상을 비추고 있었고 거기에는 한 젊은 남자가 누워있었다.
  • 그가 입은 병원복은 반쯤 풀어헤쳐져 있었고 그 사이로 그의 몸을 감싸고 있는 피가 약간 스며든 붕대가 드러났다. 그리고 한쪽 손은 심장에서 손바닥의 절반정도 아래에 있는 위치에 놓여 있었고 다른 한쪽 손은 늘어뜨려져 있었다.
  •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는 그는 여전히 산소 호흡기를 쓴 채 입을 반쯤 벌리고 열심히 숨을 쉬려고 하는 것 같았다.
  • ‘이 사람이라고?’
  • 남자의 얼굴을 확인한 임효설은 발소리에 얕은 잠에 든 남자가 깰까봐 저도 모르게 앞으로 다가가던 발걸음을 멈추었다.
  • 이 사람이 아직 살아있다니 너무 다행이었다.
  • “보스께서 계속 찾으셨어요!”
  • 데이빗의 말은 사실이었다. 응급수술을 하기 전과 후, 그는 깨어나자마자 그녀에 대해 물었다.
  • “저를 찾았다고요?”
  • 왜 자신을 찾았는지 궁금해 하던 임효설은 이틀 전 스파실에 쳐들어갔을 때의 상황을 떠올렸다. 어쩔 수 없이 했던 행동들을 떠올린 그녀는 얼굴이 화끈거리다가도 그가 생명이 위태했던 상황을 떠올리면 소름이 돋았다.
  • 그녀와 데이빗은 낮은 소리로 대화했지만 고낙신은 그 소리에 얕은 잠에서 깨어났다.
  • 고낙신 침대위에 있던 손을 움직이며 임효설을 가까이 오라는 신호를 보냈다.
  • “가세요. 아직 몸이 약하시니 말을 많이 시키지 마세요.”
  • 데이빗은 임효설에게 당부했다.
  • 임효설은 앞으로 다가가 침대 옆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