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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이제 보니 결혼식을 망치러 온 거네!

  • 엽일범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데이빗과 자연의 앞으로 다가가 입을 열었다.
  • “누군가 했더니 R 가문에서 오셨군요. 남의 결혼식에서 이게 뭐하는 짓이죠?”
  • “엽 대표님도 저희가 누군지 아시니 저희 소개는 생략하죠.”
  • 데이빗은 미소를 짓고 있었으나 눈빛은 차가웠다.
  •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 보스와 임효설 씨 사이에의 개인적인 원한을 아직 청산하지 못해서 저한테 모셔오라고 해서요.”
  • “당신들 보스요?”
  • 엽일범도 이틀 전에 스파실에서 총에 맞은 사람이 로스 투자은행 대표인 고낙신이라는 소문을 들었다. 그런 상황이라면 지금쯤 병원에 있어야 하거나 잘못하면 목숨이 날아갔을 수도 있는데 이 모든 게 다 거짓 소문인가 싶었다.
  • “네, 그 일 때문에 저희도 어렵게 여기까지 찾아온 겁니다. 저희 보스가 지금 임효설 씨를 기다리고 있거든요.”
  • 말을 마친 데이빗은 부탁하는 자세로 임효설을 모셔가려고 했다.
  • “임효설 씨, 가시죠!”
  • 엽일범 이 개자식 말고 그녀는 다른 사람과 얽힌 적이 없었다. 특히 이렇게 강압적인 방법으로 사람을 모셔가는 자와는 더더욱 없었다.
  • 개인적인 원한이라는 말에 그녀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 조금 전까지 결혼식장에서 도망가지 못해 안달이 난 임효설은 지금은 머뭇거렸다.
  • “저기요. 당신들이 잘못 안거 아닌가요? 저희 딸아이는 착해서 사고를 친 적이 없는데 어떻게 당신들 보스와 원한이 있다는 거죠?”
  • 열일범과 얽힌 것만으로도 복잡해 죽을 지경인데 또 한 사람이 더 나타나니 임효설의 아버지는 불안한 마음에 앞으로 나서며 물었다.
  • “자세한건 저희 보스와 임효설 씨만 알겠죠. 저는 임효설 씨를 모셔가기 위해 온 것뿐입니다.”
  • 데이빗은 임효설을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고 마치 긴장한 그녀를 안심시키려는 것 같았다.
  • 임효설은 데이빗의 눈짓을 이해했다. 상대가 누구든 나타난 타이밍이 너무 좋았다. 이 세상에서 엽일범에게 시집가서 갖은 수모를 겪는 일보다 더 최악인 일은 없었다.
  • 임효설은 정신을 차리고 발걸음을 옮겼다.
  • 하지만 그녀가 두어 걸음 옮기자마자 바로 엽일범에게 잡혔다.
  • “이렇게 하시죠. 저와 효설의 결혼식을 마치고 제가 같이 당신들 보스를 만나러 가죠. 무슨 청산이든 제가 같이 하는 거로 합시다!”
  • 엽일범은 데이빗에게 말한 뜻은 오늘은 누구도 그가 임효설과의 결혼식을 막을 수 없다는 뜻이었다.
  • “엽 대표님처럼 똑똑하신 분이 왜 저희한테 설명을 덧붙이게 만드는 거죠?”
  • 자연은 앞으로 다가서며 눈썹을 꿈틀거렸다.
  • “개인적인 원한이면 두 사람의 감정 문제라는 건데 제 삼자가 끼어들면 안 되죠. ‘반대’한다는 건 저희 보스의 뜻입니다!”
  • “하!”
  • 이제 보니 이들은 결혼식을 망치러 온 거였다.
  • 엽일범은 차갑게 웃으며 임효설을 힐끗 쳐다보았다. 그녀가 R가문의 남자와 엮인 줄은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그는 그동안 봐왔던 그녀의 청순하고 도도한 모습이 전부 꾸며낸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 “정말 웃기네요. 임효설의 결혼 상대는 난데 제삼자는 끼어들지 말라니요? 그건 내가 해야 할 말인 것 같은데요?”
  • 엽일범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고 얼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 “누가 당신과 결혼한대요?”
  • 임효설은 기회를 엿보다가 엽일범의 손을 떨쳐내며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말했다.
  • “당신이 권력을 이용해 협박하고 돈으로 유혹하지 않았다면 난 지금쯤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있었을 거예요.”
  • “너…”
  • 그녀가 대놓고 그를 사람들 앞에서 쪽을 주자 엽일범은 화가 치밀어 올라 폭발하려고 했고 임효설은 얼른 데이빗의 뒤로 숨었다.
  • “보세요. 엽 대표님, 이게 바로 진실입니다!”
  • 데이빗은 마치 벽면처럼 엽일범과 임효설 사이에 막아섰다.
  • “청산을 한다고 해서 말인데 임씨 가문이 저한테 빚진 것도 아직 청산하지 않아서요. 제가 청산을 끝내면 그때 당신들 보스한테 다시 오라고 하세요.”
  • 임효설이 또 도망치려고 하자 엽일범은 다급한 마음에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소리쳤고 심지어 R가문과 끝가지 가겠다는 듯이 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