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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부끄러워, 변태!

  • “젠장.”
  • 엽일범은 확인 후 목소리에 힘이 빠졌다.
  • “보스, 다른데 가서 찾아보시죠. 이 가문 사람들은 건드리면 안 됩니다. 그리고 보스가 처리하지 않아도 여기에 들어갔다면 아마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겁니다.”
  • “… 다른데 가서 찾아.”
  • 엽일범은 포기한 듯 명령했고 조금 머뭇거리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발걸음을 옮겼다.
  • 임효설은 두 귀를 쫑긋 세우고 밖의 상황에 집중하다가 그들이 멀어져 가는 발소리를 듣고서야 조금은 마음이 놓였고 얼른 입술을 뗐다.
  • 바로 그때 그녀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얇은 바지를 사이에 뭔가 딱딱한 물건이 그녀를 건드렸다.
  • 응?
  • 그녀는 어떻게 된 영문인지 눈치를 채고 몸을 움직이며 남자한테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오히려 더 가깝게 밀착되었다. 그녀는 너무 놀라 비명을 질렀고 두 손으로 남자의 몸을 밀며 빠르게 물속에서 일어났다.
  • 쾅-
  • 임효설이 세게 밀자 고낙신의 허약한 몸이 휘청거렸고 온천탕 변두리에 뒤통수를 부딪쳐 커다란 혹이 생겼는데 너무 아파 기절할 것 같았다.
  • “변태!”
  • 키스 한 번에 반응을 하다니, 남자는 정말 본능적인 동물이었다. 그녀는 입고 있던 끈나시를 아래로 당겨 팬티만 입은 몸을 가리려고 했지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
  • 부끄럽고 분한 그녀는 남자의 따귀를 때리려다가 허공에서 손을 거두었다.
  • 이 스파실은 그녀가 제 발로 들어왔고 남자를 이용해서 목숨을 구한 것이니 분할 것도 없었다. 그도 남자인데 반응이 있는 게 당연했다
  • 그리고 지금 따귀를 때려 남자를 화나게 해서 싸움이라도 나면 방금 떠나간 엽일범이 소리를 듣고 다시 돌아올 수도 있었기에 그녀는 그만두었다.
  • 임효설은 여전히 온천탕 안에 기대어 앉아있는 남자와 거리를 두면서 온천탕 안을 빠져나왔다.
  • 그녀가 제멋대로 들어오고 남자한테 무례한 짓까지 해서 그가 불쾌해 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녀가 온천탕 밖으로 나와도 남자는 여전히 그대로 기대어 앉아있었다. 아까 그녀가 키스를 하려고 할 때 거절하면서 조금 움직인 것 외에는 그는 다시 원래대로 조용해졌다.
  • ‘정말 이상한 남자야… 이건 무슨 냄새지…’
  • 엽일범 무리가 떠나자 임효설은 냉정함을 되찾았고 그제야 뜨거운 공기 중에 가득한 비릿한 냄새를 맡았다.
  • 그녀는 무슨 특별한 약재를 넣은 탕인지 눈을 가늘게 뜨고 온천탕 안을 바라보았다. 미미한 햇빛을 통해 그녀는 온천탕 안이 온통 피바다인 것을 발견했다.
  • ‘와 - 이건 무슨 약재지? 너무 소름끼쳐!’
  • 임효설은 입이 떡 벌어졌지만 그런 건 신경 쓸 겨를이 없이 병풍 뒤로 들어갔다. 그녀는 아까 벽에 옷이 걸려 있는걸 본 기억이 떠올렸다. 아마 지금 온천탕 안에 있는 남자의 옷인 듯 싶었다.
  • 웨딩드레스는 너무 눈에 튀고 불편해서 그것을 입고 도망갈 수는 없었다. 그렇게 되면 나가자마자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될게 뻔했다.
  • 온천탕 안의 남자도 그녀의 사정을 알고 있는 듯 침묵을 지켰다.
  • ‘그럼 끝가지 도와주시죠.’
  • 그녀는 속으로 생각하면서 남자의 셔츠를 입기 시작했다.
  • 머리가 어질어질한 고낙신은 한참 지나서야 정신을 차렸고 자욱한 안개사이로 그녀가 자신이 셔츠를 입고 맨발로 살금살금 문을 향해 걸어가 조심스럽게 커튼을 걷고 밖을 내다보는 모습을 보았다. 그녀가 커튼의 한쪽 귀퉁이를 걷자 한줄기의 빛이 그녀를 향해 비추었고 그녀의 아름답고 영롱한 몸매가 드러났는데 마치 한 폭의 인상파 유화 같았다.
  • 그녀는 너무 아름다웠다.
  • ‘아, 너무 아파!’
  • 지금까지 줄곧 냉혈한이던 그는 한 번도 여자한테 눈길을 준적 없었는데 이 상황에 그녀는 여자한테 정신이 집중되어 있었다.
  • 밖을 몰래 내다보던 여자는 커튼을 다시 내리고 얼른 뒤로 물러섰다.
  • 그녀는 밖에서 돌아다니며 그녀를 찾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 보아하니 오늘 어려움에 처한 사람은 고낙신만 있는 게 아닌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