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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저도 떳떳하게 연애하고 싶거든요

  • “ 안 해요, 성운 씨가 저 보고 귀찮다고 생각하면 어떡해요. ”
  • 하영은 남자를 끌어안으며 그에게 입을 맞췄다.
  • “ 그리고 저도 질려서요. 좀 다르게 놀아보려고요. ”
  • “ 뭘 어떻게? ”
  • 하영과 최성운의 얼굴은 숨이 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다.
  • “ 전 성운 씨의 예쁜 카나리아가 되고 싶진 않아요. 저도 떳떳하게 연애하고 싶거든요. ”
  • 최성운은 하영의 뒷덜미를 잡아 그녀를 자신의 앞에서 떼어내며 웃는 듯 마는 듯한 얼굴로 대꾸했다.
  • “ 그 남우주연상 받은 사람? ”
  • 하영은 순간 소름이 돋았다. 조 비서가 자신과 함께 대기실에 있던 남지호를 보고 그에게 알려준 것이었다. 그러나 하영 역시 산전수전 다 겪어본 이었기에 바로 표정을 갈무리하며 예쁘게 웃어 보였다.
  • “ 저도 일해야죠. 전 남지호 씨 팬들에게 몰매 맞고 싶진 않거든요. 최성운 씨도 알잖아요, 저 따르는 남자들 많은 거. 연애하는 게 그렇게 어렵진 않죠, 아무나 하나 고르면 되는데… ”
  • 하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최성운은 그녀에게 입을 맞추며 그녀를 침대 위로 깔아 눕혔다. 그리고 그렇게 날이 밝았다.
  • 하영은 욕조에 몸을 담그고 피부 곳곳에 남겨진 키스 마크를 바라보며 최성운은 절대 좋게 넘어가는 법이 없다면서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그러다 어렴풋이 들리는 발걸음 소리에 하영은 고개를 들어 아름다운 미소를 지어냈다.
  • 최성운은 이미 양복을 입고 소매 단추를 채우고 있었고 욕조에 있는 그녀를 힐끗 쳐다봤다.
  • “ 계약 연장 안 해? ”
  • “ 안 해요. ”
  • 하영은 입꼬리를 휘며 대꾸했다.
  • “ 제가 원하는 거 최성운 씨는 줄 수 없거든요. ”
  • 자신이 가장 어려울 때 최성운을 만나 그에게서 받은 돈들로 충분했다. 최성운은 절대 쉽게 건드릴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고 그녀는 명성도, 재산들도 전부 잃는 처지가 되고 싶지 않았다. 최성운은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갑자기 울리는 핸드폰 벨 소리에 시선을 핸드폰으로 옮기고는 전화를 받으러 나갔다.
  • “ 무슨 일이야… ”
  • 남자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지고 다시 문 닫는 소리가 들리자, 하영은 그것이 아마도 이지연한테서 걸려온 전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왠지 모르게 짜증이 난 하영은 맨몸으로 욕조를 나서 샤워기 앞에 섰다.
  • --
  • 최성운과 1년 동안 지내면서 하영은 그의 성격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자신이 끝내겠다고 말을 하면 그는 절대 자신을 잡지 않을 것이고 다시 새로운 사람을 찾아볼 게 분명했다.
  • 잠에서 깬 후 하영은 회사로 가는 길에 이삿짐센터에도 연락했다. 지금 그녀가 지내는 곳은 최성운의 아파트로 1년 동안 지내왔으니 조금 질린 것도 있었고, 관계도 끝난 마당에 당연히 이사를 가야 했다. 시내에 있는 별장을 이별 선물로 받은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 하영은 유정에게 그녀와 같이 지내면서 그녀에게 빌붙어 살 거라고 이미 얘기해둔 상태였고, 유정은 하영이 최성운과 완전히 끝났다는 걸 알고는 그녀에게 눈을 흘겼지만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 4일 후, 조 비서가 다시 하영을 찾아와서 서류를 건넸다. 하나는 최성운의 회사가 사들인 한 게임회사의 주식과 관련된 서류였고, 다른 하나는 맞춤 제작된 핑크색의 파가니 스포츠카였다. 그에 유정은 흥분해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 “ 게임 회사 주식은 별로 돈이 될 것 같지는 않은데, 중요한 건 이 맞춤 제작된 스포츠카야. 이거 적어도 50억은 되는 거라고, 예약도 엄청 어렵고. 네 친구로서 나도 꽤 살지만 이건 진짜 구하기 어려운 거야. 이 사람 진짜 대단하네. ”
  • 유정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돌려 하영을 쳐다보았고 하영은 그녀를 툭 때리며 말했다.
  • “ 왜 날 봐? 돈 많고 손도 큰 사람이라 이 정도 이별 선물은 그 사람 안중에도 없어. ”
  • “ 너 그건 알아? ”
  • 유정은 하영을 보면서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 “ 최성운이 짝사랑하는 상대가 있는데 그 사람을 위해서 여태껏 정절을 지켰대. 그러니까 네가 그 사람 첫 여자라는 얘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