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 서재에 추가하기

이전 화 다음 화

제10화 설령 내가 훔친 것이라고 해도 그는 나를 떠날 수 없어

  • “ 주리 씨. ”
  • 상대방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아무리 사진으로만 보았다지만 하영도 지금 이 만남을 모른체할 수 없었다.
  • “ 오랜만이에요. ”
  • “ 1 년 정도 됐나요? ”
  • 심주리는 스스로 하영의 옆에 앉았고 말투는 부드럽지만 또 날카로웠다.
  • “ 1년 전만 하여도 하영 씨는 지호의 곁에 있던 비서였는데 지금은 멋진 아나운서가 되셨네요. 정말 대단해요. ”
  • 하영은 웃으면서 말했다.
  • “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르고 사람은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법이죠. 제가 얼굴도 예쁘고 능력도 출중하니 오늘의 이런 성과가 있을 수 있는 일이 당연한 것 아니겠어요? ”
  • 심주리는 낯빛이 어두워졌지만 여전히 곧게 서있었다.
  • “ 고성 방송국이 그렇게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곳이었어요? 제가 듣기로는 하영 씨가 여러 가지 모임에 자주 드나들다 보니 주변 남자들도 다 다르다고 하던데… ”
  • “ 주리 씨는 아무 데서나 들리는 얘기를 다 믿는가 보죠? ”
  • 하영은 입술을 삐죽거리며 웃으면서 심주리의 곁에 다가가 말했다.
  • “ 남들이 또 그러는데 주리 씨는 엄격한 가정 교육을 받고 자랐음에도 남지호에게 여자친구가 있는 것을 알면서 굳이 끼어들고 또 사진까지 그의 여자친구한테 보냈다고 하더라고요. ”
  • “ 남지호가 이제 막 연예계에 입문했는데 그가 여자친구가 있는 것을 비서가 모를 수 있을까요? ”
  • 심주리는 그녀의 말을 부인하며 웃으면서 말했다.
  • “ 하영 씨가 말한 것처럼 그저 아무 데서나 지나가면서 들은 말일뿐이에요. ”
  • 하영은 입술을 삐죽거리며 일부러 천천히 말했다.
  • “ 남지호가 며칠 전에 나를 찾아와 당신과 헤어졌다고 나와 같이 있고 싶다고 말하더라고요. 주리 씨, 둘이 진짜 헤어진 거예요? ”
  • 이 말 한마디에 심주리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에르메스 가방을 꽉 움켜쥐었다. 마침 그때, 방송에서는 심주리의 번호를 불렀다. 심주리는 마침 숨 쉴 틈을 찾은 듯 가방을 들고 부랴부랴 사무실로 들어갔고 멋지게 승리한 하영은 환하게 웃으며 여유롭게 휴대폰을 하고 있었다.
  • 몇 분이 지나서 심주리는 사무실에서 나와 하영을 쳐다보더니 빠른 걸음으로 떠났고 마침 방송에서 하영의 이름을 불렀고 그녀는 몸을 일으켜 사무실로 향했다. 사무실에 들어선 그녀는 의사의 몇 가지 물음에 모두 사실대로 대답했다.
  • 의사가 마지막 생리일을 묻자 그녀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시간을 계산해보고 대답한 후 다시 말을 이었다.
  • “ 우리는 매번 조치를 잘 취했었는데 임신일 리가 없겠죠? 요즘 제가 너무 바쁘게 보내다 보니 밤낮이 바뀌었는데 혹시 호르몬 분비의 문란 때문에 그런 것 아닐까요? ”
  • 의사는 명세서를 그녀에게 써 주면서 말했다.
  • “ 다 가능성이 있어요. 먼저 가서 소변 검사를 하고 오세요. ”
  • “ … ”
  • 하영은 또 조마조마한 마음을 안고 아래층으로 가서 화장실 문 앞에서 한참을 소변을 참았다. 그녀가 혈액내과로 돌아갔을 때 마침 안에서 나오는 심주리를 마주했고 두 사람은 또 얼굴을 마주치게 되었다. 어깨가 스칠 때 심주리는 힘껏 하영의 팔을 잡아당기며 그녀를 쳐다보면서 깊은 뜻이 담긴 웃음을 지었다.
  • “ 내가 훔친 것이라고 해도 그는 나를 떠날 수 없을 거예요. ”
  • 무슨 뜻이지?
  • 하영이 정신을 차렸을 때 심주리는 이미 떠난 후였다. 그녀는 간호사가 자신을 재촉하는 것을 보고 관을 건네면서 시선을 아래로 하여 책상에 놓여 있는 한 무더기의 리스트를 보았는데 맨 위에 심주리의 결과지가 있었다. 양성이었다!
  • 하영은 대기 구역에 앉아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머릿속에는 심주리의 결과지가 자꾸 떠올랐고 그녀의 의미심장한 웃음은 자신이 임신했다는 것을 설명해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심주리는 자신이 임신한 것을 확신하고 남지호가 자신을 떠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이렇게 광기를 부리는 것이었다. 하영은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녀는 애써 예전의 일들을 잊고 있었지만 남지호와 심주리가 기어코 하나하나씩 그녀 앞에 달려와 그녀가 예전에 어떻게 배신당했는지를 일깨워 주었으며 심지어 심주리가 임신을 하였다.
  • 남지호가 그날 했던 말을 돌이켜보니 하영은 그저 더할 나위 없이 역겹기만 했다. 그녀는 오랫동안 앉아 있다가 간호사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듣고서야 황급히 창구로 가서 보고서를 가지고 긴장한 나머지 심호흡을 몇 번 내쉬고 보고서를 받았다. 다행히 결과는 음성 - 임신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