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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계약 반년만 더 연장하자, 응?

  • “ … ”
  • 조 비서의 입꼬리가 꿈틀거렸다. 그는 하영을 룸 안쪽의 소파 위에 앉히고는 그 즉시 손을 뗐다. 하영은 기댈 것이 없어지자 쓰러지듯 소파 위에 앉았고 치마가 흘러내려 흰 다리가 훤히 드러나면서 조 비서는 감히 쳐다보지 못하고 얼른 고개를 숙였다.
  • “ 사장님, 전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
  • 조 비서는 쏜살같이 문 쪽으로 물러서 재빨리 룸에서 나갔다.
  • 최성운의 시선이 하영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술에 취한 그녀는 여기가 어디인지도 모를 것 같았다. 일 년 동안 두 사람이 만난 횟수는 그리 많지 않았고 최성운은 하영이 이렇게 취한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 “ 왜, 계약 끝나는 게 기뻐서 이렇게 많이 마신 거야? 응? ”
  • 최성운은 손을 뻗어 하영의 뺨을 두어 번 쳤다.
  • “ 완전 맛이 갔네. ”
  • 하영은 무척이나 취해있었고, 눈을 반쯤 떴을 때 어떤 남자가 자신의 앞에서 흔들리는 걸 보고는 얼굴을 무섭게 굳히더니 짧게 웃음을 내뱉으며 팔을 뻗어 남자의 목을 끌어안았다. 최성운의 눈빛은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는 담배를 한 번 빨고는 하영의 턱을 쳐들어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며 그녀의 입안으로 연기를 내뿜었고 그 매캐한 연기에 하영은 끝없이 기침을 하면서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하영은 고개를 마구 젓더니 남자를 보며 말했다.
  • “ 최, 최성운 씨? ”
  • 그녀는 손을 뻗어 최성운의 뺨을 두드리더니 교태롭게 미소 지었고 술 냄새를 담은 숨이 그의 얼굴 앞에 닿았다.
  • “ 우리… 이미 끝난 거 아니었어요? 왜 여기 있는… ”
  • 갑자기 뺨을 맞은 최성운은 표정을 굳히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 “ 계약 기간이 다 됐나? ”
  • “ 네. ”
  • 하영은 고개를 끄덕였고 자신의 손가락을 그의 입술에 가져다 대며 취한 와중에도 진지하게 대답했다.
  • “ 조 비서님이 이별 선물 전해주셨는데. 이미 끝난 거죠. ”
  • “ … ”
  • 하영의 취한 모습은 더욱 유혹적이었고 최성운은 몸이 달아올랐다. 그녀의 말에 최성운은 자기도 모르게 조 비서가 했던 말들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그는 자신의 크고 두꺼운 손바닥으로 하영의 길고 가느다란 허벅지에 올려놓더니 그녀의 얇은 치마를 걷어 올리고 그 위로 체중을 가했다.
  • “ 윽! ”
  • 하영은 미간을 찌푸렸고 아픈 느낌에 정신을 조금 차렸다. 그녀는 최성운의 얼굴이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자 다시 머릿속이 어지러워지며 남자의 얼굴을 잡고 키스를 했다.
  • 두 번째 키스에서 최성운은 하영에게 숙취해소제를 먹였고 하영은 정신이 든 상태였다. 하영은 평소와 같이 그에게 어울려줬지만 최성운의 손이 다른 사람의 등을 쓰다듬고 다른 사람을 안는다는 생각에 짜증이 나서 자꾸 정신이 흐트러졌다.
  • “ … ”
  • 하영이 다시 깨어났을 때 그녀는 자신이 최성운과 자주 만나던 아파트로 옮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최성운은 가운을 입은 채로 창가에 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고, 담뱃불이 그의 긴 손가락 사이에서 어물거리고 있는 모습은 무척 관능적이었다. 하영은 몸이 나른해지면서 그에게 안긴 채로 옮겨지고, 최성운은 한 번만 더 하자면서 자신에게 졸랐던 것까지 생각났다.
  • 하영은 침대에서 몸을 반쯤 일으켜 앉으면서 나른하게 웃어 보였다.
  • “ 성운 씨 오늘 무슨 바람이 불었대요? 바에서 한 번 하고 돌아와서도 나 안 놔줬잖아요. 어젯밤에는 새벽에 바로 가더니, 전 또 저한테 질린 건가 했는데. ”
  • 바에 있을 때 최성운은 평소의 부드러운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무척이나 거칠었다. 최성운은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끄고는 돌아서서 몸을 숙여 하영의 턱을 만지작거렸다.
  • “ 내가 다른 여자랑 같이 있는 거 보고 질투한 거야? ”
  • “ 어머나, 성운 씨 돈도 많고 잘생기셨는데 여자들이 줄을 섰겠죠. ”
  • 하영은 예쁘게 웃어 보이며 그의 팔뚝을 어루만지며 대꾸했다.
  • “ 그리고 제가 어떤 신분인지는 저도 잘 알고 있으니깐요. 그래도 성운 씨 저 너무 안 아껴주시는 거 아니에요? 부드럽게 한다면서 또 아프게 했잖아요. ”
  • 다른 여자가 그 말을 했더라면 아마 교태를 부린다며 눈살을 찌푸렸을 터였지만 하영은 예쁜 얼굴로 언제나 적당히 애교를 부렸기에 꼭 마음에 들었다. 최성운은 1년 동안 그녀를 만나면서 한 번도 그녀의 민낯을 볼 수 없었다. 하영은 그가 만나 본 사람들 중 처음으로 그에게 원하는 건 돈이며, 또 자신의 신분을 제대로 인식하면서 그를 귀찮게 하지 않는 여자였다. 최성운은 손에 힘을 조금 주어 하영을 자신의 앞으로 끌어당겼다.
  • “ 계약 반년만 더 연장하자, 응? ”
  • 그냥 이렇게 버린다면 조금 아까울 것 같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