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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오랜 친구

  • 하영은 완전히 안심하고 보고서를 들고 의사를 찾으러 갔다. 의사는 다시 한번 검사를 했고 확실히 호르몬 분비 문란 때문에 생리가 오지 않는 것으로 확인하고 약을 처방해 주었다.
  • 유정이 준 리스트를 들고 마트로 장을 보러 간 하영은 우연히 옆에 있는 두 여자가 말하는 것을 들었는데 알고 보니 그중 한 여자의 남편이 바람을 피웠고 그녀가 방금 그 내연녀를 끝장냈다는 것이었다.
  • 그 여자가 아이를 낳은 후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것을 발견하고는 울거나 보채는 대신 내연녀의 아버지가 대학교 교수라는 것을 알고 남편과 내연녀의 채팅 기록을 내연녀의 아버지에게 모두 보냈던 것이다.
  • 내연녀의 아버지가 자신의 딸이 이런 일을 했다는 것을 알고 집으로 돌아가 딸을 엄청나게 때렸고 딸의 뱃속에 있던 아이마저도 때려 없어지게 만들었다. 남편은 직장에서 신고당하여 징계처분을 받았고 그 후로 집에서 성실하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 하영은 듣고 가슴이 철렁하였다. 당시 그녀도 최성운 곁에 남았을 때 혹시 그가 결혼 사실을 숨기는 유부남일까 봐 몰래 조사했는데 의외로 최성운은 재산도 많고 단지 짝사랑하는 상대만 있을 뿐이었으며 심지어 그녀가 처음이었다는 것이 생각났다.
  • 최성운과 1년 동안 함께 하면서 그가 성적 취향이 정상이라는 것을 아니 다행이지, 아니었다면 하영은 아마 그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 하영은 다른 생각을 하면서 그 여자의 친구가 하는 말을 듣고 있었다.
  • “ 넌 왜 네 남편까지 신고하고 그래? 그가 직급이 하락되면 너한테도 손해 아니야? 네 손으로 남편 직장생활 파탄 낸 꼴이잖아? ”
  • “ 내가 고작 그 새끼 직장 생활을 파탄 낸 게 뭐가 어때서? 그 새끼는 내 인생을 망쳐났어! ”
  • 그 여자는 원망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
  • “ 나는 그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쳤어. 그가 바람났다는 것도 일찍 알고 있었지만 아이를 위해 모른체하며 참은 거야. 하지만 그 내연녀가 감히 자기 발로 나를 찾아와 도발하고 몇 번이고 나를 상처 입혔어. 내가 그런 것까지 가만히 당하고 있어야 돼? 그년놈들 인생도 똑같이 불구덩이 속으로 밀어 넣어야 내가 덜 억울할거 아냐. 그 여우년에게 남의 가정을 파괴하는 대가가 어떻는지를 똑똑히 알려줘야지. ”
  • “ … ”
  • 하영은 이 여자의 말을 듣고 병원에 있을 때 심주리가 도발하던 모습이 번쩍 생각났다. 1년 전 남지호의 배신으로 그녀는 궁지에 몰렸고 마음이 약한 그녀는 그를 봐주었는데 지금 또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그녀에게 재결합을 청하고 있고 전 여자친구마저도 그녀 앞에서 날뛰고 있는 것이었다.
  • 심주리가 임신했으니 깜짝 놀랄만한 선물을 준비해 볼까? .
  • 하영은 번호를 적어 그 여자들에게 건네면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 죄송한데 당신들의 대화를 엿들었어요. 이 변호사가 제 친구인데 이혼하고 싶으시다면 이 친구가 당신을 도와줄 수 있을 거예요. 겸사겸사 당신 남편을 빈털터리로 만들 수 있을 거예요. ”
  • 두 여자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하영은 쇼핑 카트를 밀고 성큼성큼 자리를 떠나버렸다.
  • 유정은 저녁 무렵에 집에 돌아와 누군가가 부엌에서 바쁘게 돌아치는 것을 보고 황급히 달려가 말했다.
  • “ 오늘 해가 서 쪽에서 떴나? 네가 웬일로 나를 도와 요리 준비를 다 하고? ”
  • 그녀는 하영의 얼굴에 미소가 띤 것을 보고 옆으로 다가가 물었다.
  • “ 왜 이렇게 즐겁게 웃고 있어? 진짜 임신이야? ”
  • “ 임신은 무슨. ”
  • 하영은 어이가 없어 방울토마토를 몇 개 집어 들어 유정의 입에 넣었다.
  • “ 날 가르치던 요가 트레이너가 해외여행을 갔어. 너 트레이너의 번호 나한테 줘. 내일 오후 갈 거야. ”
  • 유정은 혀를 끌끌 차더니 하영의 엉덩이를 찰싹 치며 말했다.
  • “ 너 매일 집에서도 그렇게 부지런하게 보내는데 굳이 교실까지 갈 필요 있어? 어디 보자. 그런데 그 강사가 심주리 엄마 개인 트레이너이기도 한데… ”
  • 유정은 머리가 매우 빨리 돌아갔다. 순간 무언가 깨달은 듯 그녀의 눈이 반짝였다.
  • “ 1년이나 지났는데 너 이제야 심주리한테 복수할 생각하는 거야? ”
  • “ 심주리 임신했어. 심지어 먼저 도발하더라고. ”
  • 하영은 웃으면서 이어 말했다.
  • “ 내가 한 번 봐줬는데 겁도 없이 또 나를 찾아오다니… 나도 더 이상 봐줄 필요가 없다고 봐. ”
  • “ 멋져. 이래야 우리 하영이 답지! ”
  • 하영은 유정의 요가 트레이너를 이용해 요가 교실에서 아주 빨리 심주리 엄마, 즉 심주리의 어머니를 만날 수 있었다.
  • 심주리 엄마는 현지 가장 큰 미술관의 관장이다. 평소에 미모를 잘 가꾸어 마치 20대 같이 보였다.
  • 하영은 사전에 심주리 엄마의 취향을 미리 알아내고 미술에 대해서도 미리 공부를 해두었다. 덕분에 짧은 시간내에 심주리 엄마와 깊은 이야기까지 나누었고 심주리 엄마도 평소에 하영이 진행하는 예능을 매우 좋아하고 있었기에 하영과 기쁘게 담소를 나누었다. .
  • 나중에는 곧 딸의 생일이 다가오는데 하영에게 시간이 있느냐고 물었다.
  • 드디어 기다리던 것이 왔다!
  • 하영은 목표를 달성하자 방긋 웃으며 말했다.
  • “ 사모님이 초대해 주신 것은 그야말로 저에게 영광이에요. 그날 다른 약속 있더라도 다 캔슬 내고 선물준비해서 갈게요. ”
  • “ 딸내미 생일에 간단하게 축하파티하려는 것뿐이니 선물은 준비 안 해도 괜찮아요. ”
  • 심주리 엄마는 하영의 대답에 꽤나 만족스러운 듯했다.
  • 심주리 엄마 쪽은 해결했으니 하영은 이어서 남지호를 블랙리스트에서 제거하고 카톡을 추가하여 며칠 후 친구의 생일에 참석해야 하는데 자신과 함께 가줄 수 있는지를 물어보았다.
  • 남지호는 당연히 대뜸 동의했다. 그녀에게 어떤 친구인지를 물어보며 자신도 선물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 하영은 냉랭하게 웃으면서 그냥 오랜 친구라고만 답변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