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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나는 진심으로 부러워

  • “ 아니야. ”
  • 남지호가 약간 억지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 헤어지자는 말은 그가 먼저 했고 당시 심주리와 며칠 동안 크게 다투다 보니 그는 더 이상 심주리와 엮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 두 사람이 막 펜션 안으로 들어갔을 때 펜션 철문이 다시 열렸고 검은색 벤틀리가 들어왔다.
  • 조 비서는 익숙하게 차를 세웠다.
  • 그가 차에서 내려 뒤쪽 문을 열자 남자가 고개를 약간 숙인 채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 “ 최 대표님. ”
  • 조 비서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 “ 방금 M 국에서 오셔서 피곤하시죠. 만약 심주리 씨의 생일파티에 참석하고 싶지 않으시다면 제가 선물만 갖다 드리고 올까요? ”
  • 최성운은 정신이 돌아왔는지 정장 재킷을 챙기고 차에서 내리며 말했다.
  • “ 선물 챙기고 나랑 같이 들어가. ”
  • 남자가 차에서 내렸다. 키는 188cm나 되었고 다리도 엄청 길었다. 시선은 앞에 있는 많은 차들을 지나 그 사이에 껴있는 핑크색 스포츠카에 멈췄다. 어딘가 매우 익숙했다.
  • “ 저차 내가 너한테 주문하라고 했던 그건가? ”
  • 조 비서는 어리둥절해하며 보스의 눈빛을 따라 차 더미 속에 있는 핑크색을 찾았다.
  • “ 맞아요. 파가니의 주문 제작한 스포츠카. 전 세계에 단 하나뿐이죠. 하영 씨께서 이렇게 빨리 받을 줄 몰랐네요. 하지만 하영 씨께서 사장님을 이렇게 오랫동안 모셨는데, 사장님께서도 하영 씨와 심주리 씨가 친구 사이인 걸 아세요? ”
  • 최성운은 보름 동안 출국했었는데 바빠서 밤낮이 뒤바뀌다 보니 조 비서가 오늘 말하는 것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하영이 생각났다.
  • 자신과의 관계가 질렸다며 이젠 평범한 연애를 할 상대를 찾겠다던 그녀의 말이 떠올랐다.
  • 남자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 하영처럼 천상 여우상을 한 여자와 어느 남자가 감히 평범한 연애를 한다고? 꿈도 야무지네.
  • 조 비서는 사장이 갑자기 미간을 찌푸리는 것을 보고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 “ 사장님, 혹시 제가 무슨 말을 잘못했나요? ”
  • “ 들어가자. ”
  • 최성운은 시선을 거두고 펜션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조 비서는 핑크색 스포츠카를 한 번 더 쳐다보더니 얼른 선물을 챙겨 사장을 따라갔다.
  • 하영 씨는 운도 좋아, 우리 사장님처럼 통 큰 스폰서는 두 번 다시 없을 걸.
  • 도우미들의 인도하에 하영은 남지호와 함께 화원으로 입장했다.
  • 호원의 정원은 매우 컸고 아름다운 생일 파티장으로 꾸며져 있었다.
  • 방 안 구석구석과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목련 꽃은 모두 일품이었고 꽃향기가 가슴속에 파고들었다.
  • 하영은 훑어보더니 심 씨 집안이 딸의 생일파티에 대한 씀씀이에 한번 놀랐고, 화려한 옷차림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 하객들을 훑어보고 심 씨 집안의 인맥에 또 한번 놀랐다.
  • 하영은 심가희 아버지가 많은 하객들 앞에서 딸이 혼전임신했다는 사실이 공개되면 과연 어떤 표정일지 무척 궁금했다.
  • 곧 있을 재밌는 구경거리를 생각하니 하영은 속으로 웃음이 났다.
  • 시선이 심주리 엄마을 향한 그녀는 곧바로 곁으로 다가가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 “ 사모님. ”
  • 유채영은 마침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는데 고개를 돌려 하영이 온 것을 보고 반갑게 인사했다.
  • “ 하영 씨, 왔어? 어! 뒤에 이 분은… ”
  • 그녀는 남지호를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눈을 찡그리며 말했다.
  • “ 이 사람 나 어디서 본 것 같은데… ”
  • “ 이분은 남지호씨에요. 우리나라 최고의 남자배우죠. ”
  • 하영은 눈을 깜빡이며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 아마도 티비에서 이 사람의 영화 예고편을 보셨던 것일 거예요. ”
  • “ 어쩐지 이쁘게 생겼다 했어. 배우시구나. ”
  • 유채영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
  • “ 사모님께서 주리 씨를 정말 많이 아끼시네요. 주리 씨의 생일파티를 이렇게 성대하게 치르다니… ”
  • 하영은 부러운 기색을 드러내며 말했다.
  • “ 저는 지금 너무 부러운 마음이에요. ”
  • 유채영은 입을 가리고 웃으면서 속으로는 흡족해했지만 입 밖으로는 이렇게 말했다.
  • “ 호호, 하영씨는 어쩜 말도 이렇게 예쁘게 하는 거야. 우리 그이가 주리를 엄청 아끼거든. 집에 딸이라고는 걔 한 명밖에 없으니 주리의 몇 살 생일이든 다 이렇게 챙겨준다니까. ”
  • “ 하나밖에 없는 따님 귀하게 키우고 싶은 마음 이해합니다. ”
  • 하영은 웃으면서 선물을 건넸다.
  • “ 사모님, 이건 제가 주리 씨를 위해 준비한 선물이에요. 저 주리 씨랑 인사라도 나누고 싶은데… ”
  • 하영의 옆에서 입을 열지 않고 있던 남지호는 그 말을 듣더니 얼굴색이 변하며 고개를 돌려 하영을 쳐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