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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이별 선물?

  • 그날 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도망가고 하영은 엄마의 시체를 끌어안고 통곡했다. 그리고는 비틀비틀 다리 위로 올라가 뛰어내리려 하자 유정이 그녀를 끌어당겨 뺨을 때렸다.
  • “ 네가 왜 죽어? ”
  • 유정의 한 마디에 하영은 순간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머리가 얼얼했다.
  • 그래,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내가 왜 죽어야 해?
  • 예전 일이 생각나자 하영은 남지호가 더욱더 미워졌다.
  • “ 남지호, 여기서 꺼져. 그 사진들 나 아직 가지고 있으니까. 내가 그걸 언론사에 뿌리는 걸 바라는 건 아니겠지? ”
  • 그때 하영은 당장이라도 사진을 언론사에 보내 막 유명해진 남지호가 망하는 꼴을 보고 싶었지만 마음속 한구석에 그를 사랑했던 마음이 조금이지만 남아있었기에 차마 그러지 못하고 포기했다. 그런데 남지호가 뻔뻔하게 다시 자신을 찾아올 줄이야.
  • “ 영아, 그때는 내가 잘못했어. 나 어떻게 욕해도 괜찮아. ”
  • 남지호는 얼얼한 입가를 핥으며 말했다.
  • “ 난 그냥 네가 날 용서해주길 바랄 뿐이야. ”
  • 잠시 주저하며 남지호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 “ 우리 헤어지고 난 후에 너 최성운 씨랑 만난다면서? 나한테 복수하려고 그러는 거지? 너 그 사람 1년 동안 만났다면서, 그 정도 벌로는 부족한 거야? ”
  • “ 벌이라고? ”
  • 하영이 웃으며 대꾸했다.
  • “ 네가 그렇게 대단한 줄 알아? 어? ”
  • 남지호는 확신한다는 듯한 어투로 하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 “ 영아, 너 아직 나 사랑하잖아. 그게 아니라면 전에 날 만나고 나서 날 피해 다른 게스트들이랑 이야기를 나누진 않았겠지. ”
  • “ 네가 뭘 착각하나 본데 난 다른 게스트분들도 챙겨야 하는 입장이라서 말이야. ”
  • 하영은 담담하게 말했다.
  • “ 최성운도 내가 만나고 싶어서 만나는 거고. 얼굴도 잘생겼지, 돈도 많지. 그 사람 만나는 거 나한테는 이득이지. ”
  • 하영은 화장대에 기대며 사람을 홀리는 미소를 지었다.
  • “ 최성운 씨 만나고 나서야 진짜 남자라는 걸 알게 됐지. 최성운 씨도 나 아껴주고 내가 뭐 필요하다면 다 사주는데, 너는? 넌 여자한테 기대잖아. ”
  • 하영이 다른 남자의 이름을 입에 담자 남지호는 기분이 불쾌해져 미간을 찌푸렸다.
  • “ 영아, 최성운은 장사꾼이야. 그는 그냥 널 이용해서 돈을 버는 거라고. 그리고 난 아직 너 사랑해… ”
  • “ 남지호 진짜 배우 다 됐구나. 사랑한다는 말을 그렇게 쉽게 하는 걸 보면. ”
  • 하영은 남지호의 말허리를 자르며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 “ 최성운 씨는 밤일도 잘하는데, 난 그 사람이 날 이용해줘서 더 고마운데? ”
  • 남지호는 눈앞의 아름다운 여자가 매일 다른 남자에게 안긴다는 생각이 들자 눈동자에 한기가 돌며 몸 옆에 놓인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가 주먹을 말아쥐었다. 하영 역시 그에 지기 싫은 듯 도발적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 두 사람이 그렇게 대치하고 있을 때 누군가 대기실 문을 두드렸다. 하영은 밖에 있는 사람이 남지호를 보고 오해를 할까 봐 옷을 갈아입는 것도 깜빡하고 손으로 얼굴을 어루만지고는 미소 띤 얼굴로 문을 열었다.
  • “ 조 비서님? ”
  • 문밖에 있는 이가 최성운의 비서라는 것을 확인한 하영은 깜짝 놀랐지만, 티 나지 않게 문을 닫아 안에 있는 사람이 보이지 않게 했다. 하영의 동작은 재빨랐으나 그녀가 나올 때 조 비서는 안에 어떤 남자가 있는 걸 이미 본 상태였고, 그도 금방 온 것이 아니라 아까 전 이미 와있었기에 그들이 나눈 얘기를 얼핏 들을 수 있었다. 하영이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예쁘게 웃어 보였다.
  • “ 여긴 무슨 일이세요? ”
  • “ 하영 씨한테 전해줄 게 있어서요. ”
  • 조 비서는 하영을 빤히 쳐다볼 뿐 움직이지 않다가 손에 든 서류를 그녀에게 전했다.
  • “ 최 대표님께서 선물이라고 전해주라고 하더군요. ”
  • 하영이 서류를 들춰보자 안에 든 것은 전에 최성운에게 얘기했던 중심가에 있는 단독 주택의 큰 별장이었다.
  • 선물이 이렇게 푸짐하다니, 설마 이별 선물은 아니겠지?
  • “ 우와, 성운 씨가 준 선물 너무 마음에 들어요! ”
  • 하영은 당장 서류 위에 사인을 하고 싶어 가지고 있던 메모지를 꺼내 글을 적고 그 위에 입을 맞추고는 서류 사이에 끼워두었다. 하영은 사인을 마치고 서류를 다시 조 비서에게 돌려주면서 옅게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
  • “ 성운 씨한테 고맙다고 전해주세요. 오늘 아침 저도 뉴스 봤는데 이지연 씨가 성운 씨한테 더 잘 어울릴 것 같네요. ”
  • 문에 비스듬히 기대어 달콤한 목소리와 아름다운 자태의 하영에게 조 비서도 넋을 잃을 뻔했기에 그는 속으로 짧게 욕설을 내뱉으며 하영에게 인사를 건넸다.
  • “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
  • “ 네, 안녕히 가세요. ”
  • 하영이 웃는 얼굴로 그를 배웅했다. 조 비서가 떠난 뒤, 하영은 곧 미소를 지우며 대기실 문을 바라보더니 냉소를 흘리며 가차 없이 발길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