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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배신을 당하다

  • “ 그냥 오면 된다니까 왜 또 괜한 돈을 쓰고 그래! ”
  • 유채영은 인사치레로 두 마디 말하고 선물을 받았다.
  • “ 두 사람은 손님이니 주리가 와서 인사를 하는 게 맞아. 내가 불러올게. ”
  • 유채영이 앞발을 내딛자마자 남지호는 약간 다급해났다.
  • “ 하영아, 오늘 주리의 생일이라 손님도 많은데 우리도 그냥 자리 찾아서 앉자. 굳이 주리를 불러낼 필요가 있을까? ”
  • 그 때 문을 박차고 나간 후, 남지호는 심주리와 철저히 관계를 끊어버렸다. 그동안 심주리가 지인을 통해 그의 번호를 알아내 수없이 전화를 걸었지만 그는 받지 않았고 매니저마저도 바꿨다.
  • 나중에 하영이 갑자기 그를 대하는 태도가 좋아졌고 또 자신을 심주리의 생일파티에도 데려오고 하니 남지호는 마음이 약간 불안했다. 그는 자꾸 하영이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 나는 그냥 생일파티 주인공에게 축하인사를 건네고 싶었던 것뿐이야. ”
  • 하영은 가느다란 손가락을 남지호의 등에 대고 서서히 위로 쓸어올리며 말했다.
  • “ 지호야, 지금 혹시 찔리는 구석이 있는 거 아니지? ”
  • 그녀의 말투에는 억울함이 섞여있었다.
  • “ 너희 둘이 끝난 사이라고 네 입으로 직접 말했잖아. 나랑 재결합하고 싶다면서 설마 다 거짓말이었던거야? 네 마음속에 아직도 그녀가 있는 거야? ”
  • 비록 남지호도 연예계에서 1-2년을 발을 담그고 있었다지만 하영이 최성운의 곁에서 습관처럼 매일 얼굴에 가면을 쓰고 다닌 시간이 훨씬 길었다. 덕분에 연기력이 뛰어난 그녀는 손쉽게 남지호를 속일 수 있었다.
  • 예전처럼 자신에게 애교를 부리며 억울하다고 말하는 하영이의 모습에 남지호는 금세 마음이 약해져 오히려 그녀의 손을 꼭 잡아주며 말했다.
  • “ 하영아, 나 믿어줘. 나랑 심주리 진짜로 끝났어. 너만 다시 재결합을 원한다면 나더러 무슨 짓을 하라고 해도 좋아. ”
  • 하영은 속으로 냉소를 연발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그가 손을 잡도록 내버려 두었다.
  • “ 인정해. 내가 여기 사심을 갖고 왔다는 것을… 그여자 앞에서 네가 내 거라는 것을 자랑하고 싶어. 그것뿐이야. ”
  • 그 말을 들은 남지호는 마음이 편안해졌다.
  • 알고 보니 하영은 자신의 남자를 빼앗은 심주리에게 자랑하러 온 것뿐이었다.
  • 보아하니 방금 자신이 괜한 생각을 한 것 같았다.
  • 하영은 여전히 그의 마음속 그 하영이였다.
  • “ 진작 얘기하지 그랬어. ”
  • 남지호는 주변을 살피더니 사람이 없는 틈을 타 몸을 숙여 하영에게 뽀뽀를 하고 낮은 목소리로 달래듯이 말했다
  • “ 파티가 끝나면 레스토랑 가자. ”
  • 하영은 피할 겨를도 없이 기습뽀뽀를 당했고 온몸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 설령 남지호가 멋지다 하더라도 모든 여자들 마음속의 이상형일지라도 그녀는 남지호의 입술과 맞닿은자신의 얼굴 가죽을 벗겨버리지 못하는 것을 한스러워 했다.
  • 이 장면을 마침 뒤뜰 정원으로 막 들어온 최성운이 목격했다.
  • 조 비서도 보고 남지호를 알아보았다. 얼굴에는 놀라움이 가득해서 말했다.
  • “ 하영 씨 남자 바꾸는 스피드 한번 빠르네요 . 전에는 남지호 씨와 분장실에서 장난을 치다가 옷까지 다 찢어졌었는데 지금은… ”
  • “ 옷이 찢어졌다고? ”
  • 최성운은 조 비서의 말을 끊고 차가운 눈초리로 그를 쏘아보았다.
  • “ 저번에 나한테 보고할 때는 왜 얘기를 안 했지? ”
  • 조 비서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 “ 저도 하영 씨의 옷이 어떻게 찢어진 것인지는 잘 몰라서 사장님한테 함부로 얘기를 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혹시라도 오해였다면… ”
  • 하영이 남지호와 분장실에서 장난을 치고 있었을 때 자신의 사장님과는 아직 끝난 사이가 아니었지 않았는가?
  • 이건 명백하게 사장님 몰래 바람피우는 것과도 같은 것이다!
  • 조 비서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 ‘하영 씨는 양심도 없어. 대표님께서 이별 선물도 푸짐하게 챙겨주시고 스포츠카까지 선물하셨는데 미리 대표님을 대신할 남자를, 그것도 무려 국민배우를 꼬셔서 자신이 살 길을 찾아가셨네. 아이고… ‘
  •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에야 조 비서는 하영 쪽을 다시 한번 쳐다보더니 당당하게 입을 열었다.
  • “대표님, 유 사모님께서 심주리 씨를 모시고 손님들과 인사를 나누고 계시던데 그쪽으로 가실 건가요? ”
  • “ 끝나면 가지. ”
  • 최성운의 목소리는 차갑고 얇게 깔렸으며 그리 빨리 걷지는 않았다. 조 비서도 따라 걸었다.
  • 유채영한테 끌려 손님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심주리의 얼굴은 침울했다. 그녀는 이 생일파티에 조금도 참여하고 싶지 않았다. 마음속으로는 아직도 남지호가 자신의 전화를 끊어버린 일을 염려하고 있었다.
  • 그녀는 임신한 사실을 알고 나서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 평소와 다름없는 척하며 아버지가 발견할까 봐 두려워하고 있었다. 만약 그녀의 아버지가 혼전임신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녀는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