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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나는 그처럼 재력가인 사람이 좋아

  • 심주리의 생일날이 다가오기 전까지 하영은 방송국 일로 바삐 보내고 있었다. 가끔 연예뉴스에 이지연이 다른 남자 연예인들과 스캔들이 터져 회사에서 연예 활동을 금지시켰다는 것을 보았다.
  • 하영은 이 사건의 배후에 최성운이 있는지 없는지를 알 수가 없었다. 최성운이 준 이별 선물로 보아 이지연이 얌전히 그를 잘 따랐더라면 유명한 스타가 되었을 수도 있을 텐데 하필이면 최성운이 제일 싫어하는 꼼수를 썼으니…
  • 하영은 짜증이 나서 휴대폰을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던져놓았다. 하지만 1초도 안 되어 휴대폰이 다시울렸다.
  • “ 여보세요? ”
  • “ 하영 씨 맞나요? ”
  • 상대방은 매우 예의가 바른 말투였다.
  • “ 저는 미아의 담당자입니다. 고객님께서 주문하신 핑크색 파가니 스포츠카가 도착했는데 고객님께서 직접 가지러 오실 건가요? 아니면 저희가 지정 장소로 배송해 드릴까요? ”
  • 이렇게나 빨리?
  • 하영은 달력을 펼쳐 보더니 내일이 바로 심주리의 생일 파티가 있는 날이니 스포츠카를 운전해서 가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 “ 내일 제가 직접 가지러 갈게요. ”
  • 다음날 아침, 남지호가 먼저 전화를 걸어왔고 하영을 데리러 오겠다고 했다.
  • 이때 하영은 마침 자동차 매장에 도착했다. 남지호의 전화를 받았을 때 담당자가 마침 자동차 커버를 벗겨냈다.
  • 핑크색 파가니 스포츠카는 보기에 전혀 촌스럽지 않고 라인도 깔끔했고 사람으로 하여금 눈앞이 번쩍 뜨이게 하였다.
  • 하영은 고급 세단에 익숙했고 많이 달려도 보았다. 그러나 이 파가니 스포츠카를 본 그녀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수화기 너머의 남지호는 듣고 있더니 물었다.
  • “ 하영아, 왜 그래? ”
  • “ 어. 아무 일도 아니야. ”
  • 하영은 덤덤하게 대답하며 파가니 스포츠카를 타고 남지호를 데리러 갈 생각을 접었다. 이렇게 좋은 차가 쓰레기로 인해 오염되게 하고 싶지 않았다.
  • “ 너 바로 시군 펜션으로 가. ”
  • 그녀는 재빨리 전화를 끊고 빨리 차를 운전하고 싶어서 담당자에게 차키를 건네받았다. 하영은 먼저 차에 올라타서 감촉을 느껴보고 나서 차를 출발시켜 자동차 매장을 나갔다.
  • 도로를 질주하는 파가니의 시승감은 미치도록 좋았고 그녀가 여태 만져봤던 어떤 스포츠카들도 그 앞에서는 전혀 언급할 가치도 없을 정도였다.
  • 그녀는 이 이별 선물이 별장보다도 더 마음에 들었다.
  • 시군 펜션에 도착하여 야외 주차장에 주차 공간을 찾아 차를 세우고 내리자마자 남지호에게서 전화가 왔다.
  • 남지호도 마침 주차장에 있었다. 그는 전화벨 소리를 듣고 차를 에돌아 나가다가 하영이 핑크색 스포츠카에서 내리는 것을 보았다. 파가니 스포츠카는 엄청나게 멋졌고 게다가 주문 제작형이었다.
  • “ 하영아. ”
  • 남지호는 성큼성큼 걸어갔다. 이곳은 경비가 삼엄한 곳이었기에 그는 아예 얼굴을 가리지 않았다.
  • “응.”
  • 하영은 대충 대답하고 휴대폰을 들었다.
  • 남지호는 다시 스포츠카를 한 번 보더니 시샘의 눈빛에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 “ 최성운이 사준 거야? 네가 뭐 갖고 싶은 거 있으면 나한테 얘기해. 그 사람이 주는 물건 받지 마. ”
  • “ 그 사람은 나의 스폰서야. 나한테 해주는 걸 내가 왜 안 받아? ”
  • 하영은 웃으면서 말했다.
  • “ 나는 그 사람 같은 재력가를 좋아해. 말수도 적고 선물할 땐 아주 화끈하게 말이야. ”
  • 된장녀를 방불케 하는 하영의 모습이 남지호로 하여금 얼굴을 찡그리게 하였다.
  • “ 하영아, 너 예전에는 이렇지 않았어. ”
  • 하영은 한쪽 눈썹을 치켜뜨고는 냉소를 지었다.
  • “ 예전의 나는 뭐든지 다 퍼주고 남을 위해 베푸는 사람이었지. 그러나 지금의 나는 다른 사람이 나를 위해 베푸는 것을 더 좋아하게 됐어. 그래서 남 배우님은 그게 싫은 건가? ”
  • 남지호는 말문이 막혀서 반박을 할 수가 없었다. 더구나 찔리는 구석이 있었기에 더더욱 할 말이 없었다.
  • “ 너 앞으로 그 사람 멀리해. 갖고 싶은 게 있으면 나한테 얘기해. 하영아, 이제 그만 화 풀어, 응? ”
  • 하영은 남지호와 주차장에서 잡담을 하고 싶지 않았다. 재미도 없고 그녀에게는 아직 관중들에게 보여줄 좋은 연극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몇 마디 얼버무리고 두 사람은 함께 펜션 안으로 들어갔다.
  • 가는 길에 남지호는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물었다.
  • “ 하영아, 생일이라는 그 친구 누구야? ”
  • 그의 말투를 보아하니 하영은 그가 이 펜션에 와본 적이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 “ 당연히 심주리 씨지. ”
  • 남지호는 얼굴이 굳어버렸다.
  • “ 남지호, 너 심주리 씨와 헤어진 거 아니었어? ”
  • 하영은 곁눈질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 “ 심주리의 생일파티에 참석하는 게 불편해? 나랑 진심으로 재결합하려는 거 아니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