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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SS와의 아찔한 동거

BOSS와의 아찔한 동거

도담도담

Last update: 2021-11-04

제1화 쐐기:가변

  • “율아, 네 아빠, 네 아빠가 회사 빌딩 옥상에 올라가서 자살하려고 해! 빨리 가봐—“
  • 네?
  • 정율은 전화 너머 들려오는 엄마의 울음 섞인 목소리에 놀라 일어섰다. 대답할 겨를도 없이 핸드폰을 들고 예술 학원 기숙사를 뛰쳐나왔다.
  • 차가운 빗방울이 그녀의 몸을 적셨지만 상관하지 않고 미친 듯이 학교 대문으로 향해 달렸다.
  • 학교가 시내 변두리에 있어 지나가는 차도 거의 없었고 택시는 더더욱 나타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 급해진 정율은 상관하지 않고 길을 따라 달아가서는 지나가는 개인차량을 두 팔 벌려 멈춰 세웠다.
  • 칙!
  • 비서 김명이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자 벤틀리는 날카로운 소리를 낸 후 정율에게서 10센티미터 떨어진 곳에서 멈춰 섰다.
  • “대표님, 괜찮으십니까?”
  • 김명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뒷좌석에 탄 자수성가 보스에게 물었다.
  • “난 괜찮아.”
  • 최시환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 이때 정율은 차 문 쪽으로 다가와서 허리를 굽혀 유리창문을 두드리면서 애원하며 말했다.
  • “제가 정말 급한 일이 있어서 금원 빌딩에 가야 하는데, 저 좀 태워주시면 안될까요? 제발 부탁드려요!”
  • 김명이 버튼을 눌러 창문을 내렸다.
  • 최시환의 싸늘한 눈빛이 정율의 젖은 작은 얼굴에 떨어졌을 때, 약간 넋이 나갔다.
  • 김명은 밖에 서있는 정율을 향해 욕을 퍼붓고 싶었지만 최시환이 먼저 말을 꺼냈다.
  • “타라고 해.”
  • “... 네.”
  • 의외라고 여긴 김명은 반 템포 느리게 대답했고 열림 버튼을 눌러 정율이 조수석에 앉게 했다.
  •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정율은 감사하다는 말을 건네며 초조한 눈빛으로 벤틀리가 시동이 걸리는 것을 보았고 차는 앞쪽 길목에서 U턴을 했다.
  •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아 차 안의 분위기는 차가웠다.
  • 최시환은 밝은 깜빡깜빡 거리는 불빛 사이로 정율의 옆모습을 응시하고 있었다.
  • 어떻게 보면, 그가 가슴속에 숨기고 있는 모습과 겹쳐 보였다.
  • 애석하게도 정율은 아버지의 걱정에 단 한 번도 뒤돌아 눈길을 주지 않았다.
  • 답답한 상황에서 약 20분가량 달리니 드디어 목적지인 금원 빌딩에 도착했다.
  • 구급차와 소방차가 모두 한쪽에 집결해 로비 입구에 거대한 에어백을 설치하고 소방관과 보안원, 경찰 등이 모두 대기하면서 장총 단포를 메고 뉴스를 촬영하던 취재진과 구경꾼들을 만류했다.
  • 정율은 차가 채 멈추기도 전에 차 문을 열어 내렸다.
  • “아! 뛰어내렸어요!”
  • 사람들 중에 누가 먼저 소리를 지르며 말했고 뒤따라 여기저기서 놀람의 외침 소리가 들려왔다.
  • 퍽!
  • 하나의 무거운 몸통은 38층에서 떨어져 곧장 에어백 가장자리에 부딪히면서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 현장은 갑자기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매우 시끄러워났다.
  • “세상에! 안쓰러워라.”
  • “그만 보고 가자!”
  • “어휴, 안타까운 목숨이네...”
  • 막 뛰어가려던 정율은 발이 나른하여 눈앞이 캄캄하게 느껴졌다.
  • “아니! 싫어! 아버지——”
  •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기절해버렸다.
  • 일주일 후,
  • 하늘을 찌르듯이 높게 선 환성 지주그룹 사옥.
  • 최시환은 꼭대기 CEO 사무실에 앉아 문서를 읽고 있었다.
  • 김명이 다가와서 서류 하나를 내밀면서 보고하였다.
  • “대표님, 선별 결과가 이미 나왔으니 한번 훑어보십시오.”
  • “중점만 말해.”
  • 최시환은 고개를 들지도 않고 무표정을 하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 그는 이런 일까지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 김명은 눌눌히 서류를 받아들었다.
  • “합격자 이름은 정율이고 올해 열아홉 살입니다. 본지 연예 학원의 2학년생...”
  • “정율?”
  • 최시환은 익숙한 이름을 반복하면서 일주일 전 밤에 추위에 떨며 그의 차를 가로막던 여성의 얼굴이 떠올랐다.
  • 김명은 보스가 정율이 누구인지를 기억하는 것 같자 자기도 모르게 높은 소리로 대답했다.
  • “맞아요, 그날 밤 우리 차를 막고 금원 빌딩으로 가던 여자아이예요. 생김새나 여러 가지 조건이 대표님의 요구에 부합하는 것을 보고 움직임을 각별히 주의하였는데, 역시 그녀는 정태원 씨가 사망한 후 오갈 데 없이 난처한 상황이었습니다.”
  • 그가 며칠 가까이 언론에 계속 보도될 것으로 보이는 금원 그룹과 정태원 일가의 움직임을 모두 얘기하려하자 최시환은 손을 번쩍 들어 제지했다.
  • "자, 이 여자 애로 해. 그리고 비밀유지 잘 하도록, 나가 봐."
  • 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계속 고개를 숙여 계속 서류를 읽었고 그 자리에 계속 서있는 김명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 이날 저녁 8시, 정율은 약속 장소에 시간을 맞춰 나와 조마조마하게 기다렸다.
  • 오늘 저녁은 원래 아버지의 7일제 날이라 집에서 제사상을 차리고 종이돈 따위를 태워야 했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부터 어머니와 함께 빚쟁이에게 빌린 돈을 갚아야 하다 보니 모든 부동산과 회사마저도 압류 딱지를 맞아 집 밖으로 나가 길거리를 떠돌아야 했다.
  • 친한 친구가 이 모녀를 집에 있게 해주지 않았다면 그들은 아마 노숙해야 했을 것이다.
  •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어머니는 친척 집에 돈을 빌리러 가는 길에 조심하지 않아 넘어지면서 머리를 바위에 박는 바람에 두개골이 손상을 입어 병원으로 호송되어 수술을 받았지만 아직 혼수상태에 빠져있었다.
  • 아버지의 일을 처리하랴, 병원에 있는 어머니를 보살피랴, 그녀는 마음이 지쳤지만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거액의 수술비와 치료비였다.
  • 무일푼으로 친한 친구의 돈에 의지할 수만은 없는 일이어서 그녀는 할수 없이 남자친구인 강우효의 집에 부탁을 해보았지만 아니나 다를까 거절당하였다.
  • 아버지가 자살한 후 강우효와 강 씨네 집안사람들은 한 번도 얼굴을 보인 적이 없었거니와 안부 전화 한 통조차 없었다.
  • 예전에 뜨겁게 그녀를 좋아해 주던 그 남자는 이제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 가장 한심한 것은 큰아버지네였다.
  • 하룻밤 사이에 온 집안이 그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얼굴 한번 내 비치지 않았다.
  • 만약 일정 기간 내에 병원비를 내지 못한다면 어머니는 약을 끊어야 하는데 그 결과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 바로 이때, 그녀는 대리 임신을 원하냐고 묻는 전화를 받았다. 보수는 4억 원이였다.
  •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 어머니를 살려낼 수만 있다면 그녀는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 그녀는 바로 하겠다고 하였고 바로 정밀검사를 하였는데 오늘 오후 그녀가 모든 조건에 부합된다는 전화를 받게 되었다.
  • 게다가 오늘이 그녀의 배란일이라 이곳에 와서 합의서와 함께 첫 계약금을 받은 뒤 대리 임신 절차를 밟기로 했다.
  • 찍-
  • 검은색 벤츠 한 대가 멈춰 섰고 사색에 찬 정율은 손을 떨며 창백한 얼굴로 내려오는 차창을 바라봤다.
  • 운전석에 앉은 김명은 머리에 검은 야구 모자를 쓰고, 커다란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다...
  • 그는 멍하게 서있는 정율에게 손짓을 했다.
  • “타세요!”
  • 종정은 뒷좌석 문을 열고 앉았고 김명은 그런 그녀에게 미리 준비한 합의서를 건네며 말했다.
  • “정율 씨, 잘 보시고, 서명하시면 2억 원은 일단 입금하고 아이를 낳으면 2억원은 나중에 계좌에 넣어드릴거 예요. 그리고 아이 건강을 위해서도 임신에 성공하기 위해서도 꼭 자연임신을 해야 합니다.”
  • 자연임신?
  • 서류를 넘기던 손이 멈칫했다.
  • 정율은 고개를 들어 김명을 바라봤다.
  • 그녀는 이 단어가 자신이 모르는 남성과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뜻임을 알아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