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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쐐기: 남 모르는 비밀

  • 그러나 어머니를 위해서 다른 방법이 없었다.
  • “네!”
  • 정율은 외마디 대답을 뱉고 김명에게서 사인펜을 받아 필생의 의지를 다지며 합의서의 마지막 페이지에 사인하였다.
  • 김명은 만족스러운 듯 합의서를 받았고 차를 몰아 근처의 큰 주차장에 세웠다.
  • 그러고는 수납장에서 검은색 천을 꺼내들고는 차에서 내려 뒷문을 열었다.
  • “눈을 가려야 해요.”
  • 정율은 두 눈을 감고 그가 눈을 가리게 했다.
  • 다 가린 후 김명은 그녀를 부추겨 다른 차에 앉히고 교외의 지정된 별장에 데려다주었고 여 집사더러 그녀를 꾸미게 하였다.
  • “아가씨, 제가 먼저 반신욕을 해드린 후 다시 방으로 모셔다드리겠습니다. 그 다음 단계는 무엇인지 알겠지요?”
  • 여 집사는 낮은 소리로 물어보며 그녀를 욕실로 데려갔다.
  • 정율은 어찌 대답해야 할지 몰라 했다.
  • 그런데 여 집사는 그녀가 대답하기도 전에 옷을 모두 벗기고 그녀를 부추기며 욕조에 몸을 담그게 하였다.
  • 10분 정도 씻겨준 후 그녀에게 얇은 가운만 입혔다. 말로는... 편하게 하게끔...
  • 긴장감, 극도의 불안감.
  • 침대 커버를 너무 비틀어 손가락이 조여 아파났다.
  • 뒤늦게 침대에 혼자 앉아 있는 것을 안 정율은 눈살을 찌푸리고 눈 가린 천을 내리려고 했다.
  • 그런데 이때, 찰칵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자 그녀는 손을 멈췄다.
  • 최시환은 차가운 눈빛으로 침상에 앉아 있는 긴장된 어린 여인을 바라보고는 곧장 다가가 무거운 자세로 앉아 나찰처럼 입술을 살짝 폈다.
  • “누워.”
  • 옅은 코오롱 향수 향이 정율의 코에 파고들었다.
  • 그녀는 겁에 질려 움츠러들었다.
  • 남자가 말을 하는 동안 점점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느꼈고 그 남자는 이내 손을 뻗어 그녀의 팔을 잡고 이불 속으로 쓸어넣었다.
  • 그녀는 목구멍의 신음소리를 억제하지 못했다.
  • 남자의 뜨거운 입김이 그녀의 목 사이에 뿌려져 그녀는 손발을 어디에다 놓아야 할지 막막하게 만들었다.
  • 자신의 몸이 짓눌리어 더 이상 발버둥을 쳐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 남자의 큰 손이 목욕가운의 자락을 젖히고 그녀를 어루만졌다.
  • 그녀의 부드러운 피부가 주는 촉감에 두피가 이따금 저리고 숨이 저절로 가빠졌다.
  • 정율은 온몸이 떨려왔다.
  • 그녀는 두 눈을 꼭 감고 고개를 젖혀 그의 숨결을 피하면서 계속 참아야 한다고 자신에게 최면을 걸고 있었다.
  • “무서워? 이렇게 심하게 떨고?”
  • 최시환은 셔츠 단추를 풀면서 조용히 물었다.
  • “저... 괜찮아요. 그냥 조금... 긴장돼서요.”
  • 정율은 말을 더듬으면서 대답했다.
  •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지만 듣기에 꽤 괜찮은 목소리였다.
  • 뜻밖에도 최시환은 싫어하지 않았고 심지어 그는 그녀의 손을 잡고 몸통을 누르기까지 했다.
  • “그렇다면 내 옷 벗겨줄래?”
  • 머뭇거리다가 뻣뻣한 손을 내밀어 옷의 단추를 풀었다.
  • 그녀의 차가운 손이 남자에게 닿자 심지어 그녀를 보호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했다.
  • 이런 이상한 감정에 최시환은 1초 만에 정신을 차리고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 “너무 느리잖아.”
  • 말을 하고는 정율이 반응하기도 전에 그는 그녀의 두 발을 붙잡고 벌렸다.
  • 그녀는 몸을 웅크리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 남자의 몸은 빠르게 그녀의 몸을 눌렀다.
  • “그만, 저, 무서워요—-“
  • 최시환의 뜨거운 입술이 정율의 입술을 막았고 그녀의 목소리를 삼켜버렸다.
  • 큰 손이 그녀의 아둥바둥거리는 두 손을 머리 위에 고정시켜 버렸다.
  • 정율은 남자의 키스에 숨이 막혀와 빠져나가려 하는 순간 그가 풀어주자 그녀는 숨을 크게 쉬게 되었지만 곧이어 살을 에는 듯한 짜릿함이 그녀를 엄습했다.
  • 아! 아파!
  • 아름답고 동그란 눈에 두꺼운 안개가 눈물이 되어 베개를 적셨다.
  • 그러나 위에 있는 남자는 기계처럼 멈추지 않고 움직이고 있었다.
  • 임신에 성공하기 위해서 그녀는 그날 밤 남자에게 몇 번이나 시달렸는지 셀 수 없었다.
  • 마지막에는 소리를 낼 힘조차 없었고 잠이 어떻게 들었는지조차 기억이 안 났다.
  • 이튿날 잠에서 깨어보니 정율은 자신에 눈에 또 검은 천이 감싸져 있고 엉덩이 밑에 베개가 깔려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 남자는 사라졌고 침대 옆에서 지키고 있던 여 집사가 그녀가 옷 입고 씻고 밥 먹는 것까지 기다려주었다.
  • “아가씨, 오늘부터 아가씨는 여기에만 계셔야 해요. 이 별장 밖을 나갈 수 없어요.”
  • “근데 저는 전화를 해야 해요.”
  • “제가 대신해드릴게요.”
  • 정율은 여 집사의 협조를 받아 전화를 걸어 계약금이 입금됐는지 확인하고 병원 체납비까지 모두 냈다.
  • 열흘 후, 개인 의사가 와서 그녀의 피 검사를 하였다.
  • 다행히 그녀는 임신에 성공했다.
  • 마음속에 걸려 있던 큰 돌이 마침내 내려왔다.
  • 합의서에 따르면 임신에 실패하면 다시 그 남자와 동침해야 하기 때문이다.
  • 호심도는 사방에 사람이 살지 않는 광활한 수역에 있었다.
  • 유일하게 별장 한 채만이 그 위에 지어져 있었고 여자 집사가 그녀를 모시고 입주했지만 더 이상 그녀의 거동을 제한하지 않았다.
  • 얼마 후 의료기기가 도착했고, 베테랑 산부인과 여의사도 동행했다.
  • 정율은 한눈에 여의사가 절친의 사촌 이모 수란임을 알아차렸지만 못 알아보는 척했고, 수란도 조금 놀랐지만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살고 있었다.
  • 비록 생활이 무미건조했지만 그래도 하루하루 정성껏 보살핌을 받으며 지내다 보니 눈 깜짝할 사이에 다섯 달이란 시간이 흘렀고, 수란은 정율에게 뱃속에 복이 두 개나 들어왔다고 알려줬다.
  • 처음 임신인데 쌍둥이라니, 정율은 심정이 복잡하여 배를 어루만지며 오랫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 출산 예정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자 그녀는 진통하며 10여 시간을 고생했지만 낳을 방법이 없자 수란마저 두려워나서 여 집사에게 요트를 불러 정율을 부근의 큰 병원으로 데려다주게 하였다.
  • 그러던 중 정율은 혼신의 힘을 다해 쌍둥이를 낳았다.
  • 여 집사는 기쁜 마음에 두 아이를 데리고 주인에게 알려두리러 갔고 정율은 그녀가 차로 모셔다드리겠다는 호의를 거절하고 바로 서둘러 떠났다.
  • 정율이 수란의 차를 타고 A 시로 가던 중 복통이 다시 엄습해 왔다.
  • 수란은 급히 차를 세우고 길가에 가서 그녀를 검사해 보았더니 그녀의 뱃속에 뜻밖에도 아이가 한 명 더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 “세상에! 아마 전에 검사할 때 이 아이가 형이랑 누나한테 숨겨져 보이지 않았었나봐!”
  • 수란은 정율한테 설명해 주었다.
  • 정율은 감격에 떨며 수란의 손목을 힘껏 잡으며 말했다.
  • "수란 이모, 고용주에게 이 아이의 존재를 알리지 말아 줘요! 제발!”
  • 이미 두 아이를 동시에 빼앗겼으니 이 아이마저도 잃고 싶지 않았다!
  • 정율의 굳은 눈빛을 바라보던 수란은 고개를 끄덕이며 서둘러 숲속으로 차를 몰았다. 곧이어 ‘응애’하고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 “수란 이모, 아이 좀 보여줘요.”
  • 정율은 온몸의 땀을 닦을 틈도 없이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 “남자아이야! 너무 사랑스럽구나! 어서 안아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