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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나중을 위해 퇴로를 남겨 두어야 한다

  • 그녀의 말을 듣고 윤하는 화난 말투로 말했다.
  • “너더러 평소에 궁중전 같은 걸 많이 보라고 했잖아. 지금 급해졌지? 지금 빨리 메이크업 수정하고, 내가 카톡으로 보낼게!”
  • 말을 마치고 전화를 툭 끊었다.
  • 윤하의 도움이 있어 정율은 마음이 조금 안심이 되었다.
  • 지금 제일 중요한 것은 차분하게 있는 것이였다.
  • 차분해지니 발견한 것이 지금 자신이 오줌이 마려웠다는 것이었다!
  • 일어 서자 핸드폰이 진동했다.
  • 윤하가 보내온 메시지였다.
  • 읽고 난 후 웃음이 나왔다.
  • 밖으로 나와 손을 씻고 있는데 뭔가 조금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 고개를 들어보니 허안안이 옆에서 사나운 표정으로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 가슴을 툭 털고 그녀를 보며 말했다.
  • “깜짝 놀라 죽을 뻔했네! 허 비제이님 심보가 이렇게 독했나요?”
  • 어차피 여기에 사람도 없었으니 말을 조심할 필요가 없었고 말하고 싶은 대로 그냥 뱉어버려도 됐었다.
  • 허안안은 그녀를 쏘아보면서 말했다.
  • “넌 어디서 굴러 온 애송이니? 너 절로 한번 훑어봐봐, 네가 명문가의 며느리가 가당키나 한지? 돈 몇 푼이면 떨어져 나가게 생겨갖곤!”
  • ‘정말 웃기네! 자신이 뭐라도 되는 줄 아나?’
  • 자기가 최시환은 짝사랑하는 거면서, 최시환은 관심도 없어 여자친구까지 데리고 와서 망신을 주려는데!
  • 정율은 원래 잠시 후 테이블에 돌아간 후에 최시환이 보는 앞에서는 조심해서 말하려고 했는데 그녀가 이렇게까지 따라와서 이러니 앞으로 말할 때 시원하게 해도 될 것 같았다.
  • “허 비제이가 상관할 일인가, 이게? 내가 해야 할 말 아닌가? 네가 마음대로 엉겨 붙고 막말해도 상관없는데 주제 파악은 좀 하시지? 아니면 후과가...”
  • 정율은 고의적으로 말을 반만하고 손에서 핸드폰을 들어 버튼을 눌렀다.
  • 허안안도 공인으로서 부정적인 기사가 나오기만 하면 나락으로 떨어지기는 십상이었다.
  • “너 뭐하는거야?”
  • 그녀는 날카롭게 정율에게 물으면서 그녀 손의 핸드폰을 빼앗으려 했다.
  • 그러나 정율이 살짝 피하면서 핸드폰을 다시 사수했고 범연하게 말했다.
  • “내가 이걸 연예부 기자한테 넘기길 바라는 거야?”
  • 그녀는 도발적인 눈빛을 하면서 허안안을 바라보았고 얼굴엔 득이 양양한 기색이 보였다.
  • 인간, 모든 인간은 자신의 약점을 들키면 상대하기 쉬워지지.
  • ‘이 여자가 미친 거 아냐? 아까 그렇게 길게 얘기했는데 전부 다 녹화한 건 아니겠지? 정말 미치겠네!”
  •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데?”
  • 허안안은 낯빛은 엄하였지만 속은 무너진 듯했다.
  • 그녀가 급해하는 것을 보자 정율은 더욱 여유만만하여서 말하였다.
  • “뭐 어쩌려는 건 아니야. 시환 오빠는 내 거야. 니가 탐해서는 안된다고. 오빠가 너 보고 싶어 하지 않으니까, 멀리 떨어져! 아니면 이거 연예부 기자들한테 다 뿌릴 거니까...”
  • 당연히 호락호락하게 굴면 안 됐다.
  • 이미 이 지경까지 왔으니 예의를 차리고 대해도 모자랄 판이니, 그녀는 사실대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 그리고 마지막에 뜸을 들여 상상의 여지를 주었다.
  • 공인으로서 허안안은 이 녹취록이 기자들 손에 들어가면 기사가 어떻게 그녀를 묘사 할지 빤히 보였다.
  • 여자들이면 보통 다 명문가에 시집가고 싶어 한다.
  • 그러나 이 진실한 소원은 겉으로 드러내놓고 말할 수 없고, 누군가 대놓고 말하면 수많은 별표가 그의 몸에 붙는다!
  • 그리고 그런 별표는 가능하게 그녀의 앞으로 직업생활에 크나큰 손해를 입힐 수도 있다
  • 허안안도 당연히 그런 모험적인 일에 도전하려 하지 않았다.
  • “흥, 최시환이 왜 너처럼 얍삽한 여자를 곁에 두는 거지? 넌 네가 그의 곁에 오랫동안 있을 수 있을 거 같니?”
  • 허안안은 몹시 화가 나서 낮은 소리로 울부짖었다.
  • 마치 가슴속에 만 장의 분노가 있는듯했지만 감히 큰소리로 뱉어내지 못했다.
  • 사람 사는 게 사실 쉽지 않다.
  • 당신이 입을 꽉 물어야 다른 사람들에게 삶이 하나도 힘이 들지 않고 우아한 것처럼 보인다.
  • 정율은 잠시 멈칫했다.
  • 그러나 그녀는 알고 있었다.
  • 허안안이 지키고 싶은 것은 명문가의 생활이나 그 배후의 큰 이득이 아니라 단지 자신의 직업일 뿐이라는 것을.
  • “내가 어떤 여자냐고? 시환 오빠랑 얼마나 오래가느냐 마느냐는 우리 둘 사이의 일이야. 아니면 가서 그한테 사정해봐, 계속 후보로 기다리겠다고.”
  • ‘아무도 나를 건드리지 않으면 나도 건드리지 않아.’
  • 허안안이 그렇게 안 좋은 소리를 해대니 정율도 반격에 나섰다.
  • 능력만 된다면 누군가 자신을 건드리기만 하면 배로 고통스럽게 돌려줄 수 있다.
  • 가령 대적할 능력이 없다 해도 최선을 다해서 자신의 존엄을 지킬 것이다.
  • 허안안의 낯색은 그야말로 다채로웠다.
  • 하얗게 질렸다가 파랗게 되였다.
  • 흉포의 기복이 심해졌고 차가운 눈빛으로 정율을 쏘아보며 계속 경멸하듯이 말했다.
  • “흥, 그만 까불어. 너 같은 이름 없는 애송이들을 많이 봐왔어. 그러다가 버려지면 울며 불며 헤매게 될 거야!’
  • 그런 엔딩을 정율이 왜 모르겠는가?
  • 울어도 아무 소용이 없다.
  • 그녀는 불현듯 꼬물이를 데리고 윤하의 집을 찾아갔던 때를 떠올렸다.
  • 다행히 자신이 지금 그런 상황에 처해있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 상황이 악화되어봤자 그깟 직장 하나 잃는 것뿐이었으니 말이다.
  • “그런 네가 상관할 일이 아니고.”
  • 정율은 최대한 담담하게 얘기했다.
  • 그러고는 밖으로 나가려다 다시 고개를 돌려 낮게 말했다.
  • “지금 나랑 같이 들어 갈래? 아니면 조금 있다가 올래?”
  • 만약 정율을 혼자 보내면 그녀와 최시환이 또 어떻게 사랑 표현을 할지 누가 알 텐가?
  • ‘안돼, 같이 가야 돼. 지금 떠난다고 해도 우아함을 잃어서는 안되지. 나중에 또 어떤일이 일어날지 어떻게 알고? 지금 망치지만 않으면 나중에라도 기회는 있을 거야.’
  • 허안안은 이렇게 생각하고 입술에 엷은 미소를 띠면서 가볍게 말했다.
  • “당연히 같이 가야지!”
  • 그녀는 이미 마음의 준비를 마쳤다.
  • 오히려 발걸음을 빨리하여 정율을 앞질러 걸어갔다.
  • 방에 들어오자마자 그녀는 최시환에게 앞질러 말했다.
  • “정말 죄송해요. 정율 씨를 취하게 해서. 근데 지금 많이 괜찮아졌을 거예요. 젊으면 회복이 빨라서 참 좋아요.”
  • 무슨 뜻 일가?
  • 정율은 조금 의외였다.
  • ‘언제 취했지?’
  • 최시환은 얼굴에 의문 섞인 표정을 했다.
  • 한참 나가더니 술이 깼다고?
  • 그 둘이 멍한 표정을 하고 있자 허안안은 또 자신의 말을 이어나갔다.
  • “예전에 했던 프로그램을 해봐서 아는데요,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여자애들 술 깨는 데는 다 그들만의 방법이 있더라고요. 오늘 또 배우네요!”
  • 그녀는 말하면서 시선은 최시환과 정율에게 두었다.
  • 그러고는 최시환은 보면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는 자신의 가방을 들고 자신 있게 말했다.
  • “대표님, 저 먼저 가볼게요. 앞으로 연락 자주 해요.”
  • 그녀는 최시환에게 유흥업소 여자애라는 단어를 박아놓았다.
  • 어떻게 인기 비제이인 자신과 비길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