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 서재에 추가하기

이전 화 다음 화

제5화 심문을 받다

  • 벤틀리는 동쪽 구역을 향해 달렸고 정율은 그곳이 부자 동네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 그녀는 머릿속이 복잡해났다.
  • 박연정은 왜 최시환에게 약을 탔고 무슨 꿍꿍이였던 거지?
  • 생각을 할수록 머리는 복잡해나서 그저 창밖만 뚫어져라 보았다.
  • 이때 차는 개인 집골목으로 꺾어들어갔고 정율은 밤하늘에 비친 맑고 깨끗한 여수호를 알아보았다.
  • 차는 빠르게 근사하게 생긴 독채 별장에 멈춰 섰다.
  • 김명과 장금연은 차에서 내려 최시환을 부축하였고 별장에서는 여하인이 달려 나와 도왔다.
  • “너, 나와!”
  • 기세등등한 장금연은 정율을 노려보며 차갑게 명령했다.
  • 정율은 차에서 내렸고 장금연에게 붙잡혀 마치 죄인이 이끌려가듯이 잡혀 화려한 장식을 한 거실로 끌려들어 왔다.
  • 김명과 그 여하인은 최시환을 부추겨 2층으로 모셨고 정율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집안을 훑다가 장금연이 개인 의사를 부르는 통화 소리에 한 발짝 물러섰다.
  • 장금연을 통화를 마치고 방을 가리키며 정율더러 들어가라고 지시했다.
  • 그러고는 밖에서 문을 잠궈 정율을 갇아놓았다.
  • 그녀는 마치 노동자 방인 것 같은 이 방에서 안심하고 푹신한 침대 옆에 앉아 머리맡에 기대어 두 눈을 감고 명상하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점점 잠이 빠져들고 말았다.
  • “저기! 일어나 봐! 빨리 일어나!”
  • 정율은 장금연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잠이 깼고 손을 들어 눈을 비비적댔다.
  • 장금연은 그녀의 반응이 느리자 하이힐은 신은 발로 정율의 발을 툭툭 쳤다.
  • 정율은 무조건반사적으로 두 눈을 크게 떴고 바로 앉아서 장금연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 장군연은 눈살을 찌푸리며 종정을 경멸하듯 쳐다보았다.
  • “천리에 어긋나는 일을 해놓고 잠이나 자다니! 빨리 따라와!"
  • 천리에 어긋나는 일?
  • 정율은 벌떡 일어났고 장금연은 말을 마치자마자 돌아서서 열린 현관문 쪽으로 걸어가더니 더 이상 그녀를 보고 있지도 않았다!
  • 정율은 장금연의 뒤통수에 대고 이를 악물었지만 곧바로 반격하지 않고 꾹 참으며 침묵했다.
  • 그녀는 임기응변을 하려고 했다.
  • 왜냐하면 아무리 반복적으로 생각해 보아도 왜냐하면 모두 박연정이 최시환을 독방으로 데려오는 일은 매우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였다.
  • 장금연은 정율을 데리고 2층으로 갔다.
  • 오른쪽 첫 번째 방문을 열고 들어가 불을 켜고 바로 상석인 1인용 소파 의자에 앉더니 긴 소파를 가리키며 정율을 앉혔다.
  • 정율은 이곳이 서재인 것을 알고 그녀의 지시대로 앉았다.
  • 장금연은 또 티 테이블 위의 종이와 펜을 가리키며 차갑게 말했다.
  • “오늘 밤에 일어난 일의 모든 경과를 사실대로 적어내!”
  • 정율은 살짝 고개를 돌려 장금연을 보았다.
  • 질문을 하고 싶었지만 그녀가 무슨 낯짝으로 장금연에게 물어본단 말인가!
  • 정율의 빛나는 눈빛에 놀랍게도 섬뜩해 난 장금연은 이 전율을 감추려 하였다.
  • 그때,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더니 문을 열렸다.
  • 김명이 들어오자 두 여인은 동시에 쳐다보았다.
  • 김명은 정율을 바라보면서 장금연에게 물었다.
  • “왜? 아직 경과를 설명하지 못했어?”
  • 장금연은 자기 쪽 사람이 오자 턱을 들어 정율을 향해 소리쳤다.
  • “쓸 거야, 말 거야?”
  • 정율은 입술을 꽉 깨물며 화를 억누르면서 펜을 들어 종이에 쓰기 시작했다.
  • 간단한 몇 줄의 글자 속에 박연정의 이름은 언급되지 않았다.
  • 그녀는 쓸수 있는 내용을 다 쓰고 펜과 종이를 장금연의 앞에 내밀었다.
  • 김명과 장금연은 그 내용을 읽어보고 몇 초 후 저마다 다른 표정으로 정율을 쳐다보았다.
  • “너 우리를 바보로 보는 거야?”
  • 장금연이 먼저 두 눈은 정율을 뚫어져라 보면서 말했다.
  • 김명은 한숨을 쉬더니 낮은 소리로 반은 나긋하게 반은 협박하듯이 말했다.
  • “아가씨, 만약 당신이 사실대로 말해주지 않으면 우리는 경찰에 신고할 수밖에 없어요.”
  • 신고?
  • 정율은 잠시 멍해 있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담담하게 얘기했다.
  • “그래요, 신고하세요!’
  • 정율이 이렇게 당당하게 나올 줄은 몰랐던 김명과 장금연은 이 말을 듣자마자 놀랐다.
  • 이때 문밖으로 발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 정율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봤다.
  • 높고 우뚝 솟은 그림자가 성큼성큼 문으로 걸어 들어왔다.
  • 장금연은 얼른 일어났고 최시환은 곧장 책상 뒤 가죽 의자에 앉아 화살 같은 눈빛으로 정율에게만 물었다.
  • “너 이름이 뭐라고?”
  • “정율이라고 합니다.”
  • 정율은 침을 삼키며 대답했고 시선은 그의 몸을 훑어보고 있었다.
  • 윽, 그의 목에는 아직 그녀가 긁어서 낸 자국이 선명하게 보였다.
  • 최시환은 어, 그의 목에는 그녀가 긁어낸 핏자국이 눈에 띄었다!
  • 그의 얼굴색은 정율의 시선과 함께 냉랭하기 그지없었고 이마 옆 관자놀이가 펄쩍펄쩍 뛰었다!
  • “너 내가 누군지 알아?”
  • 그의 싸늘한 목소리에 곧 폭발할 것 같은 분노가 담겨 있었다.
  • 이 남자의 기세가 너무 세고 맹렬하여 정율은 전혀 그와 눈을 마주할 수 없었고 이빨 사이로 나지막이 말을 뱉었다.
  • “당연히 알죠.”
  • 김명의 몸이 살짝 기웃기웃 거렸고 뭔가 켕기는 듯 정율을 바라보았고 최시환은 이어 말했다.
  • “나를 어떻게 아는 거지?”
  • “...”
  • 정율은 엉겁결에 마른 입술을 핥았다.
  • “정식으로 아는 것이 아니고, 이전에 주간잡지에서 사진으로 본 적이 있어요. 그리고 오늘 오후 면접을 보러 귀 그룹에 갔는데 멀리서 최 대표님을 봤어요.”
  • 아, 그랬군
  • 그는 둘 사이 거래가 들통난 줄 알았다.
  • 김명은 긴장했던 어깨를 풀었다.
  • 최시환의 살기 가득했던 눈이 한츰 나른해졌지만 계속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 “자, 그럼 내가 어제밤 왜 너랑 마주쳐야 했는지, 왜 너한테 이렇게 맞아야 했었는지에 대해 얘기해봐.”
  • “대표님이 어디서 왔는지에 대해서는 저도 몰라요. 제가 문밖에 나갔을 때 차가 멈춰져 있었고 대표님이 뒷좌석에 앉아있는 걸 봤어요.”
  • 정율은 최대한 자세히 설명하려 했다.
  • “두 눈을 파랗게 뜨고 거짓말을 하네!”
  • 옆에 있던 장금연이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
  • 그녀는 화난 표정으로 정율을 쳐다보았다.
  • “요즘 세상에 CCTV랑 블랙박스가 있다는 걸 모르나?”
  • 정율은 진지하게 그녀를 돌려보고 말했다.
  • “장 비서님, 만약 CCTV랑 블랙박스가 진실을 알려줬다면 왜 굳이 저한테 진실을 묻는거죠? 제가 무슨 도리에 어긋나는 일을 한거라고 여겨지신다면 왜 신고를 안 하시는 거죠?”
  • “너!”
  • 장금연은 정율의 돌직구에 말문이 막혔다.
  • “됐어!”
  • 최시환은 적절한 시기에 말했다.
  • “둘은 먼저 밑으로 내려가 있어. 내가 단독으로 물어볼 테니까.”
  • “알겠습니다. 대표님.”
  • 김명과 장금연은 동시에 인사를 하고 또 정율에게 경고의 눈빛을 날린 뒤 문을 닫고 나갔다.
  • 최시환은 걸상에 기대여 한쪽 팔을 걸터앉고 두 손가락으로 날카로운 턱 선을 만지며 맑고 서늘한 눈빛과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정율을 쳐다보았다.
  • “어떻게 우리 환성 그룹의 채용 모집 광고를 알게 되었지?”
  • 그의 강한 압박력은 정율을 오싹하게 만들었고, 그녀의 손바닥은 땀으로 범벅이 된 느낌이었다.
  • 그런데 그녀는 절대 박연정이 알려준 것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
  • “신문에서 채용 모집 광고를 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