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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여자친구를 데리고 소개팅을 가다

  • 최시환은 그저 층수가 바뀌는 데에 집중하면서 낮은 소리로 말했다.
  • “그럼 네가 정리해 줘.”
  • 그녀는 다시 그에게 다가가서 넥타이를 정돈하고 옷가지를 평평하게 정돈했다.
  • 이때 띵! 하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밖에는 김명과 장금연이 서있었다.
  • 두 사람은 긴장한 듯 소리 질렀다.
  • “대표님!”
  • 이와 동시에 그들은 두 눈을 크게 떴다.
  • 왜냐하면 최시환과 정율이 가까이에 붙어있는 자세가 너무 애매모호했기 때문이다.
  • 정율은 당연히 장금연의 쏘아보는 눈빛을 알아차리고 재빨리 손을 거뒀다.
  • “그들한테 엘리베이터 점검 잘 하라고 해!”
  • 최시환은 김명에게 지시하고 커다랗고 곧게 뻗은 몸을 돌려 앞으로 걸어나갔다.
  • 그들이 공손히 대답하는 소리가 들린 후, 정율은 최시환을 뒤따라 갔다.
  • 차도로 옆에는 기사가 벤틀리를 끌고 와 기다리고 있었고 두 사람을 안전하게 차에 앉게 하다.
  • 가는 길에 정율은 몇 번이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최시환의 심기를 건드릴까 두려워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 빠르게 목적지인 ‘시크릿 클럽’에 도착했다.
  • 정율은 이 클럽을 들어는 봤으나 가본 적이 없었다.
  • 이곳은 회원제 고급 클럽이어서 입회 문턱이 높아 웬만한 사람은 돈이 있어도 드나들 수 없다는 것은 그녀는 알고 있었다.
  • 차가 멈추고 곧바로 직원들이 정성스럽게 와서 그들을 위해 차 문을 열었다.
  • 최시환과 정율은 각자 차에서 내렸고 그는 팔을 굽혀 신사 팔을 하며 말했다.
  • “팔짱 껴.”
  • 정율은 순순히 그의 팔에 팔짱을 꼈고 두근거리는 가슴을 억누르고 애써 차분하게 미소를 지으며 그와 함께 로비로 걸어 들어갔다.
  • 그녀는 파티에 온 줄만 알았지, 기다리는 사람 중에 대스타와 슈퍼모델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구체적으로 뭘 하라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 심각한 얼굴을 한 그를 노려보고 그녀는 침을 삼켰다.
  • 그래, 자신을 꽃병처럼 여기자!
  • 직원들은 두 사람을 데리고 '로즈 룸'이라고 적힌 귀빈실 앞으로 가 문을 두드렸다가 문을 열고 공손히 손짓을 했다.
  • “두 분 들어가시죠.”
  • 이렇게 큰 귀빈실에서 아름다운 여자 소리가 들려왔다.
  • “최 대표님.”
  • 그리고 가녀린 발소리가 들려왔다.
  • 최시환은 정율을 데리고 들어왔고 바로 청순한 얼굴과 마주 서있었다.
  • 정율은 스타를 좋아하지 않지만 한눈에 지금 눈앞에 서있는 여인이 인기 비제이 허안안이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 이 미녀 비제이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인기가 많고, 매서운 스타일에 때로는 엉뚱할 때도 있고 요즘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있었다.
  • 오죽하면 최시환이 그녀에게 미리 귀띔을 했겠는가.
  • 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3초나 지나서야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
  • 분명히 그의 팔에 미인이 팔짱을 끼고 온 것을 보고, 허안안은 약간 놀랐지만, 일초만에 그녀의 입술은 이미 옅은 웃음으로 바뀌었다.
  • “최 대표님, 빨리 앉으세요.”
  • 이 소개팅 장소는 최시환의 어머니가 미리 정해놓은 것이었다.
  • 한 사람이 더 오게 된 것은...
  • 허안안은 침착하게 지켜보면서 충동적으로 나오지 않았다.
  • 최시환은 고개를 끄덕였고 손으로 정율의 손을 끌어당겼다.
  • “허 비제이님, 안녕하세요. 먼저 소개해드릴게요. 이분은 저의 여자친구 정율이에요.”
  • 그는 침착하게 설명했고 표정은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 민망한 정율은 계속해서 굳어버리기 직전인 얼굴에 애써 미소를 유지하며 허안안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며 손을 내밀었다.
  • “허 비제이님, 안녕하십니까. 만나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 허안안은 앞에 뻗은 그 하얀 손을 눈을 떨구어 노려보았고 눈 밑에서 진한 산분이 일었다.
  • 그녀는 숨을 두어 번 심하게 쉬어야만 진정할 수 있는데, 이 동작은 몸매의 큰 굴곡을 드러내게 했다.
  • 마음을 잘 조절하고 그녀는 최대한 담담하게 말했다.
  • “아, 최 대표님의 매력은 어디까지인가요? 옆에 여자친구가 많으니 아무나 데리고 오시고.”
  • 한마디 말은 바로 여자친구의 신분을 여성 친구로 떨어뜨렸고 그녀는 유유히 자리에 앉으며 정율의 손을 만지지 않았다.
  • 정율은 허탕친 손을 다시 거두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 파티가 아니라 맞선 자리였다니!
  • “허 비제이님, 율이는 아무렇게나 막 끌고 올수 있는 여성 친구가 아니라 제 생활 비서를 겸하고 있는 제 여자친구입니다.”
  • 최시환은 고의적으로 강조하면서 말했다.
  • 그는 허안안의 심기를 건드리려 다시는 만나 자신을 귀찮게 하는 일이 없게 하려고 했다.
  • 그러나 허안안에게 먹히지 않았고 그녀는 일말의 희망도 놓치지 않고 백 번의 노력으로 최시환과 어찌해보려 했다.
  • 아무튼 유정 사모님께서 직접 마련해 주신 맞선 자리이니 그도 오기 싫었어도 왔을 테고, 그녀가 마음을 단단히 먹고 끈을 조이면, 이후에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큰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 “괜찮아요. 최 대표님이 어떤 친구를 데려오던지 다 상관 없어요. 앉으세요. 사모님께서 대표님이 모첨 녹차를 좋아한다고 하셔서 제가 이미 시켜놨어요. 메뉴도 사모님이 이미 입맛에 맞게 주문해 놓았으니 곧 나올 거예요.”
  • 허안안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 최시환은 그녀가 물러나지 않는 모습을 보이자 우선 정율에게 자리를 마련해 주고는 자신도 앉으며 비웃는 말투로 말했다.
  • “허 비제이님 아량이 넓네요. 대단해요.”
  • “최 대표님처럼 멋있는 분한테 맞는 짝이 되려면 당연히 그래야죠.”
  • 허안안은 지지 않고 대꾸하였다.
  • 한쪽에 묵혀진 정율은 속으로 감탄했다.
  • 여자가 남자에게 구걸해서 결혼하면 정말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 그녀는 마음속으로 이 인기 여자 비제이를 우러러보았지만 이제는 연민하게 되었다.
  • 수십 명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큰 귀빈실 안에 잠시 침묵이 흘렀고
  • 방 중앙의 유일한 테이블에는 그들 세 사람만 앉아있었고 먼가 허전했다.
  • “아니면, 먼저 음식을 올리라고 하죠.”
  • 허안안이 먼저 정적을 깼고 종업원을 부르는 벨을 눌렀다.
  • 문밖에서 바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고 직원이 들어와서 음식을 준비해드릴지에 대해 물었고 대답을 들은 후 그들에게 차를 따랐다.
  • 잠시도 쉬지 않고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미리 준비한 음식을 배달해 왔다.
  • 최시환은 테이블위의 음식을 보았다.
  • 과연 모두 그가 좋아하는 것들이었다.
  • 그렇다 해도 그는 호감도 없는 낯선 여인과 같이 밥을 먹기가 싫었다.
  • 몸을 기울여 정율의 귀 옆으로 다가가 둘만 들는 목소리로 말했다.
  • “여자친구의 신분으로 저 여자를 좀 처리해봐.”
  • 최시환은 자신이 어떤 말을 해도 허안안을 물러나게 할 수 없다는것을 알고 자신의 여자친구 역할을 맡은 정율에게 맡겼다.
  • 이런 일도 해결하지 못한다면 400만 원의 월급을 가질 자격이 없었다.
  • 정율은 고개를 약간 돌려 그를 돌아보았다.
  • 그녀의 눈매가 약간 커졌고 그의 눈빛은 굳세게 그녀의 눈 밑을 바라보았다.
  • 이 일을 계속하기를 원한다면 반드시 그의 말대로 해야만 한다!
  • 그녀는 순간 알아차렸고 그를 향해 눈을 깜빡거리고는 입을 꽉 물었다.
  • 그래! 내가 어떻게 떼어내는지 보여주지!
  • 둘이 귓속말을 하며 서로 ‘그윽’하게 바라보는 모습은 보고 허안안은 속으로 분노가 치밀려 올라왔지만 하나의 생각이 뇌리를 스치며 갑자기 계책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