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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그가 미쳤나 봐

  • 갑자기 자동차 엔진 소리가 길목의 방향에서 들려왔고 벤틀리 한 대가 현관문까지 와서 멈추었다.
  • 운전석에 앉은 사람은 박연정이었다.
  • 그리고 뒤... 뒤에 남자 한 명이 비스듬히 기대앉아있었다.
  • 정율은 다급히 대문을 열어 맞이하였다.
  • 박연정은 차에서 내린 후 차 뒷문을 열어 그 남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 “빨리, 이 사람 좀 같이 데리고 방으로 가자.”
  • 정율은 응했고 그녀를 도와 그 남자를 꺼내려는데 박연정의 핸드폰이 울렸다.
  • 박연정은 한마디 욕을 하고 핸드폰을 들고 길옆으로 가서 받아들었다.
  • 정율은 고개를 숙여 그 남자를 훑어보았다.
  • 음?!
  • 이 이목구비가 뚜렷한 준수한 외모, 최시환이 아닌가?
  • 정율은 이끌리듯 그에게 다가가 쳐다보았다.
  • “물... 나 물 좀 줘...”
  • 최시환은 두 눈을 감은 채로 낮게 중얼거렸다.
  • 얼굴은 불긋했다.
  • 최시환이 박연정의 현 남자친구인가?
  • 정율은 의문이 찬 눈빛으로 힘없이 축 늘어진 그를 보면서 또 고개를 돌려 전화기 너머 사람과 다투고 있는 박연정을 바라보았다.
  • 박연정은 분명 첫사랑 남자친구와 계속 헤어졌다 만났다를 반복하면서 계속 사귀고 있었다.
  • 지금 다투며 격분된 감정으로 통화하는 것을 보니 분명 남자친구와 다투고 있는 거 같았다.
  • “너 기다려! 바로 갈 테니까!”
  • 차가운 여자 박연정은 나지막이 소리를 지르며 전화를 끊고 하이힐을 신은 채 돌진해 왔다.
  • "자기야, 나 잠깐 나가야 해서 이 남자 먼저 집 안으로 들여놔. 부탁해!"
  • 말을 마치자 뒤돌아 길목으로 달려갔다.
  • “아니, 잠깐 이리 와 봐—-“
  • 정율은 소리 지르며 박연정을 불렀다.
  • 그러나 박연정은 이미 택시를 잡았고 그녀의 고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차에 올라타고 갔다.
  • 땀에 젖은 손이 갑자기 정율의 손목을 잡았다.
  • 최시환은 새빨간 눈을 뜨고 중얼거렸다.
  • “물, 물 줘!”
  • “네네.”
  • 정율은 주변을 둘러보고 차 안의 주머니에서 생수 한 병을 꺼내 뚜껑을 열어 그의 손에 쥐여줬지만 그가 물을 스스로 마시지 못하는 것 같아 병 아가리를 입에 넣어 따랐다.
  • 최시환은 몇 모금 마시더니 두 눈은 조금 안정을 되찾은 채 종정을 바라보고 있었다.
  • “더 마실래요?”
  • 정율은 물병을 들며 말했다.
  • 최시환은 움직이지 않고 그녀를 뚫어져라 보았다.
  • 그녀는 머쓱하여 병뚜껑을 비틀어 주머니에 넣은 후 몸을 돌려 그에게 말했다.
  • "자, 제가 부축해서 집으로 들어갈게요."
  • 말이 끝나자마자 남자의 큰 두 손이 그녀의 목을 감쌌고 이내 그녀를 차 안으로 끌어들였다.
  • 정율은 소리를 질렀고 그녀의 여린 몸은 그에게 꽉 안겨버렸다.
  • 그는 미친 듯이 머리를 숙여 그녀의 목을 깨물었다.
  • ‘뭐지? 미친 거 아니야?’
  • 정율은 안간힘을 다 썼지만 두 손은 그에게 잡히고 말았다.
  • 최시환은 이내 그녀의 두 볼을 움켜쥐고 그녀의 꽉 다문 입술을 벌렸고 뜨거운 혀가 남성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 모든 소음을 삼켜버린 듯했다.
  • 아무리 소리쳐도 소용없던 그녀는 한 손을 들어 그를 때릴 수 있는 것을 찾으려다 뒷좌석 위의 크리스털 볼 장신구를 쓸어내 금세 움켜쥐고 그의 뒤통수를 쳤다.
  • 두 눈이 번쩍 뜨인 최시환은 낮게 신음소리를 냈다.
  • 거대한 몸이 의자에 축 늘어졌다.
  • 정율은 빠른 속도로 차에서 나왔다.
  • 펑!
  • 그녀는 힘껏 차 문을 닫고 씩씩 숨을 쉬었다.
  • 누군가가 분명 최시환에게 약을 탄 게 분명했다.
  • 그 누군가가 박연정일 가능성이 제일 컸다.
  • 그러면 어떻게 최 대표님을 처리해야 할가?
  • 박연정이 그녀더러 그를 집안으로 데리고 가라고 했지만 정율은 그가 또 자신을 덮칠가봐 끌고 가고 싶지 않았다.
  • 윙윙!
  • 어찌할 바를 몰라 할 때 전화가 울렸다.
  • 정율은 핸드폰을 들고 나오지 않았으니 핸드폰의 울림이 아니었다.
  • 그럼...
  • 그녀는 주위를 두리번 대며 찾아보더니 땅바닥에 검은색 핸드폰이 놓여있었다.
  • 스크린에는 ‘장금연’이라는 세글자가 보였다.
  • 받아? 말아?
  • 정율은 손가락을 물어뜯으며 고민하다가 결국 받기로 결심했다.
  • 전화가 거의 끊길 무렵에 받아들고는 낮은 소리로 말했다.
  • “여보세요?”
  • “누구세요? 이거 저희 대표님 핸드폰인데요.’
  • 장금연은 의문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 정율은 순간 말문이 막혔고 오해를 살 가봐 자신의 이름을 말할지 말지 고민하였다.
  • “여보세요. 말하세요. 저희 대표님 핸트폰을...”
  • “... 장비서님, 저예요. 정율. 오늘 아침 저를 면접 보셨잖아요.”
  • 정율은 하는 수없이 자신이 누구인지를 밝혔다.
  • “아, 너였어?”
  • 장금연은 소리를 높여 말하다가 잠시 멈칫하더니 낮은 소리로 말했다.
  • “최 대표님 지금 거기에 있어? 주소 알려줘. 지금 바로 갈 테니까.”
  • 정율이 주소를 알려주자마자 전화가 끊겨버렸다.
  • 아이참! 오늘 온종일 힘들었는데 대 저녁까지 이렇게 시달릴 줄이야.
  • 정율은 주먹을 꽉 쥐면서 이따금 차 안을 두리번거리면서 장금연의 물음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이미 생각해 두었다.
  • 반 시간이 흐른 뒤, 장금연과 김명이 도착했을 때 정율은 평정심을 잃지 않고 도끼눈을 뜬 그들을 맞이했다.
  • 최시환의 뒤통수의 상처를 본 후 김명은 날뛰며 정율에게 물었다.
  • “그쪽이 이렇게 만든 거야?”
  • 정율은 침을 삼키며 말했다.
  • “저분이 물을 달라 하시길래 물을 따라줬죠. 그런데 저분이 갑자기 저를 덮치더라고요.”
  • “대표님이 너를 덮쳤다고?”
  • 장금연은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
  • “네가 대표님한테 약을 타서 그런 거잖아!”
  • “제가 약 탄 거 아니에요!”
  • 정율은 두 눈을 부릅 뜨며 부인하였다.
  • 김명은 계속해서 물었다.
  • “그러면 대표님이 왜 여기 계시는 데?”
  • “몰라요. 아무튼 제가 나왔을때 저분은 계속 이 차 안에 있었어요. 제가 누군지 알고 또 상태가 안 좋아 보여서 물을 드렸을 뿐이라고요. 이렇게 간단해요.”
  • 정율은 할 수 있는 말은 다 하고 할 수 없는 말은 모두 얼버무렸다.
  • 매우 의리 있게 박연정의 말은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 “댔어요! 그만 말하고 그냥 경찰에 신고합시다.”
  • 장금연은 이를 갈며 말했다.
  • “안돼!”
  • 김명은 단호하게 장금연의 제의를 거절했다.
  • 그의 고뇌를 장금연은 알 수 없었다.
  • 이게 무슨 악연이란 말인가!
  • 그는 3년이나 지나서 최시환과 정율이 다시 만날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두 번이나 우연히 만나게 되고, 그것도 이런 상황에서 만나다니!
  • “그...그럼 일단 이 사람 데리고 가서 대표님이 깨시면 처단하시게 해보는 건 어때요?”
  • 장금연은 잠깐 망설이다가 다시 제의하였다.
  • “응. 그게 좋겠어!”
  • 최시환이 깨어나면 정율을 어떻게 처단하든 간에 그들이 상관할 바는 아니었다.
  • 장금연은 정율에게 시선을 돌리고는 말했다.
  • “우리랑 같이 가자! 아니면 흉흉하게 죽을 수도 있어!”
  • 이런 협박이 정율을 겁나게 하지 못했지만 그들을 따라가지 않으면 안 됐다.
  • 정율은 순순히 벤틀리의 조수석에 앉았고 머리를 숙여 시동을 거는 김명을 바라보면서 뒷좌석에서 최시환을 보살피는 장금연을 모습을 보려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