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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의문투성이

  • 키를 맡기고 정율이 아파트 단지 대문에 나오자 최시환의 벤틀리가 도로변에 멈춰서 있는 것이 보였다.
  • 차는 빠르게 그녀를 환성 그룹 본사 사옥에 데려다주었고 기사님은 최시환에게 전화를 걸었다.
  • “대표님, 정 아가씨께서 도착했습니다.”
  • “하던 대로 해.”
  • 최시환은 담담하게 지시했다.
  • 기사는 전화가 끊긴 후에야 정율이 차에서 내리도록 도왔다.
  • 이때 장금연이 나타나 정율에게 다가와 그녀의 차림을 쭉 훑더니 경멸의 말투로 말했다.
  • “왜 이렇게 입고 왔어? 넌 파티에 가야 돼!”
  • 최시환이 통화할 때 어떻게 입어야 하는지를 말하지 않았고 정율은 또 본인이 생각하기에 제일 괜찮은 옷을 입었다고 생각하면서 해명하듯이 말했다.
  • “대표님이 파티에 간다고 안 하셨어서 저는...”
  • “아무리 그래도 이런 아무 옷이나 입고 사람을 만나러 오나?”
  • 장금연은 적대의 눈빛으로 정율을 빤히 쏘아보았다.
  • ‘흥! 이 여자 도대체 무슨 수법으로 대표님을 다치게까지 해놓고 생활 비서로까지 된거지!”
  • 장군연의 일그러진 눈빛을 본 정율은 여성의 육감을 바탕으로 장금연이 자신에 대한 질투심이 자주 표출되는 것을 눈치챘다.
  • 허!
  • 장금연이 최시환을 짝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다.
  • 하지만 지금은 충동적일 때가 아니라 끝까지 참아야 한다는 걸 알았다.
  • 속으로는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하는 수없이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 “따라와!”
  • 그녀는 말하고는 몸을 돌려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
  • 정율은 화를 가슴속에 감춰두고 작은 걸음으로 따라갔다.
  • 둘은 꼭대기 사무실 구역의 한 방으로 들어갔다.
  • 장금연은 바로 벽 옆의 큰 옷장 문을 열었고 그중에서 하나의 옷을 집어 들고는 정율에게 뿌려던지며 냉랭하게 말했다.
  • “가져가서 갈아입어. 5분의 시간밖에 없어.”
  • 정율은 의문이 가득했지만 자신이 장금연에게 질문한다 해도 그녀가 답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곧장 화장실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거울을 보며 머리도 정리하였다.
  • 똑똑!
  • 장금연이 문을 두드리며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
  • “시간 다 됐어!”
  • 정율은 하는 수없이 자신의 짝퉁 가방을 들어 문을 열고 나왔다.
  • 그러자 장금연은 두 팔을 괴고 차가운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 “가자!”
  • 말하고는 일관적으로 먼저 앞질러 나갔다.
  • 정율은 조용히 그녀의 뒤를 따랐다
  • 이렇게 넓은 층이었지만 직원들이 다 퇴근한 뒤라 모든 방문은 다 굳게 닫혀있었다.
  • 최시환 대표 사무실 앞에 도착하자 장금연이 걸음을 멈추고 서서 몸을 돌리더니 분노의 눈빛으로 정율을 보고는 가볍게 문을 두드렸다.
  • 방안 사람의 동의를 거친 후 그녀는 문을 열었고 공손하고도 부드럽게 말했다.
  • “대표님, 정 아가씨께서 준비가 끝났습니다.”
  • “응, 들어오라고 해.”
  • 최시환은 고개도 들지 않고 눈은 계속 컴퓨터 화면을 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
  • “장 실장, 오늘 회의 내용을 잘 정리해서 내 메일로 보내줘!”
  • 장금연은 대답하고 여전히 원한이 가득 찬 날카로운 눈빛으로 정율을 쏘아보고는 그녀의 어깨를 스쳐지나 방을 나갔다.
  • 그녀는 여전히 이해가 안 갔다.
  • 이렇게나 별로인 여자가 어떻게 최시환의 주의를 끌었던 거지?
  • 운이 좋으면 보지 말아야 할 것은 보지 않게 된다!
  • 정율은 장금연의 눈빛을 무시해버리기로 하고 숨을 한번 들이 마시고 문을 열어 사무실 책상 앞에 서있었다.
  • “대표님.”
  • 최시환은 그제야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았다.
  • “어, 넌 나랑 어디 가야 해. 협조 잘해줘야 돼. 계속 웃고 말 안 해도 되면 굳이 말하려 하지 마.”
  • 그의 목소리는 담담하지만 끌어당기는 힘이 있어 사람의 귀를 다림질하는 느낌이다.
  • 정율은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대답했다.
  • “네.”
  • 최시환의 눈은 다시 노트북 화면으로 향했고 마우스는 저장 버튼을 눌렀다.
  • “가방 가져와서 넣어.”
  • 정율은 옆에 컴퓨터 가방이 있는 것을 보고 가져와 노트북의 전원을 끄고 가방에 넣었다.
  • 최시환은 구석의 옷걸이에서 양복을 꺼내 입고는 문쪽으로 걸어갔다.
  • “빨리 따라와.”
  • 정율은 급히 가방을 들고 최시환의 뒤를 따라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다.
  • “조금 있다가 아무리 대스타나 슈퍼 모델이 있다 해도 너무 호들갑 떨지 마. 담담하게 미소만 유지해.”
  • 최시환은 미리 정율에게 예방 차원의 지시를 내렸다.
  • “네. 알겠습니다.”
  • 그녀는 스타를 좋아하는 일도 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여 스타를 좋아해 본 적이 없다.
  • 집안 망한 후, 매일 생활을 위해 여기저기 힘을 써가며 찌들어 살고 있는데 덕질을 할 정신이 어디 있겠는가!
  • “옷 좀 정리해줘.”
  • 최시환이 말했다.
  • “네?”
  • 정율은 놀라듯이 답했다.
  • 그의 말은 항상 어디로 튈지 몰라서 그녀가 어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 최시환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며 더 강하게 말했다.
  • “못 알아듣겠어?”
  • “아, 아니요.”
  • 정율은 연신 고개를 흔들며 부인했고 몸을 돌려 그와 얼굴을 맞대고 서서 그의 옷매무새를 정리해 주었다.
  • 그의 넥타이가 조금 비뚤어져 있었고 양복이 조금 꾸깃해 있었다.
  • 그녀는 조금은 서툰 손짓으로 하나하나 다 정리해 주었다.
  • 이때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흔들리더니 멈춰섰고 불빛도 순식간에 꺼졌다.
  • “아!”
  • 정율이 놀라 소리 질렀고 그녀의 온몸은 떨리기 시작했다.
  • 집안이 안 좋은 일을 당한 후 그녀에게 남겨진 후유증 하나가 바로 낯선 곳에서 불빛이 없으면 공포에 떨며 어찌할 바를 모르는 것이었다.
  • 최시환의 강력한 힘의 팔이 그녀를 품으로 끌어당겼고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 “겁내지 마!”
  • 그는 재빨리 핸드폰을 들어 구조 전화를 걸었다.
  • 정율은 계속 벌벌 떨고 있었고 최대한 몸을 그 따뜻한 곳으로 밀어붙였다.
  • 처음에는 한 손으로 그녀를 앉고 있던 최시환은 그녀가 너무 심하게 떨고 있는 것을 보고 자연스레 그녀를 자신의 품에 안았다.
  • 따뜻한 온기와 짙은 남자의 향기가 섞인 향기가 나자 정율의 내면의 두려움이 서서히 사라지고 그의 침착함이 그녀를 한결 낫게 했다.
  • “대표님, 두 분 괜찮으십니까?”
  • 엘리베이터 밖에서 물음의 소리가 들려왔다.
  • “사람은 다친데 없어. 빨리 문 열 방법을 생각해서 우리가 나올 수 있게 해.”
  • “네! 대표님. 먼저 핸드폰으로 손전등을 켜시면 좋을 것 같아요.”
  • 전문가가 귀띔해 주었다.
  • 원래 사람은 불빛이 있는 곳에 있으면 공포감을 느끼지 않게 된다.
  • 최시환은 한 손으로 정율을 끌어앉고 한 손으로 핸드폰으로 손전등 기능을 열었다.
  • 비좁은 엘리베이터 안에 불빛이 들어오고 정율은 용기가 다시 자신에게 생기는 것을 느꼈고 이내 정신이 서서히 맑아졌다.
  • 그런데 세상에, 그녀가 최시환의 옷자락을 꽉 움켜지고 그의 품에 안겨있다니!
  • 재빨리 손을 떼고 그에게서 벗어나 옆으로 옮겨 섰다.
  • 심장의 움직임은 빨라졌고 혈액의 운행속도가 빨라졌고 얼굴은 불덩이처럼 뜨거워났다.
  • 이때 엘리베이터의 등이 밝아졌고 엘리베이터도 작동이 되었다.
  • 정율은 애써 고개를 들어 보면서 자신의 난처함을 숨기려 했지만 안타깝게도 자신 때문에 주름져버린 최시환의 옷을 보고 어눌하게 말했다.
  • “대표님, 대표님 옷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