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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강진우와 김 비서

  • 진현은 말문이 턱 막혀버리고 말았다.
  • [강진우라고 했지? 감히 진한 그룹의 대표에게 무례하게 굴어? 네가 무슨 근거로 그렇게 횡포를 부리는지 좀 보자.]
  • 그러자 진현은 어리둥절했다.
  • ‘뭘 본다는 거야?’
  • [아, 그렇군. 강 이사님은 이사회에서 지위가 가장 높아서 진현이랑 맞먹을 정도야. 강진우가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고, 진현이 정말 훌륭하지 않았다면, 진선규가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을 때, 강 이사는 정말 자신의 아들을 대표 자리에 앉힐 생각이었어. 어쩐지 강진우가 진현 앞에서 자신의 위치를 헷갈려하더라니?]
  • 진현은 이번에 정말 놀랐다.
  • ‘분명히 소희는 전에 진한 그룹의 회삿일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었는데 어떻게 갑자기… 그리고, 강진우가 무슨 근거로 횡포를 부리는지 본다고? 심지어 소희가 사무실에서 나온 후에 김 비서가 사무실을 드나들었다는 것을 그녀가 알 리가 없는데… 역시 무슨 문제가 있는 게 확실해.’
  • [악. 아아아아.]
  • 소희의 갑작스러운 비명에 진현은 깜짝 놀랐다.
  • ‘또 뭘 본 거야?’
  •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강진우가 김 비서를 다시 한 번 옹호하는 말을 건성으로 듣고 있었다.
  • [어쩐지 나를 저렇게 겨냥하고 김 비서를 감싸더라니… 강진우는 김 비서를 좋아하는 거였어. 하하하, 게다가 김 비서의 마음을 사로잡으려고 무지 애를 쓰고 있잖아? 정말 웃겨.]
  • 그 말에 진현은 깜짝 놀랐다.
  • ‘강진우가 김 비서를 좋아한다고? 애를 쓰고 있다고? 어떻게 애를 쓰고 있다는 거지?’
  • [매일 아침, 점심, 저녁마다 안부 메시지를 보내고, 비가 올 때 잊지 말고 우산을 챙기라고 일러주고, 추울 때 옷을 많이 입으라고 하고… 김 비서는 한 번도 답장하지 않았는데 2년이나 쫓아다녔다니… 정말 끈기가 있다니까?]
  • 이런 소식에 진현은 그런 끈기를 일하는데 사용하라고 일러주고 싶었다.
  • [어느 한 번은 김 비서가 그저 무심결에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 물건을 사기 위해 파리로 갔다가 열이 나서 쓰러지기까지 했어. 선물을 받은 김 비서가 그저 따뜻한 물을 많이 마시라는 말에 몰래 운 적도 있다니… 정말 지극 정성이라니까?]
  • ‘그 정도 정성을 가지고 일하면 얼마나 좋아?’
  • 진현이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 [한밤중에 김 비서의 집 아래층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기도 해서 같은 아파트에 사는 주민이 경찰서에 신고해 경찰에 잡혀가기도 했어. 김 비서가 그를 데리러 가지 않아 결국 강진우가 스스로 방법을 강구해서 빠져나왔어. 그러고는 김 비서한테 잠자는데 방해해서 미안하다고 사과까지 하고… 그나저나 사과까지 하는 걸 보면 무서울 정도로 섬세한데?]
  • ‘그런 사람이 왜 업무를 하면서 그렇게 많은 실수를 저지르는 거야? 섬세한 마음으로 업무를 보면 안 되는 거야?’
  • [또 있어.]
  • ‘뭐? 또 있다고?’
  • 진현은 깜짝 놀랐다.
  • [김 비서를 좋아하게 된 후로는 다른 여자를 한 번도 거들떠 보지 않았어. 김 비서의 사진을 보면서 한 밤중에… 윽 구역질나와. 이런 건 알려주지 말란 말이야. 난 다른 사람의 사생활에 관심 없어.]
  • ‘구역질이 나온다고?’
  • 한편, 지금 그들 앞에서 당당하게 말하고 있는 강진우는 자신의 사생활이 소희에 의해 발가벗겨진 줄도 모르고 있었다. 그는 그저 자신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눈빛이 묘하다고만 생각했다.
  • 그 미묘함 속에 일말의 동정과 한이 서려 있었다.
  • [하하하하, 알고보니 모두 강 이사가 지은 죄였군.]
  • 진현은 한껏 의아해했다.
  • ‘이 일이 강 이사와 무슨 상관이 있지? 잠깐. 아까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하려고 했었지?’
  • 진현의 머릿속은 아주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결국, 소희의 목소리에 관심을 빼앗겨버렸다.
  • 가십거리는 아무리 진지한 사람이라도 감당할 수 없는 유혹이었다.
  • [처음엔 강 이사가 대표 자리를 빼앗긴 것에 굴복하지 않아 강진우에게 김 비서 옆에 있으면서 그녀를 떠보라고 시킨 것인데 그의 그런 결정으로 인해 아들이 김 비서를 좋아하게 될 줄은 몰랐겠지? 하하. 그리고, 지금 이 일에 있어서도 아들을 지지하고 있는데, 아들이 다른 직원들의 인심을 얻는 줄 알고 그의 체면을 세워주려는 게 아니야?]
  • 한편, 강진우 뒤에 태산처럼 굳건히 서 있던 강 이사는 갑자기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진현이 굳은 눈빛을 드리운 채 그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 순간, 강 이사는 의기양양해져서 가슴을 펴고 배를 내밀었다.
  • ‘보아하니 이 일은 진 대표가 확실히 내세울 다른 이유가 없는 것 같군. 그의 계획이 우리 아들에 의해 수포로 돌아갔어. 이번 기회에 김 비서를 우리 쪽으로 데려올 수 있을지도 몰라. 흥. 앞으로 누가 내 아들을 집안 망신을 시키는 망나니라고 말하는지 한 번 두고보자고.’
  • “이봐요. 진 대표님. 정말 저 여자 때문에 김 비서를 괴롭히려는 겁니까?”
  • 강진우는 진현이 계속 아무런 반응도 없자 참지 못하고 화를 버럭 질렀다.
  • “잊지 마세요. 오직 소희 씨만이 그 회사의 부사장과 만남을 가졌어요. 사진도 있고 동영상도 있다고요.”
  • 소희 덕분에 갑자기 너무 많은 정보를 얻게 된 진현은 서둘러 기침을 하고 심각한 눈빛으로 소희를 바라보았다.
  • “왜 그 사람이랑 만난 거야?”
  • 지난번에 소희에게 물었을 때, 소희는 전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었다.
  • 이번에 진현은 소희가 협조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다른 방법을 통해 진실을 알 수 있다고 생각했다.
  • 소희는 두 눈을 깜빡이며 일이 번거로워졌다고 생각했다. 진현이 정말 끝까지 조사할 줄은 미처 몰랐다.
  • 품행 면에서 진현은 아주 훌륭했다. 그는 누구에게도 누명을 씌우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