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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앞으로 당신에겐 내가 있어요

  • “내가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건 내가 당신을 도울 수 있다는 거죠.”
  • 박승연이 손가락으로 가볍게 단추를 끼우며 차분하고 느긋하게 서윤을 바라봤다.
  • 서윤은 순간 위기의식을 느꼈다. 직감이 그녀에게 이 남자는 절대 간단하지 않다고 알려주고 있었다.
  • “난 당신의 도움은 필요 없어요.”
  • “그래요? 그럼 서윤 씨는 어제 이곳에 와서 술을 퍼마신 이유는 뭐죠? 남자친구가 당신의 형부가 되고 부모님은 당신을 믿지 않고 있잖아요. 당신은 지금 화살 받이가 되어있어요. 오늘의 톱 기사를 읽어보지 않을래요?”
  • “그래도 당신과 상관없는 일이에요.”
  • 서윤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 “어제 저를 구해준 건 정말 고마워요.”
  • 서윤이 이불을 열고 침대에서 내려와 두리번거리며 자기 옷을 찾았으나 결국 찾지 못했다.
  • “이봐요!”
  • “박승연.”
  • 박승연은 여유롭게 벽에 기대 오만방자하게 약간 당황해하고 있는 서윤을 바라봤다.
  • “제 이름입니다.”
  • 서윤은 박승연의 이름을 듣자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왠지 익숙하게 느껴지는 이름이었다.
  • “당신은 박희성과 무슨 사이죠?”
  • “아무 사이가 아니라면 믿을 건가요?”
  • 박승연이 오히려 되물었다.
  • “제가 믿을 것 같아요? 일부러 제게 접근한 이유는 뭐죠?”
  • 서윤은 경계하듯 박승연을 쳐다봤다. 이 남자가 나쁜 뜻을 품고 있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 “당신은 나를 이용해 박희성에게 맞설 생각인가요?”
  • “그와 맞선다고요?”
  • 박승연이 피식 웃더니 가소롭다는 듯이 서윤을 바라봤다.
  • “그렇다면 당신은 그를 너무 높이 추켜세우고 있네요!”
  • 서윤은 숨을 들이마시며 박승연의 오만방자한 말투에 놀라 했다.
  • “만약 박희성에게 맞서는 것이 아니라면 우리 사이엔 더 할 말이 없는 것 같네요.”
  • “서윤 씨는 화나지도 않나요?”
  • 박희성이 서윤의 얼굴을 쳐다보며 말했다.
  •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상처받았는데 서윤 씨는 화나지 않냐고요.”
  • “대체 원하는 게 뭐죠?”
  • “저에게 시집오세요.”
  • 그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 “전 이 세상 모든 사람이 가져다줄 수 없는 행복을 당신에게 줄 수 있어요!”
  • 그는 한 걸음 한 걸음 그녀를 향해 다가왔으나 서윤은 점점 더 뒤로 물러났다.
  • 그녀는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고 고개를 들어 박승연의 끝이 보이지 않는 깊은 눈동자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서윤이 박승연의 두 눈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쳐다보자 그는 실눈을 뜨더니 갑자기 다가와 뜨거운 체온을 서윤의 목 근처에 뿜었다. 야릇하지만 욕정과 거리가 멀었다.
  • “저 보기 좋죠?”
  • 서윤은 갑자기 번뜩 깨어났다. 목덜미 사이에 느껴진 뜨거운 기류에 그녀는 불편함을 느꼈다. 마치 감전된 것 같았고 서윤은 힘껏 박승연을 밀어내고 휘청거리며 몇 걸음 걸었다.
  • “파렴치해!”
  • 박승연의 눈빛이 깊어지더니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서윤을 확 끌어당겨 벽에 기대어 그녀를 팔 속에 가두었다.
  • 그는 살짝 고개를 숙여 골격이 분명한 손으로 서윤의 턱을 당겼다.
  • 그의 호흡은 아주 가벼웠고 아름다운 눈 속엔 웃음으로 가득했다. 그는 몸을 숙여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 “이런 게 파렴치한 짓이죠, 안 그래요?”
  • “이거 놔요!”
  • 서윤은 박승연이 이렇게 가까이 다가오는 것이 싫었다. 그녀의 심장은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빠르게 뛰었다.
  • “저를 구해줬다고 제가 당신과 결혼할 거란 생각은 하지 마세요. 지금이 어떤 시기인데.”
  • “보아하니 서윤 씨는 저에게 시집오고 싶지 않은 것 같네요.”
  • 박승연은 손가락으로 서윤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 그녀의 얼굴은 매끈하고 촉감이 좋았다. 그는 살짝 경망스러운 태도로 입을 열었다.
  • “하지만 어쩌죠? 전 이미 당신으로 결정한 것 같은데. 당신이 저와 결혼하고 싶지 않을수록 전 꼭 당신을 얻고 싶은데.”
  • “왜죠? 저희 둘은 서로 모르는 사이에요. 게다가 당신은 제 상황도 알고 있잖아요. 미치지 않은 이상 이렇게 악명이 높은 사람과 결혼하려 할까요?”
  • 박승연이 눈썹을 찌푸렸다. 그는 서윤이 이렇게 자기를 말하는 것이 싫었다.
  • “제 이름은 박승연이에요.”
  • “알아요.”
  • 서윤이 목소리를 깔고 말했다. 그녀는 이 남자와 더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 “그러니까 제가 당신 이름이 서윤인 것을 알고 당신은 제가 박승연인 것을 아는데 어떻게 모르는 사이죠?”
  • 박승연은 말하며 눈빛이 서윤의 얼굴에 닿았다.
  • “함부로 자신을 낮추지 마세요. 당신은 아무것도 없는 것이 아니에요. 앞으로 당신에겐 제가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