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윤은 순간 위기의식을 느꼈다. 직감이 그녀에게 이 남자는 절대 간단하지 않다고 알려주고 있었다.
“난 당신의 도움은 필요 없어요.”
“그래요? 그럼 서윤 씨는 어제 이곳에 와서 술을 퍼마신 이유는 뭐죠? 남자친구가 당신의 형부가 되고 부모님은 당신을 믿지 않고 있잖아요. 당신은 지금 화살 받이가 되어있어요. 오늘의 톱 기사를 읽어보지 않을래요?”
“그래도 당신과 상관없는 일이에요.”
서윤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어제 저를 구해준 건 정말 고마워요.”
서윤이 이불을 열고 침대에서 내려와 두리번거리며 자기 옷을 찾았으나 결국 찾지 못했다.
“이봐요!”
“박승연.”
박승연은 여유롭게 벽에 기대 오만방자하게 약간 당황해하고 있는 서윤을 바라봤다.
“제 이름입니다.”
서윤은 박승연의 이름을 듣자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왠지 익숙하게 느껴지는 이름이었다.
“당신은 박희성과 무슨 사이죠?”
“아무 사이가 아니라면 믿을 건가요?”
박승연이 오히려 되물었다.
“제가 믿을 것 같아요? 일부러 제게 접근한 이유는 뭐죠?”
서윤은 경계하듯 박승연을 쳐다봤다. 이 남자가 나쁜 뜻을 품고 있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당신은 나를 이용해 박희성에게 맞설 생각인가요?”
“그와 맞선다고요?”
박승연이 피식 웃더니 가소롭다는 듯이 서윤을 바라봤다.
“그렇다면 당신은 그를 너무 높이 추켜세우고 있네요!”
서윤은 숨을 들이마시며 박승연의 오만방자한 말투에 놀라 했다.
“만약 박희성에게 맞서는 것이 아니라면 우리 사이엔 더 할 말이 없는 것 같네요.”
“서윤 씨는 화나지도 않나요?”
박희성이 서윤의 얼굴을 쳐다보며 말했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상처받았는데 서윤 씨는 화나지 않냐고요.”
“대체 원하는 게 뭐죠?”
“저에게 시집오세요.”
그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전 이 세상 모든 사람이 가져다줄 수 없는 행복을 당신에게 줄 수 있어요!”
그는 한 걸음 한 걸음 그녀를 향해 다가왔으나 서윤은 점점 더 뒤로 물러났다.
그녀는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고 고개를 들어 박승연의 끝이 보이지 않는 깊은 눈동자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서윤이 박승연의 두 눈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쳐다보자 그는 실눈을 뜨더니 갑자기 다가와 뜨거운 체온을 서윤의 목 근처에 뿜었다. 야릇하지만 욕정과 거리가 멀었다.
“저 보기 좋죠?”
서윤은 갑자기 번뜩 깨어났다. 목덜미 사이에 느껴진 뜨거운 기류에 그녀는 불편함을 느꼈다. 마치 감전된 것 같았고 서윤은 힘껏 박승연을 밀어내고 휘청거리며 몇 걸음 걸었다.
“파렴치해!”
박승연의 눈빛이 깊어지더니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서윤을 확 끌어당겨 벽에 기대어 그녀를 팔 속에 가두었다.
그는 살짝 고개를 숙여 골격이 분명한 손으로 서윤의 턱을 당겼다.
그의 호흡은 아주 가벼웠고 아름다운 눈 속엔 웃음으로 가득했다. 그는 몸을 숙여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이런 게 파렴치한 짓이죠, 안 그래요?”
“이거 놔요!”
서윤은 박승연이 이렇게 가까이 다가오는 것이 싫었다. 그녀의 심장은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빠르게 뛰었다.
“저를 구해줬다고 제가 당신과 결혼할 거란 생각은 하지 마세요. 지금이 어떤 시기인데.”
“보아하니 서윤 씨는 저에게 시집오고 싶지 않은 것 같네요.”
박승연은 손가락으로 서윤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녀의 얼굴은 매끈하고 촉감이 좋았다. 그는 살짝 경망스러운 태도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어쩌죠? 전 이미 당신으로 결정한 것 같은데. 당신이 저와 결혼하고 싶지 않을수록 전 꼭 당신을 얻고 싶은데.”
“왜죠? 저희 둘은 서로 모르는 사이에요. 게다가 당신은 제 상황도 알고 있잖아요. 미치지 않은 이상 이렇게 악명이 높은 사람과 결혼하려 할까요?”
박승연이 눈썹을 찌푸렸다. 그는 서윤이 이렇게 자기를 말하는 것이 싫었다.
“제 이름은 박승연이에요.”
“알아요.”
서윤이 목소리를 깔고 말했다. 그녀는 이 남자와 더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제가 당신 이름이 서윤인 것을 알고 당신은 제가 박승연인 것을 아는데 어떻게 모르는 사이죠?”
박승연은 말하며 눈빛이 서윤의 얼굴에 닿았다.
“함부로 자신을 낮추지 마세요. 당신은 아무것도 없는 것이 아니에요. 앞으로 당신에겐 제가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