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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기세등등하다

  • “서윤, 네 두 눈으로 봐. 서민이 얼마나 너를 생각해 주는지. 하지만 너는...”
  • “꺼져. 너희 둘을 다시 보고 싶지 않아.”
  • 서윤은 이제야 박희성의 마음속에서 그녀가 어떤 모습인지 알게 되었다.
  • “서윤아, 그러지 마. 아무리 뭐라 해도 우린 가족이야. 너 할아버지가 이 일을 알고 얼마나 화나셨는지 알아... 그는 우리 자매가 이런 작은 일 때문에 싸우는 것을 원하지 않아.”
  • 서민이 서윤의 손을 잡아끌며 눈물을 흘렸다. 자신을 감동하게 할 정도로 감정을 가득 담아 말했다.
  • “서윤아, 할아버지께서 너를 얼마나 아끼는지 너도 알잖아. 이번 일은 언니가 미안해. 이 언니랑 돌아가자! 그러지 않으면 할아버지께서 얼마나 슬퍼하시겠어!”
  • 서윤은 서민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자 가슴속의 처량함이 더 깊어졌다.
  • “할아버지? 너도 할아버지가 슬퍼하실 것을 알고 있었네? 알고 있었으면 그런 일을 하지 말아야 하지 않았어? 너 박희성이 내 남자친구인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렇게 하다니, 그때는 왜 할아버지가 슬퍼하실 것을 생각하지 않았어?”
  • “서민, 너 너무 이기적이란 생각, 들지 않아?”
  • “서윤아, 언니가 네게 빌게. 너도 희성이 너의 남자친구라고 밖에 말하지 않았어. 너희 둘은 약혼하지도 않았고 결혼도 하지 않았어. 그럼 나와 희성이 사귀게 되는 것도 정상적인 일이야.”
  • “뭐라고?”
  • 서윤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 “그래서 내 남자친구를 뻔뻔하게 뺏었다는 거야?”
  • “그런 거 아니야, 서민아, 우린 저도 모르게 끌렸어.”
  • 서민이 서윤의 손을 잡으며 마치 어릴 때 애교를 부리듯 말했다.
  • “서윤아, 너도 할아버지 성격 알잖아. 할아버지께서 네가 돌아가지 않으면 나와 희성의 결혼을 허락하시지 않을 거라고 했어. 서윤아, 언니랑 돌아가자. 네가 할아버지께 희성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해주라, 응?”
  • “그만해. 너희 정말 역겨워.”
  • 서윤은 자기가 이 지경까지 해줬는데 서민이 아직도 자기를 놓아주지 않을 줄 몰랐다.
  • “난 돌아가지 않아. 너와 박희성이 어떤 사이든 나와 상관없으니 지금 당장 떠나줬으면 해.”
  • 서윤이 서민을 확 밀쳐내고 얼른 가방에서 키를 꺼내 문을 열었다. 그러나 박희성은 얼른 먼저 문을 당기고 서윤을 바라봤다. 그는 이해되지 않는 듯 물었다.
  • “서윤아, 우리 평화롭고 깨끗하게 헤어지면 안 돼? 너 꼭 이렇게 내 마음속에서 네 모습을 망가트려야겠어?”
  • 박희성은 몹시 고통스러운 듯했다. 마치 서윤이 아주 큰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말이다.
  • “너도 억울하다고 생각하지 말기를 바라. 난 너와 결혼을 약속하지 않았어. 나와 서민이 사귈 때도 아무도 방해하지 않았어. 서민은 네 언니야. 너 왜 언니를 위해 생각해주지 않아?”
  • 서윤은 가슴이 저릿하게 아팠다. 그런 고통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이 컸고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그녀는 두 눈에 눈물을 머금고 이를 꽉 깨물며 가까스로 흘러내리지 않게 참았다. 그녀는 목을 꼿꼿이 세우고 박희성을 마주 봤다. 그녀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과거의 맹세와 좋은 말들을 귓가에 하던 그가 지금 이렇게 그녀를 책문하고 있다니.
  • “박희성, 너 양심적으로 생각해봐. 내가 대체 너한테 뭘 잘못했어? 왜 둘이 나한테 이렇게 대하는 거야? 그땐 네가 나 좋다고 따라다녔어, 영원히 배신하지 않을 거라면서. 이제 얼마나 지냈다고 나를 보고 그녀를 위해 생각하라는 거야? 그럼 나는? 넌 내 기분을 생각한 적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