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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다음엔 이렇게 두꺼운 화장 하지 마요

  • 박승연은 실눈을 뜨더니 눈을 깔고 가느다란 작은 손이 자신의 가슴팍에 있는 모습을 바라봤다. 마치 원하는 데 밀어내는 것 같았다. 하지만 박승연은 서윤이 그런 여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의 가슴을 밀어내는 그녀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고 그 습하고 따듯한 촉감에 박승연은 저도 모르게 눈썹을 치켜들었고 서윤의 두꺼운 화장을 한 얼굴을 쳐다봤다.
  • 박승연은 눈썹을 찌푸리며 손을 뻗어 서윤의 얼굴을 만지며 불쾌한 듯 말했다.
  • “다음엔 이렇게 두꺼운 화장 하지 마요, 안 어울려요!”
  • 서윤은 그 말을 듣자 즉시 화가 치밀어 바로 박승연을 밀쳐내며 말했다.
  • “미쳤어, 내가 화장하든 말든 당신이 무슨 상관이죠? 제가 두껍게 하고 싶으면 하는 거예요, 당신은 상관 마세요.”
  • 서윤은 짜증 나듯 몸을 일으켰다.
  • “전 외할아버지가 뭘 하고 계시는지 봐야겠어요!”
  • 서윤은 장시정의 서재 앞으로 와서 문을 두드리며 물었다.
  • “외할아버지, 저 들어가도 돼요?”
  • “들어와!”
  • 서윤은 장시정의 목소리를 듣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 장시정은 서재 옆에서 책 한 권을 꺼내 읽고 있었는데 현대 산문집이었다.
  • 장시정은 서윤을 보자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며 말했다.
  • “이 녀석, 이리 와!”
  • 서윤은 장시정 곁으로 걸어갔다.
  • “외할아버지, 지금 무슨 책 보고 있어요?”
  • 서윤은 흘끗 쳐다보니 그곳엔 잘 알 수 없는 도형이 있었고 그녀는 장시정 손에 들린 책을 덮었다.
  • “외할아버지, 제가 어쩌다 한 번 왔는데 아무 상관 없는 사람이나 부르고 혼자 여기 계시다니.”
  • “이 녀석아!”
  • 장시정은 서윤의 이마를 딱 때리며 애틋한 눈빛으로 서윤의 누군가를 쏙 빼닮은 얼굴을 바라보더니 작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 “너 승연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
  • “알죠. J 시티에서 그를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죠? 하지만 외할아버지, 왜 저한테 박승연이 할아버지 학생이었다는 얘기를 한 번도 안 했어요?”
  • 장시정은 서윤이 어려서부터 크는 것을 지켜보았고 서윤이 서씨 가문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어릴 때는 그가 키우며 수업도 들으러 갔었다. 장시정의 많은 학생이 서윤을 알고 있었다.
  • 장시정의 눈빛이 어두워졌으나 곧바로 웃으며 말했다.
  • “그때 네가 고작 몇 살이었다고. 승연은 내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제자야. 하지만 나중에 출국했으니 네가 몰라도 이상하지 않아.”
  • 장시정은 말하며 손을 거두어 서윤의 손을 잡고 말했다.
  • “얘야, 네가 보기에 승연이 어떠냐? 이 할아버지 눈에는 참 괜찮아. 어쨌거나 그에 대해서라면 잘 알고 있으니까. 만약...”
  • “잠시만요.”
  • 서윤이 눈썹을 찌푸렸고 약간 어이가 없었다.
  • “외할아버지, 지금 이 손녀를 어떻게 생각하는 거죠? 제가 불량 재고처럼 보여요?”
  • “어이쿠, 불량 재고라는 말도 알아? 네가 불량 재고라고 해도 승연은 아니야. 외할아버지가 너를 위해 얼마나 좋은 사람을 찾았냐! 너 좀 봐봐, 밖에서 지낸 이 시간 동안... 네게 있었던 그 일들은 내게 말하지 않았다고 내가 모를 줄 알았어?”
  • 장시정은 그날 신문에서 봤던 뉴스를 보면 화가 났다.
  • “서민이 뭐라고 했어? 그리고 서씨네 그 늙은이는?”
  • “외할아버지!”
  • 서윤은 조급해서 발을 굴렀다.
  • “저 뭐라 하지 마세요, 제... 제가 사람을 잘못 본 걸 뿐이에요. 지금 잘 알겠으니까 앞으로 절대 이렇게 하지 않을 거예요.”
  • “그래그래, 그 눈이 삔 놈은 더 말하지 말고 승연이를 봐봐. 서윤아, 할아버지는 이제 늙었어. 유일하게 걱정되는 건 너야. 외할아버지는 네가 얼마나 큰 부귀영화를 누리기를 바라지 않지만 네가 평안하고 즐겁게 살기를 바라. 승연이는 할아버지 학생이니 마음이 놓여.”
  • “하지만 저...”
  • “승연 씨, 왜 혼자 이곳에 있어요? 어르신과 아씨는요!”
  • 거실에서 배 아줌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윤은 장시정과 눈을 마주쳤고 박승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서윤 씨가 저를 별로 좋아하지 않나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