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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뻔뻔하기 짝이 없어

  • 서윤은 SH 클럽에서 나와 바로 택시를 잡아 집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전에 가족과의 사이가 좋지 않았고 출근하기 편하기 위하여 홀로 나와 살기로 했었다.
  • 서윤이 차에서 내려 아파트 근처에서 멍하니 서 있었다. 전에 그녀가 집에서 나올 때 박희성이 그녀를 도와줬다. 그리고 알맞은 시기가 되면 약혼하고 그다음 결혼하자는 말도 했었다. 그런데 결국 완벽한 웃음거리가 되어버렸고 그녀는 나쁜 선례를 처음 만든 사람이 되어버렸다.
  • 어제 일어난 모든 일을 돌이켜 보면 마치 악몽을 꾼 것 같았다.
  • “서윤아, 너 드디어 돌아왔구나?”
  • 서윤이 방금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서민이 그녀의 집 앞에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초췌한 얼굴로 서윤을 바라봤다. 서윤은 저도 모르게 눈썹을 찌푸리며 떠나려고 했으나 누군가 그녀의 팔을 잡았다.
  • “서윤아.”
  • 서윤은 온몸이 흠칫 떨리며 박희성의 손을 뿌리치려고 했다. 하지만 박희성은 그녀의 팔을 꽉 붙잡고 물었다.
  • “어디 갔었어? 나와 서민이 여기서 온밤 기다렸어. 너 다른 사람들이 너를 걱정한다는 것을 몰라?”
  • “걱정?”
  • 서윤은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웃음이 나왔다. 그녀는 고개를 들고 박희성을 직시하며 물었다.
  • “네가 나를 걱정했어?”
  • “서윤아, 이러지 마.”
  • 서민이 하이힐을 신고 다가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박희성의 손을 뿌리쳤다. 그리고 서윤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 “서윤아, 나도 우리가 잘못한 것을 알아. 하지만 나와 박희성은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어. 네가 떠난 1년간 희성이 무엇을 겪었는지 모를 거야. 내가 줄곧 그의 곁에서 그를 돌봐줬어. 그러니까 서윤아...”
  • “하... 네가 그의 곁에서 돌봐줬다고? 정말 고맙네. 박희성이 내 남자친구인 것을 뻔히 알면서도 나 대신 그를 돌봐줬다고? 서민, 넌 대체 무슨 마음을 품은 거야.”
  • 서윤이 큰소리로 외쳤다. 그녀는 팔에 강한 통증을 느꼈고 눈썹을 찌푸리며 저도 모르게 서민을 뿌리쳤다.
  • 그러자 서민이 비명을 지르며 비틀거리더니 뒤로 몇 발자국 물러나 바로 넘어졌다.
  • 박희성이 다급하게 달려와 손을 뻗어 서민의 허리를 감싸고 싸늘하고도 날카로운 눈빛으로 서윤을 훑어봤다. 그의 얼굴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 “서윤, 너 너무해, 나와 서민이 너에게 미안할 짓을 했다고 해도 이미 다 지나간 일이야. 게다가 난 이미 서민과 약혼했어. 너 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거야!”
  • “내가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지금은 너희들이 나를 찾으러 온 거야, 너희들이.”
  • 서윤은 박희성이 지금 이런 모습으로 변했으리라 상상도 못 했다. 서민을 위해 자신을 질책하다니.
  • “너 말 똑바로 해. 약혼식에서 내가 이미 축복하지 않았어? 너희들이 약혼하고 싶으면 하고 결혼하고 싶으면 해도 돼. 제발 둘이서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 역겨우니까!”
  • 서윤은 박희성과 서민을 향해 발악하듯 외쳤다.
  • “지금, 당장 내 앞에서 꺼져!”
  • “서윤아, 너 어떻게 이럴 수 있어!”
  • 서민은 가슴이 아픈 듯 서윤을 바라봤다. 마치 잘못한 사람은 그녀가 아니라 서윤인 듯 말이다.
  • “나와 희성은 진심으로 이곳에 와서 네게 잘 설명할 생각이었어. 우린 너를 아프게 할 생각이 아니었어. 우리는 단지... 진심으로 사랑했던 것뿐이야.”
  • “진심으로 사랑? 정말 역겹기 짝이 없네.”
  • 서윤이 싸늘하게 서민을 바라봤다. 전에 그녀는 언니가 유약한 편이라고 생각했다. 전에 그녀가 자기를 구해줬었기에 서민이 원하는 것이라면 무조건 양보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만만한 것은 아니다. 생각해보니 이렇게 오랫동안 자신이 좋아했던 것은 서민이 모두 빼앗으려 했다.
  • “서민, 네가 그렇게 남이 신다 버린 신발을 좋아한다면 가져가. 더러워진 물건은 나도 갖고 싶지 않으니까.”
  • “너...”
  • 박희성이 화가 치밀어 서윤을 노려봤고 손을 들어 서윤의 뺨을 때리려고 했으나 손이 허공중에서 누군가에게 잡혔다.
  • 서민은 가련한 모습으로 고개를 저으며 두 손으로 박희성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
  • “희성아. 그러지 마. 서윤이는 아직 어려서 철이 없어. 난 그녀를 탓하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