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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그녀를 구하다

  • 서윤은 호텔에서 달려 나왔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강한 척하던 그녀는 이미 온 얼굴이 눈물범벅이 되었다.
  • 갑자기 “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타이어 마찰음이 날카롭게 들려왔다. 서윤이 갑자기 멈춰 선 차에 놀라서 뒷걸음치다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
  • 운전사는 긴장한 듯 침을 삼키며 뒷좌석의 남자를 바라봤다.
  • "... 도련님?”
  • 남자는 미간을 찌푸렸다. 조금 전 일은 그의 기분에 전혀 영향 주지 않았기에 그는 슬쩍 조수석을 바라보더니 말했다.
  • “주정, 내려가서 확인해.”
  • “네, 도련님.”
  • 주정은 신속하게 차에서 내려 확인을 위해 차 앞으로 다가갔다.
  • 차 앞 2m 지점에 여자가 있는 것을 보자 그는 마치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그녀의 얼굴엔 눈물 자국이 있었고 분명히 울었던 것으로 보였다.
  • “저, 여사님, 괜찮으신가요? 제가 병원에 모셔다드릴까요?”
  • 서윤은 확실히 놀라서 넋을 잃고 주정을 바라보다 한참 지나서야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아무 말도 없이 주정을 에둘러 지나가려 했다.
  • 주정은 서윤의 행동이 어딘가 이상하다고 느껴졌다.
  • “괜찮나요? 아니면 제가...”
  • “저... 괜찮아요. 전 괜찮아요.”
  • 서윤은 저도 모르게 검은색 포르쉐 카이엔을 흘끗 보았다. 왜인지 모르게 누군가가 그녀를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아 등골이 오싹했다. 서윤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이런 느낌이 싫었기에 얼른 시선을 거두고 절뚝거리며 떠났다.
  • 주정은 의심스러운 듯 서윤의 행동을 지켜보며 그녀를 불러세우려 했으나 서윤이 마치 전염병을 피하듯이 도망가는 모습에 어이가 없었다.
  • 주정은 다시 차로 돌아와 뒷좌석에 앉은 남자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며 시선은 그 여자에게 가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 “도련님, 호텔에 이미 도착했습니다. 바로 몰고 들어갈까요 아니면 여기서 내리실 건가요?”
  • 뒷좌석의 남자는 뜻을 표하지 않았기에 주정도 감히 경거망동하지 못했다.
  • 그녀의 가녀린 뒷모습이 점점 멀어지자 박승연은 그제야 시선을 거두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그는 손가락으로 무릎을 톡톡 두드리더니 말했다.
  • “돌아가!”
  • 주정은 놀라서 말했다.
  • “하지만 도련님, 이거... 오늘은...”
  • 주정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날카로운 시선이 그에게 내리꽂혔다.
  • “볼거리는 다 끝났는데 이제 가서 뭐 보려고?”
  • 박승연이 의미심장하게 대답했다.
  • “주정, 넌 정말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눈치가 없는 것 같아.”
  • SH 클럽은 J 시티에서 가장 큰 오락 장소였다. 매일 밤 이곳은 화려한 불빛과 음악 소리로 가득하였다. 친한 친구 송영영의 말을 빌자면 깊은 밤 재미를 찾기에 딱 좋은 장소가 바로 이곳이었다.
  • 서윤은 전에 이런 장소에 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으나 지금은 바에 엎드려서 끊임없이 술을 들이키고 있었다. 그녀는 실눈을 뜨고 주위를 보며 지나다니는 낯선 사람들을 바라봤다.
  • “아가씨, 혼자 왔어?”
  • 누군가가 손을 서윤의 어깨 위에 걸치며 기회를 틈타 서윤의 어깨를 비비적거렸다. 서윤은 흠칫 놀라며 역겨운 듯 그 손을 밀쳐냈다.
  • “꺼져.”
  • 그는 옆에 있는 사람에게 눈짓하더니 서윤을 향해 불미스러운 웃음을 지어 보였다.
  • “호오, 성깔이 꽤 있는 계집애네! 꺼져? 너희 여자들은 꼭 반대로 말하기를 좋아하더라, 지금 우리가 올라타기를 바라는 거지?”
  • 그 남자는 말하며 서윤에게 입을 맞추려 했고 서윤은 놀라며 그를 밀쳐냈으나 일어서며 무게중심을 잘 잡지 못했다. 그녀는 머리를 저었고 머릿속이 어지럽고 무거웠다. 게다가 몸까지 불편했다.
  • “너희들 다 꺼지라고. 사람 말 못 알아들어?”
  • 서윤이 비틀거리며 몇 걸음 걸었으나 넘어질 뻔하여 그 남자가 그녀를 부축했다. 그는 그 기세를 몰아 서윤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말했다.
  • “이거 봐, 입으로는 싫다면서 몸은 착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