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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박 도련님, 병이 있으면 의사에게 보여요

  • 미쳤어, 미쳤어! 이 남자는 분명 제정신이 아니야!
  • “박승연...”
  • 서윤은 거의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
  • “도대체 말귀를 왜 못 알아듣는 거죠? 전 당신에게 시집갈 생각이 없어요. 전 당신을 모를 뿐만 아니라 사랑하지도 않아요.”
  • “그럼 당신은 누구를 사랑하죠? 박희성? 하지만 이제 그는 당신 형부일 텐데.”
  • 박승연은 잔인하게 사실을 말해줬다.
  • “설마 아직도 박희성과 함께하고 싶은 건가요?”
  • 그는 손가락으로 그녀의 턱을 치켜들었다.
  • “그래요?”
  • 서윤은 박승연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 “당신과 무슨 상관이죠? 왜 하필 저와 결혼하려고 해요? 다른 사람은 안 돼요?”
  • “당신은 제가 처음으로 배척하지 않은 여자니까!”
  • “뭐라고요?”
  • 서윤은 경악했다.
  • 박승연은 입술을 씰룩거리더니 서윤을 풀어줬다. 서윤은 얼른 뒤로 물러섰고 안전거리를 확보하려 했다.
  • 박승연은 서윤의 모습을 보고 그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 “아주 간단해요. 어젯밤에 당신이 내 품에 뛰어들었는데 난 당신과 닿은 것을 배척하지 않았어요.”
  • 박승연이 실눈을 뜨며 말했다.
  • “우리 거래 하는 것이 어때요?”
  • 서윤은 말이 없었고 박승연은 몸을 돌려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
  • “전 아내가 필요하고 당신은 안성맞춤이에요.”
  • “미쳤군요!”
  • 어디서 나온 자신감일까? 배척하지 않는다고?
  • “박승연 씨, 병이 있으면 의사에게 보여요.”
  • “서윤 씨도 급히 제게 대답할 필요가 없어요. 생각할 시간을 주죠.”
  • 박승연은 전화를 걸었고 곧바로 주정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의 손에 쇼핑백이 들려져 있었다.
  • “도련님, 분부대로 서윤 씨 옷을 가져왔습니다.”
  • 박승연은 턱을 살짝 들며 주정에게 쇼핑백을 서윤에게 건네라는 뜻을 보였다. 서윤도 잠시 머뭇거렸을 뿐 얼른 쇼핑백을 가지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 옷은 마치 맞춤 제작한 듯 몸에 꼭 맞았다. 심지어 속옷의 사이즈도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 서윤은 거울 속의 자신의 모습을 보고 저도 모르게 속으로 ‘변태’라고 욕했다. 하지만 곧바로 그녀는 우울해졌다.
  • 그녀는 출국한 지 일 년이 되어 남자친구가 친언니와 바람을 피우게 될 줄 몰랐다. 자신은 분명 피해자인데 이제 그들을 파괴하는 제삼자라는 이름표까지 달게 되었다. 그리고 어머니마저 언니를 도와주고 있었다.
  • 서윤은 물을 틀고 손에 물을 받아 얼굴을 씻었다. 그리고 입술을 꽉 물며 울지 않으려고 애썼다.
  • 화장실에서 나올 때 서윤은 이미 정상적인 모습으로 회복했으나 불그레한 눈시울이 사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박승연은 흘끗 보았을 뿐 곧바로 시선을 옮겼다.
  • “서윤 씨가 생각이 잘 정리되면 언제든 저를 찾아오세요.”
  • 그는 서윤에게 명함 한 장을 건넸고 그녀는 머뭇거리며 그를 쳐다봤다.
  • 박승연은 명함을 서윤의 손바닥에 올려주며 말했다.
  • “좋은 마음을 품고 도와주려는 사람을 거절하지 마세요.”
  • “좋은 마음?”
  • 다른 속셈이 있는 거겠지!
  • 서윤은 명함 위에 있는 글자를 보았다. 그녀가 직함을 보게 되자 순간 넋이 나가버렸다.
  • “당신...”
  • 박승연은 손을 뻗어 서윤의 이마에 있는 잔머리를 정리해주고는 먼저 떠났다. 떠날 때 한 마디 남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 “좋은 소식 기다릴게요!”
  • 서윤은 넋이 나간 채 박승연의 뒷모습을 보며 멍하니 서 있었다.
  • 박승연! 어쩐지 아주 익숙한 이름이었다.
  • J 시티에서 박승연은 하늘이었다. 전하는 말에 따르면 J 시티 4대 도련님 중 첫째는 신출귀몰이었고 둘째 박 도련님과 셋째 나 도련님의 명세는 전체 J 시트를 뒤흔들고 있었다.
  • 그러고 보니 그가 박희성을 눈에 차지 않아 하는 것이 이해되었다. 어쩌면 박승연의 눈에 있어 박희성과 그의 가문은 입에 올릴 가치도 없을지도 모른다.
  • 서윤이 고개를 숙이고 그 명함을 손에 꽉 쥐었다. 박승연이라는 이름이 계속 머릿속을 에돌며 떠나지 않았다.
  • 그처럼 높은 곳에 있는 남자가 왜 그녀와 같이 평판이 나쁜 사람을 도우려 하는 걸까? 서윤은 이해할 수도,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 그녀는 명함을 가방에 넣고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는 그제야 떠났다.
  • 그녀가 떠난 뒤 주정이 구석에서 걸어 나와 서윤의 뒷모습을 보고 박승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 “도련님, 서윤 씨가 떠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