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연이 서윤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서윤은 입술을 꽉 깨물었고 결국 포기하고 말했다.
박승연은 서윤이 더는 격렬하게 배척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손을 풀며 말했다.
“서윤 씨, 타세요!”
서윤은 내키지 않는 듯 박승연을 보더니 결국 그의 차에 탔다. 박승연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말했다.
“안전벨트!”
서윤은 비록 차에 탔으나 박승연과 접촉하는 것이 몹시 싫어서 주소만 대충 알려주고 더는 말을 걸지 않았다. 다만 가끔 박승연이 길을 잘못 들어섰을 때 몇 마디 했을 뿐이다.
박승연도 눈치가 없는 사람이 아닌지라 당연히 서윤이 자신을 배척하는 것을 느꼈다. 차가 서윤의 아파트에 도착한 후 그는 서윤을 흘끗 보며 말했다.
“지난번 한 말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서윤 씨께서 생각이 통하셨다면 언제든 전화하시죠.”
서윤은 입술을 씰룩였다.
“박승연 씨는 권세도 있고 명망도 있는 데다 다이아 킹의 다섯째인데 손만 저어도 J 시티에서 당신에게 시집가려는 사람이 줄을 섰을 텐데요. 왜 하필 저에게 시간을 낭비하는 거죠!”
“그건 당신 생각이지 제 생각이 아니에요.”
박승연은 식지로 리듬감 있게 운전대를 두드리더니 운전대를 돌렸다.
“이미 아파트에 도착했으니 저는 이제 서윤 씨를 더 방해하지 않겠습니다.”
그는 항상 선을 잘 지켰다. 사냥감을 대할 때 그는 충분한 인내심을 갖고 있기에 언제 밀어붙이고 언제 물러서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서윤은 문을 열고 내렸다.
“박승연 씨, 바래다줘서 고마워요. 하지만 당신이 말한 그 얘기는 미안하지만 전 받아들일 수 없어요. 전 이제 막 한 불구덩이에서 빠져나왔기에 다시 다른 불구덩이로 뛰어들고 싶지는 않네요!”
“서윤 씨는 알아보려고 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저 또한 불구덩이라고 확신할 수 있죠?”
박승연이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떤 일에도 절대적인 건 없어요. 그만하죠, 서윤 씨, 이제 정말 늦었네요.”
서윤은 차 문을 닫고 박승연의 카이엔이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을 지켜봤다. 그제야 그녀는 표정이 살짝 풀렸으나 몸을 돌린 순간 대뜸 굳어졌다.
서윤은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남자를 바라봤다.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고 아주 씩씩한 모습이었다. 서윤은 가슴이 욱신거리는 것을 느꼈고 얼굴이 살짝 창백해졌다. 온종일 억지로 참으며 위장했던 것이 하마터면 무너져내릴 뻔했다.
서윤은 두 주먹을 꼭 쥐었고 약간 긴 네일이 그녀의 살을 파고들었다. 그녀는 줄곧 앞을 바라보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박희성은 진작 서윤이 그 검은색 카이엔에서 내려오는 모습을 보았다. 박희성의 눈은 서윤의 몸을 떠난 적이 없었다.
그는 그 일이 일어난 후 그들 사이의 관계가 얼마나 난처한 지경에 이르렀는지 생각해봤었다. 그리고 서윤이 그 일 때문에 자신을 증오하게 될 것도 생각했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은 그녀가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그에게서 벗어나 다른 남자와 함께하게 될 거란 것이다.
박희성은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몰랐다. 다만 서윤이 그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자 온몸이 불편했고 숨이 가빠졌다.
그는 서윤을 바라보며 불쾌한 모습을 드러냈다.
“방금 너를 데려다준 차에 누가 타고 있어?”
서윤은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그런 일을 하고도 대체 뭘 믿고 이렇게 당당하게 그녀에게 질문하는 걸까?
“그 사람이 누구든 이제 너와 상관없지 않나?”
“왜 상관없어!”
박희성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서윤, 너 지금 네가 무슨 짓을 하는지 알아? 맞아, 나와 서민이가 네게 미안한 건 사실이야. 하지만 일이 이미 이렇게 된 마당에 넌 그저 받아들여야 해. 하지만 이렇게 아무 남자나 찾아서 자기를 망가트릴 필요는 없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