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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방금 너를 데려다준 사람 누구야

  • “서윤 씨, 어떤 일은 인연에 따라야 해요. 피하지 말고 마주하라고요. 제 말이 맞죠?”
  • 박승연이 서윤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서윤은 입술을 꽉 깨물었고 결국 포기하고 말했다.
  • 박승연은 서윤이 더는 격렬하게 배척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손을 풀며 말했다.
  • “서윤 씨, 타세요!”
  • 서윤은 내키지 않는 듯 박승연을 보더니 결국 그의 차에 탔다. 박승연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말했다.
  • “안전벨트!”
  • 서윤은 비록 차에 탔으나 박승연과 접촉하는 것이 몹시 싫어서 주소만 대충 알려주고 더는 말을 걸지 않았다. 다만 가끔 박승연이 길을 잘못 들어섰을 때 몇 마디 했을 뿐이다.
  • 박승연도 눈치가 없는 사람이 아닌지라 당연히 서윤이 자신을 배척하는 것을 느꼈다. 차가 서윤의 아파트에 도착한 후 그는 서윤을 흘끗 보며 말했다.
  • “지난번 한 말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서윤 씨께서 생각이 통하셨다면 언제든 전화하시죠.”
  • 서윤은 입술을 씰룩였다.
  • “박승연 씨는 권세도 있고 명망도 있는 데다 다이아 킹의 다섯째인데 손만 저어도 J 시티에서 당신에게 시집가려는 사람이 줄을 섰을 텐데요. 왜 하필 저에게 시간을 낭비하는 거죠!”
  • “그건 당신 생각이지 제 생각이 아니에요.”
  • 박승연은 식지로 리듬감 있게 운전대를 두드리더니 운전대를 돌렸다.
  • “이미 아파트에 도착했으니 저는 이제 서윤 씨를 더 방해하지 않겠습니다.”
  • 그는 항상 선을 잘 지켰다. 사냥감을 대할 때 그는 충분한 인내심을 갖고 있기에 언제 밀어붙이고 언제 물러서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 서윤은 문을 열고 내렸다.
  • “박승연 씨, 바래다줘서 고마워요. 하지만 당신이 말한 그 얘기는 미안하지만 전 받아들일 수 없어요. 전 이제 막 한 불구덩이에서 빠져나왔기에 다시 다른 불구덩이로 뛰어들고 싶지는 않네요!”
  • “서윤 씨는 알아보려고 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저 또한 불구덩이라고 확신할 수 있죠?”
  • 박승연이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 “어떤 일에도 절대적인 건 없어요. 그만하죠, 서윤 씨, 이제 정말 늦었네요.”
  • 서윤은 차 문을 닫고 박승연의 카이엔이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을 지켜봤다. 그제야 그녀는 표정이 살짝 풀렸으나 몸을 돌린 순간 대뜸 굳어졌다.
  • 서윤은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남자를 바라봤다.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고 아주 씩씩한 모습이었다. 서윤은 가슴이 욱신거리는 것을 느꼈고 얼굴이 살짝 창백해졌다. 온종일 억지로 참으며 위장했던 것이 하마터면 무너져내릴 뻔했다.
  • 서윤은 두 주먹을 꼭 쥐었고 약간 긴 네일이 그녀의 살을 파고들었다. 그녀는 줄곧 앞을 바라보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 박희성은 진작 서윤이 그 검은색 카이엔에서 내려오는 모습을 보았다. 박희성의 눈은 서윤의 몸을 떠난 적이 없었다.
  • 그는 그 일이 일어난 후 그들 사이의 관계가 얼마나 난처한 지경에 이르렀는지 생각해봤었다. 그리고 서윤이 그 일 때문에 자신을 증오하게 될 것도 생각했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은 그녀가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그에게서 벗어나 다른 남자와 함께하게 될 거란 것이다.
  • 박희성은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몰랐다. 다만 서윤이 그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자 온몸이 불편했고 숨이 가빠졌다.
  • 그는 서윤을 바라보며 불쾌한 모습을 드러냈다.
  • “방금 너를 데려다준 차에 누가 타고 있어?”
  • 서윤은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그런 일을 하고도 대체 뭘 믿고 이렇게 당당하게 그녀에게 질문하는 걸까?
  • “그 사람이 누구든 이제 너와 상관없지 않나?”
  • “왜 상관없어!”
  • 박희성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 “서윤, 너 지금 네가 무슨 짓을 하는지 알아? 맞아, 나와 서민이가 네게 미안한 건 사실이야. 하지만 일이 이미 이렇게 된 마당에 넌 그저 받아들여야 해. 하지만 이렇게 아무 남자나 찾아서 자기를 망가트릴 필요는 없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