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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박승연, 이거 놔!

  • 서윤은 입술을 꽉 깨물더니 장시정을 바라봤다. 장시정은 약간 난처한 듯 서윤을 바라봤고 서윤은 콧방귀를 뀌었다.
  • “외할아버지, 무슨 일이든 저는 할아버지 뜻에 따를 수 있지만 이 일은 안 돼요.”
  • 일생에 한 번뿐이고 평생 행복과 상관되는 큰일인데 그녀는 아무렇게나 하고 싶지 않았다. 만약 정말 박희성과 함께했더라면 남은 생은 정말 끔찍했을 거다.
  • 장시정은 더 뭐라 하기 어려웠다. 워낙 서윤과 박승연을 만나게 하여 둘이 불꽃이라도 생기지 않을까를 기대했다. 하지만 서윤이 이렇게 거부감을 느끼는 것을 보니 장시정은 더 간섭할 수 없었다.
  • “그래그래, 이 외할아버지는 더 이 얘기를 꺼내지 않을게. 하지만 승연이 이 아이는 정말 괜찮아, 너...”
  • “외할아버지!”
  • 서윤이 눈썹을 찌푸렸다.
  • “계속 이러시면 다음엔 안 올 거예요!”
  • 서윤은 장시정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 “우린 이제 나가야 해요. 박승연 씨를 혼자 거실에 남겨두는 건 아닌 것 같아요.”
  • “이 녀석...”
  • 장시정은 어쩔 수 없이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다.
  • 박승연은 두 사람이 걸어 나오자 웃는 듯 마는 듯한 눈으로 서윤을 바라보더니 가볍게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 “선생님.”
  • “승연아, 네가 어렵게 이 늙은이를 보러 왔는데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구나.”
  • 장시정은 체면이 말이 아니라고 느껴졌다. 어쨌거나 오늘 이 일은 그가 주선한 것이니까 말이다.
  • “배 아줌마, 얼른 식사 준비해요!”
  • 박승연과 서윤은 남아서 식사를 했고 이어서 장시정과 함께 집에서 온 오후 얘기를 나누었다. 그러다 나중에 박승연이 전화 한 통을 받고 장시정에게 작별을 고했다.
  • 장시정은 이리 보고 저리 봐도 자기 손녀와 박승연은 선남선녀처럼 보여 하늘이 맺어준 한 쌍같이 느껴졌기에 이 인연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 “서윤아, 시간이 늦었으니 너도 돌아가거라! 승연아, 괜찮으면 이 선생을 대신해 서윤을 집에 바래다주렴!”
  • “할아버지...”
  • “제 영광이죠.”
  • 박승연은 대답하고 서윤을 바라봤다. 그의 미소를 띤 얼굴은 거부할 수 없는 부드러움을 담고 있었다.
  • 서윤은 눈썹을 찌푸렸다. 왜인지 알 수 없으나 박승연이 이렇게 자기를 대하는 것이 아주 싫었다. 하지만 이미 말이 나왔으니 거절하면 너무 억지를 부리는 것 같아 그냥 수긍하였다.
  • 서윤은 난처한 듯 웃으며 대답했다.
  • “그럼 박승연 씨가 고생해주셔야겠네요.”
  • “고생이라뇨, 당치 않아요!”
  • 서윤과 박승연은 장시정과 인사를 마친 후 둘이서 계단을 내려왔다. 서윤은 얼른 박승연과 작별 인사를 나눴다.
  • “박승연 씨, 번거롭게 하고 싶지 않아요. 저 혼자 택시 타고 가면 돼요.”
  • “서윤 씨는 제가 아주 싫은 것 같네요!”
  • 박승연은 서윤의 말을 듣고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 “혹시 서윤 씨는 아직도 박 모 씨에게 마음이 있는 건가요?”
  • 서윤은 박승연의 이 기적과도 같은 논리에 화가 난 나머지 헛웃음이 나왔다.
  • “박승연 씨, 생각이 너무 많으시네요. 전 그저 우리가 잘 아는 사이도 아니기에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박승연 씨께 다른 볼일이 있으신 것 같으니 제가 번거롭게 하지 않겠다는 뜻이에요.”
  • 서윤이 말을 마치고 떠나려 했으나 박승연은 그녀의 팔을 잡았다.
  • 박승연이 눈을 가늘게 뜨고 서윤의 화가 나서 살짝 붉어진 얼굴을 보며 기분 좋은 듯 말했다.
  • “글쎄, 그렇게 급한 일은 아니에요. 게다가 이미 선생님과 약속했는데 신용은 지켜야죠. 그러니 제가 서윤 씨를 바래다줄게요. 가는 길에 숙녀분을 두고 가는 건 신사의 도리가 아니죠.”
  • 박승연은 보기에 부드럽게 말했으나 태도는 무척 강했다. 그는 서윤을 잡은 손에 살짝 힘을 주어 아예 놓으려는 의도가 없었다.
  • 서윤은 화가 난 듯 박승연이 잡은 팔을 노려보며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그녀는 입술을 꽉 깨물더니 말했다.
  • “박승연 씨, 이 손 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