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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박 도련님, 그 여자는 저희가 건들지 않았어요

  • 서윤은 남자에게 잡히자 벗어나려 했으나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녀의 시야가 흐릿해지며 그를 향해 물었다.
  • “뭘 하고 싶은 거야?”
  • “당연히 하는 거지... 후후.”
  • 남자는 서윤의 의식이 희미해진 모습을 보고 야릇한 목소리로 서윤을 부축하며 말했다.
  • “오빠가 재밌는 곳에 데려가 줄게.”
  • 서윤은 아무리 술을 많이 먹어도 그 남자가 나쁜 뜻을 품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나 그녀는 지금 온몸이 괴로웠기에 그를 상대할 수 없었다. 서윤이 도움을 청하듯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아무도 그녀를 신경 쓰지 않았다.
  • 어지러운 와중에 그녀는 누군가가 걸어오는 것을 보았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모든 힘을 끌어모아 그 두 남자를 밀쳐내고 다가오는 남자를 향해 달려가 그에게 부딪쳤다.
  • “구해줘.”
  • 서윤의 두 손이 남자의 옷을 꽉 잡았고 알싸한 향기만 풍겨왔다.
  • “부탁이야. 구해줘.”
  • 박승연은 실눈을 뜨고 자기 품으로 뛰어든 여자를 바라봤다. 그의 움푹 패인 눈 속에 빛이 번뜩였다.
  • 서윤은 계속 그의 옷을 잡고 몸을 밀착시켰다. 농후한 술 향기를 품은 입술은 바로 그의 눈앞에 있었고 그녀의 온 얼굴은 이상하리만치 붉었다.
  • “도련님...”
  • 주정이 뒤에 서서 불가사의한 듯 그 여자를 바라봤다. 그녀가 감히 박승연에게 다가가다니, 심지어 박승연은 아무런 반응이 없다?
  • 박승연은 맞은 편에 있는 두 남자를 슬쩍 훑어보더니 싸늘한 눈빛으로 그들을 직시했다.
  • “안 꺼지고 뭐 해?”
  • “너... 너 누구야? 내가 누군지 알아? 그 계집은 내가 찍은 거란 말이야.”
  • 그중의 한 남자가 목숨이 아깝지 않은 듯 말했다.
  • 박승연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가볍게 웃었다.
  • “네가 그녀를 다쳤어? 어느 손으로 다쳤지?”
  • “박... 박 도련님, 저희가 눈이 삐었습니다. 그, 그 여자는 우리가 다치지 않았어요. 건드리지 않았다고요.”
  • 다른 한 남자가 박승연의 그 차가운 얼굴을 마주했을 때 마음속엔 오로지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 ‘끝이다.’
  • “주정.”
  • 박승연이 주정을 흘끗 쳐다보더니 바로 서윤을 안아 올렸다.
  • “저들을 좀 교육해. SH 클럽이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줘.”
  • 박승연은 서윤을 안고 몸을 돌려 떠났다. 주정은 공손하게 알겠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곧 미소를 띤 채 그 두 남자를 보며 물었다.
  • “어느 손으로 저 여성분을 만졌지?”
  • 두 남자는 서로 얼굴을 번갈아 보며 덜덜 떨 뿐, 말을 하지 못했다. 주정은 차갑게 코웃음 치더니 말했다.
  • “그럼 두 손 모두 다쳤겠네? 도련님의 뜻은 건드린 손을 잘라 기념으로 남기라는 것인데.”
  • “철썩”하는 소리와 함께 두 남자가 바닥에 꿇어앉았고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 “박 도련님, 살려주세요. 저, 당신들 이렇게 하면 안 돼요, 제 아버지는... ZL 의 회장...”
  • 박승연은 서윤을 안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걸어 나왔다.
  • 서윤은 마치 온몸에 수만 마리의 개미가 그녀의 피부를 물어뜯고 피를 빨아들이는 것 같아 저도 모르게 신음했으며 그녀의 머릿속은 어지러운 것 외에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 “더, 더워.”
  • 박승연은 눈을 내리깔고 서윤에게 더럽혀진 셔츠를 바라보고 눈빛이 긴장해졌다. 그는 그녀를 안고 빠른 걸음으로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 서윤은 흐리멍덩한 가운데 남자의 옆얼굴만 보게 되었는데 그의 몸 온도가 시원하게 느껴져 참지 못하고 더 가까이 다가갔다. 박승연의 눈빛이 깊어지더니 엘리베이터가 열린 순간 그곳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