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 서재에 추가하기

다음 화
너와 함께 세상 끝까지 가고 싶어

너와 함께 세상 끝까지 가고 싶어

고비

Last update: 2021-11-04

제1화 너희 둘이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한마음 한뜻이길 바랄게

  • J 시티, 가을이 무르익어갈 때쯤 금방 비행기에서 내린 서윤은 공항에서 걸어 나오며 깊게 숨을 들이마셨고 이는 오랜만에 느끼는 익숙한 기분이었다.
  • 일 년이 지났다. 그녀가 회사를 대표하여 외국으로 연수를 떠난 지 일 년이 되어 드디어 돌아오게 되었다.
  • 며칠 뒤면 박희성과의 삼 주년 기념일이었기에 그녀는 밤낮을 가르지 않고 일했다. 오로지 먼저 돌아와서 그에게 서프라이즈를 주기 위해서였다.
  • 그녀는 즉시 택시를 잡아 박희성의 회사로 향했다. 다만 정문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프런트에 있던 연이가 놀란 표정으로 서윤을 바라봤다.
  • “서 이사님? 돌아오셨어요? 설마 특별히 사장님 결혼식을 축하하러 온 건가요?”
  • 서윤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연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 “사장님 결혼식? 연아, 너 지금 무슨 얘기하고 있어?”
  • “박 회장님과 이사님 언니의 약혼식 말이에요!”
  • “뭐라고?”
  • 서윤은 경악했다. 그녀의 얼굴에 서린 기쁨이 순간 사라졌다.
  • “너 지금 누구의 약혼식이라고 그랬어?”
  • 연이는 서윤의 표정을 보고 마치 자기가 말하면 안 되는 것을 말하기라도 한 듯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 “사장님과 이사님 언니...”
  • “어디서?”
  • “G... GY 호텔이요.”
  • 서윤은 머리가 어질했고 바로 몸을 돌려 떠났다.
  • “아저씨, GY 호텔로 가주세요.”
  • 서윤은 GY 호텔 입구에서 내려 아직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호텔 입구에 놓여 있는 커다란 사진을 보게 되었다. 그 사진속의 박희성은 점잖고 우아한 예복을 입은 서민을 끌어안은 채 서로 마주 보며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고 있었다.
  • 서윤은 오는 길에서 계속 부정하고 있었다. 박희성은 그녀의 남자친구다. 그런 그가 어떻게 그녀의 언니와 약혼을 할 수 있을까. 하지만 현실은 차갑게 그녀의 뺨을 후려쳤다.
  • 서윤이 걸어 들어가자 박희성이 마침 고개를 숙이고 서민의 귓가에 귓속말을 하고 있었고 덕분에 서민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 그 모습을 보자 서윤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 정말 웃겼다. 그녀가 3년 사귄 남자친구와 그의 친언니가 그녀가 출국하는 동안 서로 약혼하는 사이가 되었다니.
  • 서민은 박희성과 함께 손님을 맞이하고 있을 때 곁눈질로 갑자기 나타난 서윤을 보게 되었다. 그녀의 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졌고 박희성을 안고 있던 손에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 박희성도 서윤을 보게 되었으나 살짝 놀랐을 뿐 곧바로 그녀를 향해 안부를 묻는 듯한 웃음을 지으며 걸어왔다.
  • “서민아, 나와 네 언니의 약혼식에 참여하러 온 거야?”
  • 남자의 부드럽고 따듯한 목소리가 지금, 이 순간 마치 예리한 칼날처럼 서윤의 심장을 찔렀다. 그녀는 입술을 꽉 깨물더니 말했다.
  • “너와 내 언니의 약혼식? 박희성, 너 나한테 미안하지 않아? 그리고 너, 서민, 너 그렇게 남자가 부족했어? 박희성이 내 남자친구인 것을 알면서도 너희 둘이...”
  • “몹쓸 년!”
  • 갑자기 날아온 귀싸대기에 서윤의 볼이 뜨겁게 아팠다.
  • 서윤은 얼굴을 감싸고 눈가에 눈물이 맺힌 채 외쳤다.
  • “엄마!”
  • “엄마라고 부르지 마, 너처럼 딸 노릇, 동생 노릇을 하는 사람이 있어? 오늘 네 언니의 약혼식인데 축복은 못 해줄망정 찾아와서 깽판을 쳐? 너 일부러 이러는 거지, 그렇지!”
  • 장옥은 입술을 꽉 깨물며 서윤을 힘껏 노려봤다.
  • 서윤은 가슴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 “엄마,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예요? 박희성은 제 남자친구예요.”
  • “뭐가 네 남자친구야? 희성은 네 형부야. 넌 왜 뭐든 언니 것을 뺏으려고 들어? 너한테 너무 실망이야.”
  • 하하! 서윤은 갑자기 웃었다. 그리고 장옥을 바라봤다. 그녀의 어머니가 어쩌면 이렇게 시비 도리를 뒤집을 수 있을까. 그녀는 고개를 돌려 박희성을 바라봤다.
  • “박희성, 네가 말해. 너 대체 누구의 남자친구야?”
  • 박희성은 눈썹을 찌푸리며 약간 방황하듯 서윤의 얼굴을 쳐다봤다. 하지만 팔에서 느껴지는 힘에 그는 순간 정신을 차리며 말했다.
  • “서윤아, 미안해. 내가 시종일관 사랑했던 사람은 네 언니야.”
  • 서윤은 박희성의 담담한 말을 듣자 가슴이 칼로 에이듯이 아팠다.
  • ‘정말 잘하는 짓이야, 우습기 짝이 없어.’
  • “박희성, 기억해. 나 서윤이 너를 찬 거야.”
  • 서윤은 가까스로 이 빌어먹을 연놈을 찢어발기고 싶은 충동을 억제했다.
  • “너희 둘이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한마음 한뜻이기를 바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