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연은 실눈을 뜨더니 눈을 깔고 가느다란 작은 손이 자신의 가슴팍에 있는 모습을 바라봤다. 마치 원하는 데 밀어내는 것 같았다. 하지만 박승연은 서윤이 그런 여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의 가슴을 밀어내는 그녀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고 그 습하고 따듯한 촉감에 박승연은 저도 모르게 눈썹을 치켜들었고 서윤의 두꺼운 화장을 한 얼굴을 쳐다봤다.
박승연은 눈썹을 찌푸리며 손을 뻗어 서윤의 얼굴을 만지며 불쾌한 듯 말했다.
“다음엔 이렇게 두꺼운 화장 하지 마요, 안 어울려요!”
서윤은 그 말을 듣자 즉시 화가 치밀어 바로 박승연을 밀쳐내며 말했다.
“미쳤어, 내가 화장하든 말든 당신이 무슨 상관이죠? 제가 두껍게 하고 싶으면 하는 거예요, 당신은 상관 마세요.”
서윤은 짜증 나듯 몸을 일으켰다.
“전 외할아버지가 뭘 하고 계시는지 봐야겠어요!”
서윤은 장시정의 서재 앞으로 와서 문을 두드리며 물었다.
“외할아버지, 저 들어가도 돼요?”
“들어와!”
서윤은 장시정의 목소리를 듣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 장시정은 서재 옆에서 책 한 권을 꺼내 읽고 있었는데 현대 산문집이었다.
장시정은 서윤을 보자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며 말했다.
“이 녀석, 이리 와!”
서윤은 장시정 곁으로 걸어갔다.
“외할아버지, 지금 무슨 책 보고 있어요?”
서윤은 흘끗 쳐다보니 그곳엔 잘 알 수 없는 도형이 있었고 그녀는 장시정 손에 들린 책을 덮었다.
“외할아버지, 제가 어쩌다 한 번 왔는데 아무 상관 없는 사람이나 부르고 혼자 여기 계시다니.”
“이 녀석아!”
장시정은 서윤의 이마를 딱 때리며 애틋한 눈빛으로 서윤의 누군가를 쏙 빼닮은 얼굴을 바라보더니 작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너 승연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
“알죠. J 시티에서 그를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죠? 하지만 외할아버지, 왜 저한테 박승연이 할아버지 학생이었다는 얘기를 한 번도 안 했어요?”
장시정은 서윤이 어려서부터 크는 것을 지켜보았고 서윤이 서씨 가문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어릴 때는 그가 키우며 수업도 들으러 갔었다. 장시정의 많은 학생이 서윤을 알고 있었다.
장시정의 눈빛이 어두워졌으나 곧바로 웃으며 말했다.
“그때 네가 고작 몇 살이었다고. 승연은 내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제자야. 하지만 나중에 출국했으니 네가 몰라도 이상하지 않아.”
장시정은 말하며 손을 거두어 서윤의 손을 잡고 말했다.
“얘야, 네가 보기에 승연이 어떠냐? 이 할아버지 눈에는 참 괜찮아. 어쨌거나 그에 대해서라면 잘 알고 있으니까. 만약...”
“잠시만요.”
서윤이 눈썹을 찌푸렸고 약간 어이가 없었다.
“외할아버지, 지금 이 손녀를 어떻게 생각하는 거죠? 제가 불량 재고처럼 보여요?”
“어이쿠, 불량 재고라는 말도 알아? 네가 불량 재고라고 해도 승연은 아니야. 외할아버지가 너를 위해 얼마나 좋은 사람을 찾았냐! 너 좀 봐봐, 밖에서 지낸 이 시간 동안... 네게 있었던 그 일들은 내게 말하지 않았다고 내가 모를 줄 알았어?”
장시정은 그날 신문에서 봤던 뉴스를 보면 화가 났다.
“서민이 뭐라고 했어? 그리고 서씨네 그 늙은이는?”
“외할아버지!”
서윤은 조급해서 발을 굴렀다.
“저 뭐라 하지 마세요, 제... 제가 사람을 잘못 본 걸 뿐이에요. 지금 잘 알겠으니까 앞으로 절대 이렇게 하지 않을 거예요.”
“그래그래, 그 눈이 삔 놈은 더 말하지 말고 승연이를 봐봐. 서윤아, 할아버지는 이제 늙었어. 유일하게 걱정되는 건 너야. 외할아버지는 네가 얼마나 큰 부귀영화를 누리기를 바라지 않지만 네가 평안하고 즐겁게 살기를 바라. 승연이는 할아버지 학생이니 마음이 놓여.”
“하지만 저...”
“승연 씨, 왜 혼자 이곳에 있어요? 어르신과 아씨는요!”
거실에서 배 아줌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윤은 장시정과 눈을 마주쳤고 박승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