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입을 열려고 하는 순간, 소희는 진현과 시선이 마주쳤다. 깊고 매서운 눈매, 뚜렷한 이목구비는 마치 완벽하게 계산을 마친 조각상 같았다. 그 어떤 남자 연예인들에게 뒤처지지 않는 외모였다.
특히 그가 집중하고 있는 모습은, 마치 1초 만에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 같았다. 소희는 그런 진현을 멍하니 쳐다봤다.
400억을 제시하기 전에도 진현의 얼굴은 여전히 매우 사기적이었다. 그땐 적어도 소희가 겁을 먹었었다. 하지만 지금 그의 잘생긴 얼굴은 한껏 굳어 있었다. 온몸에서는 장난기가 쏙 빠지고 엄숙한 분위기를 내뿜고 있었다.
마치 거의 그녀의 마음을 꿰뚫어보는 듯한 시선에 소희는 깜짝 놀라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매니저가 안배한 스케줄이었어요.”
소희는 이 말을 하고 나서 약간 후회했다.
[내가 지금 미남계에 빠진 거야? 왜 솔직하게 대답한 거야? 이러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고…]
많은 사람들이 뭐라고 반응하기도 전에 강진우는 코웃음을 치며 그녀를 한껏 비웃었다.
“너무 성의없게 변명하는 거 아니에요? 매니저가 미쳤다고 라이벌 회사의 일을 잡아주겠어요?”
진한 그룹 산하에는 연예기획사가 있었는데 그 회사에는 소희를 전문적으로 케어하는 팀이 있었다. 진한 그룹이 고용한 매니저로서 그는 당연히 라이벌 회사에서 주는 일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일부러 그러지 않는 한.
강진우는 소희에게 변명할 기회를 주지 않고 소희의 매니저인 박진주에게 연락하라고 했다.
전화는 빨리 연결되고, 그는 박진주에게 이런 상황을 설명했다.
휴대폰 너머에서 박진주의 목소리가 재빨리 들려왔다.
“네? 뭐라고요? 전 그런 계획을 세우지 않았습니다. 사모님. 저한테 뒤집어 씌우면 안 되죠. 저같은 일개 직원이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일개 평범한 직원은 감히 대표의 아내를 건드릴 수가 없었다.
모두들 그녀의 말투 속의 경직된 어조를 알아듣지 못했다. 그저 이로서 소희가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했다.
이런 상황에 김 비서의 입꼬리가 살며시 치켜올라갔다.
그때, 강진우가 득의양양해하며 말했다.
“다음번에는 쉽게 들켜버릴 거짓말은 하지 마시죠.”
그리고 입모양으로 그녀를 향해 멍청이라고 말했다.
소희는 이번에는 정말 좀 불쾌했다.
그녀는 원래 그저 평범한 모함인 줄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박진주같은 사람도 함정에 빠져버렸다니… 소희는 박진주까지 문제가 있을 줄은 몰랐다.
진현도 이런 점을 생각하여, 이따가 사람을 보내 박진주를 조사할 생각이었다. 그러다가 소희의 마음의 소리를 듣게 되었다.
[저 사람들이 도대체 진주 씨한테 얼마를 줘서 매수했길래 나를 모함하는 건지 한 번 봐야겠어.]
‘… 보고 싶은 정보가 있으면 마음대로 볼 수 있는 거야?’
[뭐? 내 결백을 증명하는 게 40만 원밖에 안 해? 말도 안 돼, 이건 정말 말도 안 돼. 0을 하나 적게 봤을 거야.]
진현도 그 말에 어리둥절해했다.
‘고작… 40만 원?’
[흑흑, 진짜 40만 원이네… 어? 잠깐만. 어? 아, 이런 거구나.]
‘응? 뭔데?’
한참을 기다렸지만, 소희는 여전히 그저 감탄밖에 하지 않았다.
원래에도 차가운 성격이던 진현은 소희 때문에 하마터면 욕할 뻔했다.
‘빨리 말해. 말하지 않으면 내가 어떻게 네 결백을 증명할 수 있겠어?’
다행히 잠시 후, 소희는 모든 것을 알게 되었다.
[어쩐지 돈을 원하지 않더라니, 알고 보니 진주 씨는 김 비서의 사촌 오빠의 아내였어. 원래부터 한 집안 식구였으니 당연히 김 비서의 편을 들겠지. 그래서 김 비서는 진작에 내 옆에 스파이를 심어놓았단 말이야? 그런데도 두 사람은 예전에 모르는 척하고… 와, 능력자네.]
‘왜 그런 여자를 칭찬하는 거야?’
진현은 진실을 알고, 한동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김 비서는 일찍부터 나 몰래 이렇게 많은 준비를 했던 거군.’
그때, 부하 직원이 조심스럽게 박진주의 전화를 끊어도 되는지 물었다. 어쨌든 할 말은 다 했기 때문이다.
순간, 진현은 갑자기 말투가 확 바뀌더니 휴대폰에 대고 말을 이어갔다.
“두 사람 말이 맞지 않으니, 사람을 시켜 확실하게 증거를 수집할 겁니다. 만약 진주 매니저가 물증이 없다면 매니저의 인맥을 자세히 조사할 것입니다.”
그 말에 자리에 있던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하며 진현을 쳐다봤다.
‘일이 이렇게 됐는데도 여전히 마누라 편을 들려고 하는 거야?’
[대박, 진현이 아무래도 마음대로 막 말하는 것 같은데 정확한 방향으로 추리를 하고 있잖아?]
소희는 깜짝 놀랐다.
한편, 아무도 김 비서의 당황스러움과 휴대폰 너머로 들려오는 숨소리를 알아채지 못했다.
“그게 무슨 말인가요?”
강진우는 계속해서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애를 썼다.
잠시 후, 진현은 냉정하게 말했다.
“경찰이 사건을 처리한다고 해도 편파적으로 한 쪽의 말만 듣지 않아요. 소희의 인맥은 단순해서 누구와도 연관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매니저님은 잘 모르죠.”
“대… 대표님. 제가 어떻게 라이벌 회사와 관계가 있을 수 있겠습니까?”
박진주는 다급하게 말했다.
확실히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하지만 일단 조사를 한다면 그녀와 김 비서의 관계가 밝혀질 것이다.
이런 관계는 다른 사람도 모르게 의도적으로 숨긴 것이다. 게다가 이번 일까지 연루되었다면 분명히 그저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