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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너무하네

  • 모진풍의 말이 떨어지자 객석에서는 이미 하객 여러 명이 일어났다.
  • 제일 경악한 사람은 신부 서가경이었다, 그녀의 얼굴색은 새파랗게 변하더니 바로 따져 물었다.
  • “진풍 씨, 당신 도대체 무슨 얘기야?”
  •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 그리고 오늘 이 자리에 와 있어.”
  • 모진풍이 입을 열었다.
  • 이 말이 끝나자 모든 하객들이 두리번거리며 모진풍이 말하는 여자를 찾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모진풍의 결혼을 파혼시킨 주범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 하고 있었다.
  • 나는 숨이 막힐 것만 같았고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 내가 제일 두려워하는 상황이 드디어 터지고 말았다, 모진풍은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면서 나한테로 걸어왔고 손에 든 꽃을 나에게 건네주었다.
  • 나는 마침내 모진풍이 나를 데리러 온 이유를 알아차렸다.
  • 이번 결혼식을 바둑에 비유하면 나는 그의 손에 쥐어진 바둑알과도 같았다, 그는 나를 철저히 이용했다.
  • 하지만 나는 이런 속임수에 빠져서는 안 된다, 비록 지금 내 상황이 매우 비참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사람이 마음대로 이용하게 내버려 둘 순 없었다, 나는 이 결혼을 파탄시킨 주범자가 내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 했다.
  • “나는 그와……”
  •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입술이 나한테 다가왔고 갑작스러운 키스에 현장에 있는 하객들은 혼란에 빠졌다.
  • 이때 그는 내 귀에 대고 낮은 소리로 위협했다.
  • “아들을 살리고 싶으면 가만히 있어, 내가 원하는 대로 나를 사랑하는 척해줘.”
  • 아들의 얘기가 나오자 나는 흠칫 놀랐다.
  • ‘이 자식, 분명 나를 도와 아이를 찾아준다고 하더니 지금 애를 가지고 나를 위협하다니!’
  • 나는 고개를 들었고 현장에 있는 수많은 기자들이 나한테 카메라를 돌리고 셔터를 누리기 시작했다.
  • “안이야, 미안해, 우리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
  • 모진풍은 그윽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면서 말했고 말을 하면서 나한테 협조해라는 눈짓을 보냈다.
  •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익숙하지도 않은 사람과 사랑에 빠진 연기를 하려니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아이을 가지고 협박했고 나는 어쩔 수 없이 그의 장단에 맞춰 춤을 출 수밖에 없었다.
  • “진풍 씨, 우리 앞으로 잘 지내.”
  • 나는 경직된 채로 어색하게 대답했다.
  • 내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나는 말을 하면서 그의 잘생긴 얼굴을 쳐다보았는데 양심에 찔려 주눅이 들었고 한편으로 부끄러워서 얼굴이 붉어졌다, 이렇게 복잡 미묘한 심정은 한마디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 “진풍, 오늘 네가 이 문을 나서는 순간 다시는 모 씨 집안에 발을 붙일 생각도 하지 마!”
  • 깔끔한 양복 차림을 한 중년 남성이 위엄있게 말했다.
  • “아버지, 저는 이 여자한테 너무 많은 빚을 졌어요, 이 여자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고 아이의 엄마예요, 나는 이 모자한테 진 빚을 지금부터 갚을 거예요, 그러니 용서해 주세요.”
  • 모진풍이 아버지한테 용서를 빌었다.
  • 그러자 예식장이 또다시 들끓었다.
  • 나는 어리둥절했다.
  • ‘설마 그가 유군 씨가 얘기한 넷째 형? 그렇다면 이 사람이 진짜 소양의 친아빠란 말인가?”
  • 중년 남성의 얼굴은 어두워졌고 복잡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그것은 마치 뭔가를 망설이면서도 의심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 “안이야, 우리 가자.”
  • 모진풍은 나의 차가운 손을 이끌고 밖으로 나갔다.
  • 누군가 달려와서 제지하려고 했지만 모진풍의 아버지가 손을 흔들자 바로 동작을 멈췄다.
  • 밖으로 나간 후 미리 대기하고 있던 차에 오르자 나는 비로소 정신이 돌아와 입을 열었다.
  • “아까 한 얘기가 다 사실인가요?”
  • 그는 고개를 돌리고 나를 보더니 실실 웃으면서 말했다.
  •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드라마를 많이 봤어? 내가 진짜 당신을 좋아하기라도 하는 줄 알았나 봐? 이건 다 연기잖아.”
  • 이 말은 나에게 큰 치욕을 안겨줬다, 예전에 유군 씨가 아들의 친부가 넷째 형이라고 했고 마침 모진풍의 별명도 넷째 형이었다, 게다가 오늘 자기의 입으로 아이의 친아빠라고 통보를 했으니 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확인을 한 것인데 이렇게 면박을 주니 마치 내가 돈을 보고 염치없이 매달리는 여자로 보여서 몹시 불편했다.
  • “모진풍 씨, 너무 한거 아니에요? 파혼을 하려면 직접 할 것이지 왜 나를 이용하는 거예요? 드라마를 많이 봤다는 건 또 무슨 뜻이에요? 분명 당신이 소양의 친부라고 얘기해놓고……”
  •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해? 당신은 거울도 안 봐?”
  • 그는 우습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차의 사물함을 열더니 수표 한 장을 던져주며 담담하게 말했다.
  • “2천만 원이야, 오늘 당신의 출연료.”
  • ‘또 돈으로 때우려고? 정말 돈만 있으면 뭐든지 다 되는 줄 아는가봐?’
  • 나는 그를 향해 소리쳤다.
  • “당신은 정말 너무해요, 당장 나한테 사과하세요!”
  • 그는 농담이라도 들은 듯 코 방귀를 뀌면서 말했다.
  • “사과? 주제 파악을 못하네? 돈을 가질 거야 말 거야?”
  • 그한테는 내가 돈만 주면 마음대로 이용하고 놀아도 되는 사람으로 보였을 것이다.
  • 나는 손을 내밀고 그의 수표를 받고는 구깃구깃 구겨서 그의 얼굴에 내던졌다.
  • “돈이 있으면 다예요? 돈 좀 있다고 사람을 이렇게 장난감 취급해도 되는 거예요?”
  • 나의 행동에 그는 화가 나서 급 브레이크를 밟았다, 나는 안전벨트를 매지 않아 앞으로 곤두박질쳤고 머리가 의자에 쿵 하고 부딪혔다.
  • “꺼져!”
  • 그는 차갑게 말을 내뱉었다.
  • “가라면 누가 못 갈 줄 알아요? 당신은 돈밖에 모르는 비열한 위선자이고 소인배예요!”
  • 나는 욕설을 퍼부었고 차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 방금 땅에 발을 붙였는데 차는 모진풍의 불만을 표현하듯 바람을 가르며 쌩하고 가버렸다.
  • 나는 한참을 걸어서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 않자 마음이 점차 조급해지면서 짜증이 났다.
  • 이때 낯선 번호로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를 받자 여자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안녕하세요, 소양의 어머니 맞으신가요?”
  • 소양이라는 말에 내 가슴은 두근거렸고 나는 내가 소양의 어머니라고 다급하게 말했다.
  • “화동 병원으로 와주세요, 말씀드려야 할 일이 있어요.”
  • 전화기 너머로 상대방의 목소리가 들렸다.
  • “화동 병원이라고요? 제 아들이 그 병원에서 퇴원을 했어요, 혹시 남은 수속이라도 있나요?”
  • 나는 물었다.
  • “먼저 오셔야 할 것 같아요.”
  • 상대방은 자세한 설명도 하지 않은 채 전화를 끊었다.
  • 나는 더는 지체할 수 없어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상황에 나는 또다시 눈물이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