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경악한 사람은 신부 서가경이었다, 그녀의 얼굴색은 새파랗게 변하더니 바로 따져 물었다.
“진풍 씨, 당신 도대체 무슨 얘기야?”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 그리고 오늘 이 자리에 와 있어.”
모진풍이 입을 열었다.
이 말이 끝나자 모든 하객들이 두리번거리며 모진풍이 말하는 여자를 찾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모진풍의 결혼을 파혼시킨 주범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 하고 있었다.
나는 숨이 막힐 것만 같았고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내가 제일 두려워하는 상황이 드디어 터지고 말았다, 모진풍은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면서 나한테로 걸어왔고 손에 든 꽃을 나에게 건네주었다.
나는 마침내 모진풍이 나를 데리러 온 이유를 알아차렸다.
이번 결혼식을 바둑에 비유하면 나는 그의 손에 쥐어진 바둑알과도 같았다, 그는 나를 철저히 이용했다.
하지만 나는 이런 속임수에 빠져서는 안 된다, 비록 지금 내 상황이 매우 비참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사람이 마음대로 이용하게 내버려 둘 순 없었다, 나는 이 결혼을 파탄시킨 주범자가 내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 했다.
“나는 그와……”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입술이 나한테 다가왔고 갑작스러운 키스에 현장에 있는 하객들은 혼란에 빠졌다.
이때 그는 내 귀에 대고 낮은 소리로 위협했다.
“아들을 살리고 싶으면 가만히 있어, 내가 원하는 대로 나를 사랑하는 척해줘.”
아들의 얘기가 나오자 나는 흠칫 놀랐다.
‘이 자식, 분명 나를 도와 아이를 찾아준다고 하더니 지금 애를 가지고 나를 위협하다니!’
나는 고개를 들었고 현장에 있는 수많은 기자들이 나한테 카메라를 돌리고 셔터를 누리기 시작했다.
“안이야, 미안해, 우리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
모진풍은 그윽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면서 말했고 말을 하면서 나한테 협조해라는 눈짓을 보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익숙하지도 않은 사람과 사랑에 빠진 연기를 하려니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아이을 가지고 협박했고 나는 어쩔 수 없이 그의 장단에 맞춰 춤을 출 수밖에 없었다.
“진풍 씨, 우리 앞으로 잘 지내.”
나는 경직된 채로 어색하게 대답했다.
내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나는 말을 하면서 그의 잘생긴 얼굴을 쳐다보았는데 양심에 찔려 주눅이 들었고 한편으로 부끄러워서 얼굴이 붉어졌다, 이렇게 복잡 미묘한 심정은 한마디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진풍, 오늘 네가 이 문을 나서는 순간 다시는 모 씨 집안에 발을 붙일 생각도 하지 마!”
깔끔한 양복 차림을 한 중년 남성이 위엄있게 말했다.
“아버지, 저는 이 여자한테 너무 많은 빚을 졌어요, 이 여자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고 아이의 엄마예요, 나는 이 모자한테 진 빚을 지금부터 갚을 거예요, 그러니 용서해 주세요.”
모진풍이 아버지한테 용서를 빌었다.
그러자 예식장이 또다시 들끓었다.
나는 어리둥절했다.
‘설마 그가 유군 씨가 얘기한 넷째 형? 그렇다면 이 사람이 진짜 소양의 친아빠란 말인가?”
중년 남성의 얼굴은 어두워졌고 복잡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그것은 마치 뭔가를 망설이면서도 의심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안이야, 우리 가자.”
모진풍은 나의 차가운 손을 이끌고 밖으로 나갔다.
누군가 달려와서 제지하려고 했지만 모진풍의 아버지가 손을 흔들자 바로 동작을 멈췄다.
밖으로 나간 후 미리 대기하고 있던 차에 오르자 나는 비로소 정신이 돌아와 입을 열었다.
“아까 한 얘기가 다 사실인가요?”
그는 고개를 돌리고 나를 보더니 실실 웃으면서 말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드라마를 많이 봤어? 내가 진짜 당신을 좋아하기라도 하는 줄 알았나 봐? 이건 다 연기잖아.”
이 말은 나에게 큰 치욕을 안겨줬다, 예전에 유군 씨가 아들의 친부가 넷째 형이라고 했고 마침 모진풍의 별명도 넷째 형이었다, 게다가 오늘 자기의 입으로 아이의 친아빠라고 통보를 했으니 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확인을 한 것인데 이렇게 면박을 주니 마치 내가 돈을 보고 염치없이 매달리는 여자로 보여서 몹시 불편했다.
“모진풍 씨, 너무 한거 아니에요? 파혼을 하려면 직접 할 것이지 왜 나를 이용하는 거예요? 드라마를 많이 봤다는 건 또 무슨 뜻이에요? 분명 당신이 소양의 친부라고 얘기해놓고……”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해? 당신은 거울도 안 봐?”
그는 우습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차의 사물함을 열더니 수표 한 장을 던져주며 담담하게 말했다.
“2천만 원이야, 오늘 당신의 출연료.”
‘또 돈으로 때우려고? 정말 돈만 있으면 뭐든지 다 되는 줄 아는가봐?’
나는 그를 향해 소리쳤다.
“당신은 정말 너무해요, 당장 나한테 사과하세요!”
그는 농담이라도 들은 듯 코 방귀를 뀌면서 말했다.
“사과? 주제 파악을 못하네? 돈을 가질 거야 말 거야?”
그한테는 내가 돈만 주면 마음대로 이용하고 놀아도 되는 사람으로 보였을 것이다.
나는 손을 내밀고 그의 수표를 받고는 구깃구깃 구겨서 그의 얼굴에 내던졌다.
“돈이 있으면 다예요? 돈 좀 있다고 사람을 이렇게 장난감 취급해도 되는 거예요?”
나의 행동에 그는 화가 나서 급 브레이크를 밟았다, 나는 안전벨트를 매지 않아 앞으로 곤두박질쳤고 머리가 의자에 쿵 하고 부딪혔다.
“꺼져!”
그는 차갑게 말을 내뱉었다.
“가라면 누가 못 갈 줄 알아요? 당신은 돈밖에 모르는 비열한 위선자이고 소인배예요!”
나는 욕설을 퍼부었고 차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 방금 땅에 발을 붙였는데 차는 모진풍의 불만을 표현하듯 바람을 가르며 쌩하고 가버렸다.
나는 한참을 걸어서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 않자 마음이 점차 조급해지면서 짜증이 났다.
이때 낯선 번호로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를 받자 여자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안녕하세요, 소양의 어머니 맞으신가요?”
소양이라는 말에 내 가슴은 두근거렸고 나는 내가 소양의 어머니라고 다급하게 말했다.
“화동 병원으로 와주세요, 말씀드려야 할 일이 있어요.”
전화기 너머로 상대방의 목소리가 들렸다.
“화동 병원이라고요? 제 아들이 그 병원에서 퇴원을 했어요, 혹시 남은 수속이라도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