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봐, 더 할 얘기 있어? 이런 쌍년이, 나 몰래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우면서 내 앞에서는 불쌍한 척을 해? 가서 죽어버려!”
나의 두피가 떨어져 나갈 듯 아팠다, 유군 씨는 마치 내 두피를 통째로 뽑을 기세로 잡아당겼고 나는 있는 힘을 다해 그를 발로 찼다, 그는 고통에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섰고 나는 겨우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났다.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나를 비난해, 아이가 아픈데 아빠라는 사람이 나 몰라라 하고, 집도 못 팔게 하고, 나도 어쩔 수 없이 혼자 방법을 찾은 거야, 아들이 죽는걸 보고만 있을 순 없잖아!”
유군 씨는 나를 손가락질하면서 소리쳤다.
“그게 지금 바람을 피운 사람이 할 소리야? 염치없는 년, 내가 오늘 반드시 너를 때려죽일 거야.”
그는 나를 때리려고 또다시 손을 쳐들었고 나는 재빨리 상에 있는 과일 칼을 들고 그를 위협했다.
“다가오지 마, 다가오면 같이 죽어버리는 수가 있어!”
사실 그를 놀래키려고 하는 말만은 아니였다, 나는 이미 그한테 완전히 실망했고 만일 그가 계속 이런 식으로 나를 대한다면 함께 죽어버릴 생각마저 들었다.
유군 씨는 더 이상 다가오지 않았고 이때 마침 시어머니가 들어왔다, 그러고는 모자가 연합해서 나를 집 밖으로 내쫓았다, 내가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그들은 열어주지 않았다.
나는 넋이 나간 채 거리에서 헤맸다, 집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아들도 유군 씨가 숨겨서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이때 거리의 대형 전광판에 결혼식 홍보가 흘러나왔고 스크린에 나타난 잘생긴 신랑은 호텔 침대에서 나랑 뒹군 남자였다, 그의 이름은 모진풍이었다.
나는 대형 스크린을 멍하니 바라보았고 잠시 생각에 빠졌다, 만일 저 남자가 나를 도와준다면 아마 아들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유군 씨는 내 주머니 사정을 뻔히 알면서 2억 원의 손해배상비를 달라고 하는데 여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마 동영상의 남자가 모진풍인 걸 알고 그가 엄청난 부자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이렇게 천문학적인 금액을 요구했을 것이다.
내가 한창 잡념에 빠져있을 때 핸드폰이 울렸다, 매니저한테 온 연락이었다.
매니저의 말투는 예전과 달리 매우 정중했는데 나는 좀처럼 적응이 되지 않았다, 그는 전화에서 모 사장님이 나를 찾으시니 연락을 해보라고 연락처 하나를 남겼다.
공교롭게도 나도 그의 도움이 절실해서 연락을 하려고 하던 참이었는데 예상치도 못하게 그가 먼저 나를 찾는다고 하니 참으로 아이러니했다.
나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매니저가 알려준 연락처에 전화를 했다, 잠시 후 중저음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모진풍 입니다.”
내 가슴은 두근거리기 시작했고 말을 더듬거리면서 임안이라고 했다.
임안이 누군지도 모를 수 있다는 생각에 나는 저번에 사장님의 차에 앉아 함께 화동 병원으로 간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아.”
그는 담담하게 대답하더니 농담 섞인 말투로 나한테 말했다.
“당신은 응당 호텔 침대에서 나랑 뒹굴면서 신음소리도 내지 않은 임안이라고 소개해야지, 그 모습이 내 인상에 더 남거든.”
비록 전화기 너머로 한 말이지만 내 얼굴은 화끈거렸다.
“저…… 저를 찾으셨나요?”
“별일 아니야, 난 단지 당신이 또다시 몸을 팔려고 하는데 마땅한 고객을 찾지 못했을 가봐 연락한 거야, 필요하면 연락 줘.”
그는 계속 조롱했다.
그는 말을 너무 심하게 했고 나는 큰 상처를 받았다, 비록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지만 나는 애써 화를 억누르며 말을 이어갔다.
“저…… 사장님한테 도움이 필요해요……”
“그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가 승낙했다.
나는 멈칫했다.
‘무슨 일인지 물어보지도 않고 괜찮다고?’
“남편이 내 아들을 병원에서 퇴원 시켰어요, 남편은 나한테 위자료로 2억을 배상하라고 해요.”
그는 또다시 내 말을 끊었다.
“당신한테 어떤 어려움이 있던 내가 다 처리하지, 내일 점심에 당신을 데리러 사람을 보낼 거야.”
“뚜뚜.”
나를 어디로 데리고 가는지, 가서 뭐하는지 물어보려고 하는 찰나 그는 전화를 꺼버렸다.
내 머릿속에는 의문이 가득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는 나를 어디로 데리고 가는지, 뭘 하는지에 대한 해석이 전혀 없었다.
그는 분명 내가 어떤 일에 닥치던 자기가 모두 해결해 주겠다고 했다, 이 말은 전혀 신뢰가 없었지만 나는 왠지 모르게 믿음이 갔다.
이때 버스가 왔다, 나는 버스에 올라탔고 가는 내내 그의 결혼식이 담긴 광고를 볼 수 있었다,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을 보니 무척 부러웠고 저도 모르게 자신의 실패한 결혼생활을 돌이켜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백화점에 있는 직원 숙소로 돌아와서 동료의 담요를 빌려 침대에 폈다, 밤새 제대로 자지도 못하고 뒤척이다가 피곤한 몸을 이끌고 다음날 출근했다.
마음에는 근심이 가득하여 온종일 넋이 나가 있었고 머릿속에는 온통 모진풍이 나를 어디로 데리고 갈지, 나한테 무엇을 할지, 그는 진짜 약속한 대로 나를 도와 아들을 찾아줄지에 대한 생각뿐이었다.
마침내 오후 2시가 되었고 매니저가 직접 카운터에 와서 나한테 밖에 누군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알려주었다.
백화점 입구에서 정장 차림을 한 남자가 나를 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허리를 굽혀 차 문을 열어주면서 나를 모시고 넷째 형한테 간다고 했다.
“넷째 형”이라는 말에 나는 화들짝 놀랐고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예전에 시어머니가 분명히 아들의 친 아버지가 “넷째 형”이라고 한 적이 있었다, 나는 유군 씨에게 “넷째 형”에 대해 물었지만 그는 끝까지 알려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