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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넷째 형

  • 유군 씨는 내 머리채를 잡더니 모니터링에 대고 욕설을 퍼부었다.
  • “잘 봐, 더 할 얘기 있어? 이런 쌍년이, 나 몰래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우면서 내 앞에서는 불쌍한 척을 해? 가서 죽어버려!”
  • 나의 두피가 떨어져 나갈 듯 아팠다, 유군 씨는 마치 내 두피를 통째로 뽑을 기세로 잡아당겼고 나는 있는 힘을 다해 그를 발로 찼다, 그는 고통에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섰고 나는 겨우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났다.
  •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나를 비난해, 아이가 아픈데 아빠라는 사람이 나 몰라라 하고, 집도 못 팔게 하고, 나도 어쩔 수 없이 혼자 방법을 찾은 거야, 아들이 죽는걸 보고만 있을 순 없잖아!”
  • 유군 씨는 나를 손가락질하면서 소리쳤다.
  • “그게 지금 바람을 피운 사람이 할 소리야? 염치없는 년, 내가 오늘 반드시 너를 때려죽일 거야.”
  • 그는 나를 때리려고 또다시 손을 쳐들었고 나는 재빨리 상에 있는 과일 칼을 들고 그를 위협했다.
  • “다가오지 마, 다가오면 같이 죽어버리는 수가 있어!”
  • 사실 그를 놀래키려고 하는 말만은 아니였다, 나는 이미 그한테 완전히 실망했고 만일 그가 계속 이런 식으로 나를 대한다면 함께 죽어버릴 생각마저 들었다.
  • 유군 씨는 더 이상 다가오지 않았고 이때 마침 시어머니가 들어왔다, 그러고는 모자가 연합해서 나를 집 밖으로 내쫓았다, 내가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그들은 열어주지 않았다.
  • 나는 넋이 나간 채 거리에서 헤맸다, 집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아들도 유군 씨가 숨겨서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 이때 거리의 대형 전광판에 결혼식 홍보가 흘러나왔고 스크린에 나타난 잘생긴 신랑은 호텔 침대에서 나랑 뒹군 남자였다, 그의 이름은 모진풍이었다.
  • 나는 대형 스크린을 멍하니 바라보았고 잠시 생각에 빠졌다, 만일 저 남자가 나를 도와준다면 아마 아들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유군 씨는 내 주머니 사정을 뻔히 알면서 2억 원의 손해배상비를 달라고 하는데 여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마 동영상의 남자가 모진풍인 걸 알고 그가 엄청난 부자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이렇게 천문학적인 금액을 요구했을 것이다.
  • 내가 한창 잡념에 빠져있을 때 핸드폰이 울렸다, 매니저한테 온 연락이었다.
  • 매니저의 말투는 예전과 달리 매우 정중했는데 나는 좀처럼 적응이 되지 않았다, 그는 전화에서 모 사장님이 나를 찾으시니 연락을 해보라고 연락처 하나를 남겼다.
  • 공교롭게도 나도 그의 도움이 절실해서 연락을 하려고 하던 참이었는데 예상치도 못하게 그가 먼저 나를 찾는다고 하니 참으로 아이러니했다.
  • 나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매니저가 알려준 연락처에 전화를 했다, 잠시 후 중저음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모진풍 입니다.”
  • 내 가슴은 두근거리기 시작했고 말을 더듬거리면서 임안이라고 했다.
  • 임안이 누군지도 모를 수 있다는 생각에 나는 저번에 사장님의 차에 앉아 함께 화동 병원으로 간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 “아.”
  • 그는 담담하게 대답하더니 농담 섞인 말투로 나한테 말했다.
  • “당신은 응당 호텔 침대에서 나랑 뒹굴면서 신음소리도 내지 않은 임안이라고 소개해야지, 그 모습이 내 인상에 더 남거든.”
  • 비록 전화기 너머로 한 말이지만 내 얼굴은 화끈거렸다.
  • “저…… 저를 찾으셨나요?”
  • “별일 아니야, 난 단지 당신이 또다시 몸을 팔려고 하는데 마땅한 고객을 찾지 못했을 가봐 연락한 거야, 필요하면 연락 줘.”
  • 그는 계속 조롱했다.
  • 그는 말을 너무 심하게 했고 나는 큰 상처를 받았다, 비록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지만 나는 애써 화를 억누르며 말을 이어갔다.
  • “저…… 사장님한테 도움이 필요해요……”
  • “그래.”
  •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가 승낙했다.
  • 나는 멈칫했다.
  • ‘무슨 일인지 물어보지도 않고 괜찮다고?’
  • “남편이 내 아들을 병원에서 퇴원 시켰어요, 남편은 나한테 위자료로 2억을 배상하라고 해요.”
  • 그는 또다시 내 말을 끊었다.
  • “당신한테 어떤 어려움이 있던 내가 다 처리하지, 내일 점심에 당신을 데리러 사람을 보낼 거야.”
  • “뚜뚜.”
  • 나를 어디로 데리고 가는지, 가서 뭐하는지 물어보려고 하는 찰나 그는 전화를 꺼버렸다.
  • 내 머릿속에는 의문이 가득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는 나를 어디로 데리고 가는지, 뭘 하는지에 대한 해석이 전혀 없었다.
  • 그는 분명 내가 어떤 일에 닥치던 자기가 모두 해결해 주겠다고 했다, 이 말은 전혀 신뢰가 없었지만 나는 왠지 모르게 믿음이 갔다.
  • 이때 버스가 왔다, 나는 버스에 올라탔고 가는 내내 그의 결혼식이 담긴 광고를 볼 수 있었다,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을 보니 무척 부러웠고 저도 모르게 자신의 실패한 결혼생활을 돌이켜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 나는 백화점에 있는 직원 숙소로 돌아와서 동료의 담요를 빌려 침대에 폈다, 밤새 제대로 자지도 못하고 뒤척이다가 피곤한 몸을 이끌고 다음날 출근했다.
  • 마음에는 근심이 가득하여 온종일 넋이 나가 있었고 머릿속에는 온통 모진풍이 나를 어디로 데리고 갈지, 나한테 무엇을 할지, 그는 진짜 약속한 대로 나를 도와 아들을 찾아줄지에 대한 생각뿐이었다.
  • 마침내 오후 2시가 되었고 매니저가 직접 카운터에 와서 나한테 밖에 누군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알려주었다.
  • 백화점 입구에서 정장 차림을 한 남자가 나를 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허리를 굽혀 차 문을 열어주면서 나를 모시고 넷째 형한테 간다고 했다.
  • “넷째 형”이라는 말에 나는 화들짝 놀랐고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 예전에 시어머니가 분명히 아들의 친 아버지가 “넷째 형”이라고 한 적이 있었다, 나는 유군 씨에게 “넷째 형”에 대해 물었지만 그는 끝까지 알려주지 않았다.
  • ‘설마 그들이 얘기한 “넷째 형”이 모진풍이야? 어떻게 이런 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