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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그가 곧 올 것이다

  • 날 내놓지 않으면 백화점 전체를 때려 부수겠다고 소리치던 사람은 내가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
  • 이상하게도 그들도 나를 모르는 것 같았다. 내가 바로 옆에 서 있는데도 나를 알아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 매니저가 나서서 그들을 제지하다 오히려 맞고 엎드러졌고 동료가 핸드폰을 꺼내 경찰에 신고하려 하자 핸드폰도 부수고 몽둥이로 때리기까지 하였다.
  • 나를 찾아온 이상 나는 침묵할 수 없었다. 내가 주동적으로 나서서 내가 바로 임안이니 멈추라고 했다.
  • 그러자 그 사람들이 갑자기 나를 둘러쌌다. 그들 중 한 명이 핸드폰을 꺼내서 비교하더니 나라고 확신한 후 데리고 나갔다. 그런 후 나는 남자들에게 잡혀 문 앞에 세워진 승합차에 올라탔다.
  • 가는 도중에 누군가가 전화로 보고를 했다. 그 여자를 찾았다며 어떻게 하냐고 물었다. 전화 속의 사람 지시를 받고 차를 교외로 몰았다.
  • 폐교된 초등학교로 끌려갔는데 학교를 옮긴 지 얼마 안 됐는지 농구 보드와 기타 시설은 아직 멀쩡했다. 나는 손발이 묶인 채 운동장에 내동댕이쳐졌다.
  • 마침 6월이라 점점 뜨거워지는 햇볕에 쬐여 나는 땀을 줄줄 흘렸다.
  • 햇볕에 쬔 지 한 시간 만에 또 차 한 대가 학교에 들어왔다. 차에서 내린 사람은 내가 결혼식에서 만났던 서가경이었다. 바로 모진풍과 결혼하지 못한 신부였다.
  • 그녀는 나를 향해 걸어오더니 허리를 굽혀 나를 응시하였다. 그의 얼굴에는 독기가 가득했다. 그러고 나서 뺨을 연거푸 때렸다. 가뜩이나 햇볕에 좀 어질어질했는데, 몇 번을 후려치니 더 어지러웠다.
  • “천한 년, 네가 모진풍에게 무슨 짓을 했기에 그가 나를 배신해?”
  • 말하면서 나의 머리를 걷어찼다.
  • 그녀의 하이힐은 뾰족해서 나를 찼을 때 너무 아팠다. 나는 입술을 악물고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그 앞에서 절대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용서는 더욱 구하지도 않을 것이다.
  • 사실 그녀에게는 내가 전에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비록 모진풍이 주범이고 나는 그냥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지만, 많은 사람 앞에서 그녀의 신랑과 함께 도망간 것은 사실이다. 나 같았어도 미워했을 것이다. 그래서 워낙 해명하려고 했었다.
  • 하지만 그녀가 독하면서 오만방자한 모습을 보면서 모진풍이 그녀에게 장가 안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정말 엉망이었다.
  • 그녀의 능욕은 멈추지 않고 또 나를 발로 차고, 내 얼굴에 침을 뱉었다. 이때 내가 수그러들면 그녀가 불쌍히 여기지도 않고 오히려 더 괴롭힐 것이다.
  • 나는 그녀를 한 번 노려보고는 애써 웃음기를 머금고 여유로운척하였다.
  • 내가 두려워할수록 그는 더욱 나를 괴롭히리라는 것을 알았다.
  • “천한 년, 넌 오늘 죽었어. 아직도 웃음이 나와?”
  • “나와 모진풍은 네가 생각하는 그런 관계가 아니야. 하지만 지금 당신한테 말하고 싶지 않아. 당신이 이렇게 막무가내로 날뛰고 교양 없이 구니 명문가 출신이라는 말이 부끄럽네. 내가 모진풍이라도 너와 결혼하지 않았을 거야.”
  • 나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 그녀는 화가 나서 얼굴까지 파래졌다.
  • “천한 년, 입은 아직도 살아 있구나. 자, 이 년의 옷을 벗기고 너희들 몇 명이 줄을 서서 그녀에게 올라가. 그리고 찍어둬. 모진풍에게 그가 좋아하는 여자, 그가 보호해야 할 여자가, 어떤 천한 년인지 보여주게.”
  • 그의 수법은 유군과 얼마나 비슷한가.
  • 출신이 아무리 좋아도 뼛속까지 나쁜 사람은 모두 똑같이 저급하고 더러웠다.
  • “모진풍이 곧 올 거야. 네가 나를 그렇게 대하면 그가 너를 더 미워할 것이고, 그러면 너는 더더욱 기회가 없을 거야.”
  • 나는 최대한 냉정하게 말했다. 사실 조금 겁이 났었다. 나는 가까스로 유군의 손에서 벗어났지만, 또 다른 사람에게 모욕을 당한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 그녀는 순간 머뭇거렸다.
  • “모진풍이 여길 찾아올 줄 알았니? 그가 백마를 타고 와서 구해줄 줄 알아?”
  • 나는 가능한 한 시간을 끌어야만 한다. 비록 확실치 않지만 계속 그녀와 말을 해야 했다.
  • “안 믿어? 곧 도착할 거야.”
  • “그래, 모진풍이 와도 나는 두렵지 않아.”
  • 서가경이 이 말을 할 때 자신감이 없어 보였다.
  • “그래?”
  • 그때 갑자기 누군가 한마디 대꾸했다.
  • 나와 서가경은 약속이나 한 듯 머리를 돌렸다. 하얀 양복을 입은 모진풍이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손에 검은 파라솔을 들고 있었고 그 뒤를 장헌용이 따랐다.
  • 나는 멍하니 있는 서가경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 “거봐, 내 말이 맞지, 그가 왔잖아?”
  • 서가경도 잠시 당황하더니 바로 냉정을 되찾았다. 얼굴에 억지웃음을 짜내면서 말했다.
  • “진풍아, 너 왜 왔어?”
  • 모진풍은 그를 상대하지 않고 곧장 나에게로 향해 다가왔다. 검은 파라솔을 오른손에서 왼손으로 바꿔서 태양을 가리고 오른손으로 천천히 내 몸에 있는 밧줄을 풀어주었다.
  • “내가 올 줄 어떻게 알았지?”
  • “내가 그들에게 끌려간 뒤 매니저가 분명히 당신한테 전화했을 거예요. 그들이 차량 번호판을 가리지 않았으니 도처에 있는 카메라를 통해 여기까지 오기란 어렵지 않았을 거예요. 난 거의 두 시간째 묶여 있었으니까 당신이 도착할 때도 됐죠. 그렇지 않으면 넷째 형의 위명에 금이 갔을 거예요.”
  • 이 말에 그는 내심 기뻤다.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그러고는 서가경을 돌아보았다.
  • “너도 봤지, 그녀가 너보다 몇 배는 영리하다는걸. 네가 나라면 너도 그녀를 선택했을 거야.”
  • 서가경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 “모진풍, 이 여자 못 데려가!”
  • 말하면서 나를 묶어 온 사람들을 한 번 보았다. 막으라는 눈치였다. 거기에는 대여섯 사람이 있으나 모진풍 쪽에는 그와 장헌용이 있을 뿐이다. 수적으로는 서가경 쪽이 압도적이었다.
  • 그런데 그전에 날뛰던 건달들이 지금, 이 순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모두 눈을 들지 못하고 얌전하게 서 있었다. 이따금 곁에서 냉담한 표정으로 말 없는 장헌용의 눈치를 살폈다.
  • 그들이 모진풍의 이 수하를 매우 두려워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들은 옴짝달싹 못 하고 있었다.
  • 모진풍은 손을 뻗어 나를 부축하려 했지만 나는 발이 저려 똑바로 서 있지도 못했다. 그러자 그는 손을 내 허리에 대고 나를 받쳐 세웠다.
  • 나는 그가 나에게 이렇게 하는 것이 계속 서가경 앞에서 연기하는 건지 아니면 다른 건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순간 나는 정말 감동했다.
  • “괜찮아? 가자.”
  • 모진풍이 말했다.
  • 서가경이 길을 가로막았다.
  • “모진풍, 너희 집안에서 이 땅을 개발할 때 우리 아빠의 도움이 없었으면 철거가 그렇게 순조로웠을까? 우리 집에 밉보인 결과가 얼마나 심각할지 똑똑히 생각하는 게 좋을 거야!”
  • 모진풍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장헌용을 보았다.
  • 장헌용은 서가경에게 걸어가서 귓가에 작은 소리로 몇 마디 말을 건네자 서가경이 안색이 변하여 나와 모진풍이 밖을 향해 걸어가는 것을 보고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