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그래도 병원 사람들 때문에 미칠 지경인데, 이렇게 간단하게 오진이라고 말하면 끝이야? 그러면서도 나랑 결혼을 하겠다고?’
“모 사장님 능력 있는 사람인 거 잘 알아요, 모든 사람들을 조종해서 원하시는 시나리오 대로 연극도 펼칠 수 있겠죠. 하지만 전 그 연극에서 빠질래요. 모두 사장님이 설계해놓은 그림이지만 그래도 그동안 저랑 아이 도와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전 이제 진실을 알았으니 혼자 천천히 노세요.”
말을 마치고 나는 장헌용의 차로 다가가 소양을 데려오려 했다.
하지만 그는 나의 앞에 막아섰다.
“그래, 혼인신고 안 해도 좋아, 우리 가족들을 속일 사진 한 장만 찍어,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지. 해성에서 제일 좋은 이중 언어 유치원 연락해놨고 내일이면 입학할 수 있어. 이미 아이에게 얘기했는데 설마 실망시키려는 건 아니지?”
나는 그가 또 무슨 음모를 꾸미는지 의심스럽게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다짜고짜 나를 끌고 가 차에 태우고 사진관으로 향했다.
사진작가는 먼저 아이에게 촬영을 해줬다. 그리고 모진풍은 가방을 그에게 보관하고 나더러 직원을 따라 옷을 갈아입으라고 했다.
이어서 우리 세 사람은 단체 사진을 찍었고, 나와 모진풍은 함께 몇 장을 찍었다.
단체 사진 속에 세 사람이 환히 웃는 모습에 나는 조금 마음이 흔들렸다.
‘그동안의 거짓말 같은 건 무시하고 이대로 결혼해서 아이에게 원하는 가족을 만들어 줄까?’
사진을 찍고 모진풍은 나에게 어디로 가냐고 물었다. 나는 지금 아이도 괜찮으니 출근하고 싶다고 했다.
모진풍은 정헌용에게 나를 직장으로 데려다주고 아이를 별장으로 보내라고 했다.
백화점 입구에서 나는 차에서 내렸고 소양은 나에게 손을 흔들었다. 엄마 출근 잘하라며 자기는 집에서 기다리겠다고 했다. 그리고 모 삼촌과 함께 밥 먹으러 가자고 했다.
나는 아이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그 호화로운 집은 모진풍의 집이지 아이의 집이 아니라는 사실을.
하지만 나는 아이가 실망할까 봐 입 밖에 낼 수 없었다.
내가 백화점에 들어서자 동료가 나를 발견하고 열정적인 태도로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매니저님은 작은 걸음으로 달려와 긴장하는 태도였다.
“왔어요? 둘러보고 어디 맘에 안 드는 점 있으면 바로 알려줘요.”
그의 말투는 내가 출근하러 온 것이 아니라 마치 시찰하러 온 것 같았다.
나는 매니저에게 아이 일은 이미 잘 해결됐고 오늘부터 정상 출근하러 왔다고 했다.
“그래요, 카운터에 설 필요 없어요, 사무실에서 우리 일을 지도해 주면 돼요.”
매니저가 말했다.
“네? 저 영업사원인데 카운터 서지 않으면 출근해서 뭐해요? 왜 사무실에 앉아 있어요?”
매니저는 더욱 긴장하더니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나 난처하게 하지 마, 내가 너 카운터 세우면 모 사장이 나 길가에 서라고 할지도 몰라. 옛정을 생각해서 나 좀 도와줘. 나 딸린 식구도 많은데 이대로 일자리 잃을 수 없어.”
나는 그가 모진풍을 두려워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모진풍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일을 지시했는지 무슨 일들을 했는지 나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는 이상 나도 카운터에 서겠다고 고집을 부릴 수 없었다. 모진풍 그 모진 사람이 진짜 사람을 길거리에 내보낼지도 모르니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카운터에도 못 서게 하면 다른 일이라도 줘야 하잖아?’
매니저는 그제야 안심한 표정으로 이마의 땀을 닦으며 말했다.
“앞으로 나 도와서 매장관리해주면 돼, 아니지, 내가 너를 도와 매장관리를 해야지.”
다행히 나는 이 백화점에 익숙했고 확실히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었다. 퇴근할 무렵 장헌용이 나를 데리 러왔다. 동료들의 부러운 눈빛을 한 몸에 받으며 장헌용의 아우디에 올라탄 나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허영심이 많은 사람은 아니었지만 모진풍이 나에게 준 우월감과 안전감은 확실히 존재했다. 힘들었던 지난날들에 비해 지금의 변화는 나로 하여금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다. 필경 나도 평범한 사람이었고 돈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장헌용은 나를 해성 최고의 어린이 레스토랑으로 데려갔다. 내가 들어갔을 때 모진풍은 놀이구역에서 아이와 놀고 있었다.
깔끔한 양복을 차려입은 소양은 마치 고귀한 왕자님 같았다. 아주 신나게 놀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두 남자의 눈썹 사이로 비슷한 면이 보였다.
나의 심장은 두근 거렸고 실감 나지 않은 행복감이 스쳐 지나갔다.
이때 모진풍이 나를 보고 얼굴의 웃음을 이내 거두더니 아이와 함께 다가왔다.
“음식은 이미 시켰어, 우리 결혼 축하하자.”
그는 덤덤하게 말했다.
나는 의혹스럽게 그를 쳐다보았고 그는 마술처럼 가방에서 혼인신고증을 꺼냈다.
“이건 네꺼야, 잘 보관해. 혼인 신고하는데 원래 두 사람이 현장에 가야 하지만 네가 일이 바쁘니, 마침 구청에 간부도 나랑 친해서 이례적으로 내가 대신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