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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재혼

어쩌다 재혼

은빛여울

Last update: 2021-12-10

제1화 몸 파는 여자

  • 내 이름은 임안이고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고 있다, 남편 유군 씨랑 결혼한 지 3년이 지났고 우리한테는 두 살짜리 아들 한 명이 있다, 비록 살림살이는 빠듯했지만 그런대로 만족하면서 살고 있다.
  • 그런데 지난달 아들이 갑작스럽게 쓰러지는 바람에 워낙 부유하지 않은 우리 가정에 큰 시련이 닥쳐왔다.
  • 갓 두 살이 된 아들은 신장 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의사는 우리한테 치료비로 2억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 억 소리가 나는 거액에 나는 맥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이 상황을 도저히 어떻게 받아들일지 몰랐다.
  • 하지만 병실에 누워있는 아들을 생각하면 모든 걸 팔아서라도 치료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나는 곧바로 병원에서 나와 유군 씨가 있는 회사로 상의하러 갔다.
  • 하지만 예상치도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유군 씨의 태도는 매우 냉담했고 자신한테는 돈도 없고 돈을 빌릴 곳도 없으니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해결해라고 했다.
  • 나는 화가 나서 그 자리에서 그의 뺨을 한대 때렸다, 그리고 괴로워할 겨를도 없이 여기저기 돈을 꾸러 다녔다, 하지만 단지 백화점 점원인 내가 빌릴 수 있는 돈은 치료비에 쓰기엔 턱없이 부족했고 나는 매일 눈물로 나날을 보냈다.
  • 내가 궁지에 몰렸을 때 함께 근무하던 여자애가 나한테 방법 하나를 제안했고 나는 아들을 살리고 싶은 마음에 모든 존엄을 버리고 허락했다.
  • 지금 나는 온몸이 나른해서 호텔 침대에 누워있다, 몸 구석에 생긴 시퍼런 멍은 방금까지 얼마나 격정스러운 사랑을 나눴는지 비웃는 것 같았다.
  • 그렇다, 나는 아들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낯선 남자한테 성을 파는 여자로 몰락하였다.
  • 이때 욕실 문이 열리더니 남자가 팬티 바람에 다른 방으로 걸어갔다, 나는 이 틈에 재빨리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었다.
  • 남자는 곧바로 돌아왔고 느릿느릿 소파에 앉아서 손에 든 수표를 건네주면서 조롱하듯 내게 말했다.
  • “오늘 스킬이 좋은데, 이건 팁이야.”
  • 그의 말은 나를 치욕스럽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한시름이 놓였다, 나는 재빨리 수표를 받고 머리를 숙여 확인했는데 금액을 확인하는 순간 넋이 나갔다, 4천만 원 밖에 들어있지 않았다.
  • 하지만 친구는 분명 나한테 2억이라고 했다, 빨리 수술을 진행해야 하는 아들이 생각나 나는 다급하게 물었다.
  • “저기요, 혹시 잘못 아신 게 아닌가요? 2억이라고 약속하지 않았어요?”
  • 그 남자는 의아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더니 손을 내밀어 내 턱을 잡았다, 그의 몸집은 거대하고 탄탄했고 일어서니 나한테 엄청난 위압감을 안겨줬다, 나는 두려움에 몸부림을 치자 그는 빈정거리며 말했다.
  • “2억? 허허, 너 같은 여자를 수없이 많이 봤어, 주제 파악이 안돼? 돈을 가졌으면 빨리 꺼져.”
  • 그의 말은 내 가슴에 비수를 꽂았지만 만일 그가 화나면 일전 한 푼도 가질 수 없다는 생각에 그가 손을 놓자 나는 더 이상 따지지 않고 수표를 받은 채 묵묵히 방에서 빠져나왔다.
  • 수표를 현금으로 바꾼 후 나는 부리나케 병원으로 향했다, 4천만 원을 전부 지불하고 병원에서 납부기록을 확인한 후에야 비로소 아들에게 주사를 놓아주었다.
  • 나는 병실 침대 옆에서 아들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며 순간 정신이 혼미해졌다.
  • 3년 전 내 현 남편 유군 씨는 나한테 미친 듯이 구애했다, 그의 젠틀하고 다정한 모습에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랑에 빠졌다.
  • 나는 결혼생활이 계속 아름다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들이 태어난 후부터 모든 게 달려졌다, 유군 씨는 나와 아이한테 점차 소홀해졌고 툭하면 나와 아들을 때리기 일쑤였다, 하지만 나는 아들이 온전한 가정에서 생활하게 하기 위하여 모든 걸 참고 넘기면서 나아지기를 바랐다.
  • 하지만 이번 일은 절대로 참을 수가 없었다, 유군 씨가 한 행동은 나를 폭발하게 했고 결혼에 대해 완전히 실망함과 동시에 그때 그와 결혼한 짓은 내가 눈이 멀었다는 자신에 대한 원망도 컸다.
  • “엄마, 엄마.”
  • 아들의 부름 소리에 나는 정신이 돌아왔다, 나는 얼굴을 돌리고 손으로 눈물을 닦고는 아들한테 애써 웃으며 말했다.
  • “우리 귀염둥이 아들, 엄마가 여기 있어.”
  • “엄마, 아빠는? 아빠는 왜 날 보러 안 와?”
  • 아들은 낮은 소리로 물었다.
  • 나는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팠다, 하지만 감정을 억누르고 아이한테 아빠는 출근해야 하니 늦게라도 보러 올 것이라고 말했다.
  • 아들을 병원에 맡긴 후 나는 간호사한테 아이를 부탁하고 일상용품을 가지러 집으로 돌아갔다.
  • 집에 도착한 후 현관문을 열고 한창 신발장에서 신을 벗으려는데 유군 씨와 시어머니의 목소리가 주방에서 흘러나왔다, 그들은 내가 돌아온 걸 눈치채지 못했다.
  • 두 사람의 얘기 중에 내 이름도 나오고 아들 얘기도 나와서 나는 동작을 멈추고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엿들었다.
  • 하지만 두 사람의 말을 들은 나는 놀라서 경악을 금치 못했고 어둠의 구렁텅이에 빠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