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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예쁜 누나 집으로 가

  • 연서윤이 차문을 벌컥 열었을 때, 박시오는 차 안에서 감자 칩을 와작와작 씹고 있었다. 그는 마치 어른처럼 다리를 꼬고 앉아 미간을 구겼다.
  • “예쁜 누나, 인제 왔어요?”
  • 박시오는 헤헤 웃으며 말했다.
  • “이거 먹어봐요! 엄청 맛있어요! 이렇게 맛있는 건 처음 먹어봐요! 형이 그러는데 이건 정크 푸드라고 했어요. 그래도 맛있는걸요. 누나도 먹을래요? 특별히 누날 위해 남겨둔 거예요.”
  • 연서윤이 아이를 째려봤다.
  • ‘이건 내 감자 칩이라고...’
  • 한 봉투 가득 담았던 간식이 이미 빈 봉투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그녀를 위해 특별히 조금 남겨줄 생각을 했고 또 귀엽게 생긴 것을 봐서, 그를 용서해 주기로 했다.
  • “고마워.”
  • 연서윤은 박시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 “하지만 나 어제 너희들이 얘기했던 나쁜 놈은 만나지 못했어.”
  • 그러자 박민오가 먼저 답했다.
  • “그럼 아마 오지 않았을 거예요.”
  • “흠, 그래? 그럼 이제 너희를 어디로 보내줄까?”
  • 연서윤은 별생각이 들지 않았다.만나지 못한 사람을 그녀가 무슨 수로 처리할까?
  • ‘만나지 못했으니 어쩔 수 없지 뭐.’
  • 하지만 아이들은 ‘보내준다’는 말에 놀란듯했다. 박시오가 작은 입술을 살짝 내밀고 처량하게 연서윤을 바라봤다.
  • “예쁜 누나, 누난 이제 내 여자잖아요. 그런데 왜 날 보내려는 거예요?”
  • 연서윤은 코끝이 찡해졌다. 아이가 너무 어려서 자신의 원래 집이 어디인지 기억도 못 하는 모양이었다.
  • “당신 집에 가요.”
  • 박민오가 입을 열었으나 어딘가 명령처럼 들렸다.
  • “좋아! 예쁜 누나 집으로 가자!”
  • 박시오도 활짝 웃으며 동의했다.
  • 연서윤은 생각에 잠겼다. 지금 그녀는 씻지 못해서 찝찝하고 옷도 더러웠다. 게다가 어제 술을 많이 마시고 여태껏 뭘 먹지도 못했다. 두 아이는 차에서 밤을 보냈으니 그녀와 아이들 모두 휴식이 필요했다.
  • “좋아. 그럼 일단 우리 집으로 가자.”
  • 결국 그녀는 도시 중심에 있는 자기 집, 원진 별장 구역으로 향했다.
  • 이 구역은 땅값이 금값이었다. 도시 중심은 아파트도 아주 비싸니 별장은 더 말할 필요가 없었다. 이곳이 유명한 부자 마을이었다.
  • 연서윤이 원진 별장에서 지낸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다. 이제 인테리어나 이사가 마침 금방 완성된 상태라 아직 딸아이를 데려오지도 못했다.
  • 문을 열자 박시오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 “우와!”
  • ‘이 별장, 너무 예쁜 거 아냐?’
  • 집안은 인테리어는 마치 놀이공원 같았다. 2층에서 1층으로 이어진 거대한 미끄럼틀, 오션볼 수영장, 게임 구역, 캠핑 텐트에 엄청나게 큰 트램펄린과 체력 훈련을 위한 케이블 로드까지. 이 모든 것이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 사실 이건 연서윤이 딸 하은이를 위해 준비한 생일선물이었다. 그런데 두 남자아이와 인연이 닿아 먼저 보여주게 되었으니 아이들이 먼저 놀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 “여기가 내 집이야. 너희 둘은 마음껏 놀아도 돼. 천천히 놀아.”
  •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꼬르륵”하는 불협화음이 들려왔다.
  • 박시오가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였다.
  • “저 배고파요. 헤헤.”
  • “그럼 내가 먼저 케이크랑 과일 좀 가져오면 요기해. 곧 밥해줄 테니까. 어때?”
  • “좋아요!”
  • 박시오가 환호를 지르며 오션볼 수영장으로 달려갔다.
  • 하지만 현재 박도겸의 집안은 쑥대밭이 되어 있었다.
  • 집안의 사람들에게 있어 두 작은 도련님은 가문의 하늘이었는데 지금 실종됐으니 하늘이 무너진 것과 다름없었다.
  • 박도겸이 별장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안에서 컵이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 “쓸모없는 놈들! 머릿수가 몇인데 애 둘을 못 봐?!”
  • 분에 못 이겨 씩씩거리는 소리가 뒤이어 들려왔다. 별장이 떠나갈듯한 목소리였다.
  • 이 정도 위압감이라면 박도겸의 아버지 외에 다른 사람일 리가 없었다.
  • 박도겸은 걸음을 멈추고 바로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이번 사건은 도우미나 집안 하인을 욕하고 탓할 일이 아니었다. 유일한 문제라면 바로 그의 아들이 너무 ‘대단하다’는 것.
  • 집사 오영우가 허리를 굽히고 자세를 낮춘 채 앞으로 다가왔다.
  • “도련님...”
  • “어떻게 된 일이야?”
  • “어젯밤 두 작은 도련님께서 생일이었어요. 그래서 평소보다 훨씬 들떠있었죠. 하지만 도련님께서 돌아오시지 않았습니다...”
  • 박도겸의 얼굴이 그늘졌다.
  • 확실히 아들의 생일을 챙겨준다는 사실을 잊어버렸다. 어젯밤 연민영이 메시지를 보냈던 것 같기도 했으나 스파이를 잡는 일에 너무 신경을 쓰다 보니 생일을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다.
  • 오영우가 계속해서 말했다.
  • “사실 작은 도련님들은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어요. 그래도 다행히 민영 씨가 있어서 아이들을 위로해줘서 괜찮아졌어요. 그리고 전 전처럼 작은 도련님들을 씻기고 재웠어요. 그런데 오늘 아침에 사라질 줄 누가 알았을까요. 이불 속에 베개 두 개만 덩그러니 놓여있었어요!”
  • 오영우도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 “감시카메라는?”
  • “고장 났어요. 어젯밤 생일 파티가 끝난 후로 아무 기록도 없어요. 그래서 언제 나갔는지, 어느 방향으로 나갔는지도 몰라요.”
  • 점점 더 기어들어 가는 오영우의 목소리. 이렇게 큰 저택에 도우미와 하인이 가득하므로 두 아이가 몰래 빠져나가는 것은 실로 어려운 일이었는데 정말 날아서 하늘로 솟아오른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 박도겸이 차갑게 피식 웃었다.
  • ‘내가 아들을 얕봤네.’
  • 오영우는 몰래 박도겸을 흘긋 바라봤는데 그는 전혀 조급하지 않은 듯했다. 도련님은 어려서부터 감정표현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지금 아들이 실종되었는데도 무덤덤할 수 있다니. 회장님께선 잔을 몇 개 부쉈는지 셀 수도 없었다. 친할머니가 아닌 임현숙마저 울어서 눈이 퉁퉁 부었는데 친아빠라는 사람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 사실 박도겸은 당연히 걱정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서재에 있던 그 총을 아들이 훔쳐 간 게 분명했으니까. 게다가 아이들은 회장님 카드도 훔쳐 간 것 같았다. 그의 큰아들은 절대 준비 없이 싸우지 않을 테니까.
  • 총과 돈을 챙겼으니 그는 딱히 걱정되지 않았다.
  • 하지만 아이들이 고작 4살이라 나쁜 마음을 품은 사람에게 이용당할까 봐 걱정되었다.
  • 하경원이 다급하게 달려와 말했다.
  • “대표님, 작은 도련님들께서 위치 GPS 시계를 버린 것 같습니다. GPRS에 두 분의 위치자 줄곧 술집으로 되어있어요.움직인 적이 없습니다.”
  • “술집?”
  • “어제 스파이를 잡으러 갔던 그 술집이요. 설마 작은 도련님께서 대표님을 찾으러 갔던 건 아니겠죠?”
  • 박도겸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당황하지 않고 자신의 핸드폰을 꺼냈다.
  • GPS 시계는 회장님께서 손주를 위해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박도겸의 총에 GPS 칩이 있었기에 그가 총의 위치만 찾으면 아들을 찾을 수 있었다.
  • 핸드폰을 열고 GPS 앱을 연 그가 얼굴을 찌푸렸다.
  • 오늘 오전에 그는 여자의 지갑 속에 GPS 칩을 넣어 두었는데 앱에서 자신의 두 아들의 위치와 그녀의 위치가 일치했다.
  • 그 말은 즉, 스파이로 의심되는 여자가 지금 자신의 두 아들과 함께 있다는 것이다.
  • “용진 별장 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