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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좋아해

  • 박도겸은 살짝 고개를 갸웃했다.
  • “무슨 뜻이야? 왜 내 딸한테 우리가 연애한다고 했어?!”
  • “네가 그렇게 눈짓을 했잖아.”
  • “그건 부정하라는 뜻이었지! 인정하라는 게 아니라! 아, 미치겠네!”
  • 연서윤은 손을 허리에 올리고 안절부절못했다. 하은은 똑똑한 아이라 쉽게 속일 수가 없었다.
  • “됐어, 이건 내가 해결할게. 하지만 내 딸 앞에서 이상한 말은 하지 마!”
  • 말을 마친 연서윤이 몸을 돌렸다.
  • “야, 어디 가?”
  • “술집!”
  • 연서윤은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답했다. 하은이 데이트를 가라고 한 마당에 밖에 있는 시간이 길지 않으면 집에 갔을 때 분명 꼬치꼬치 캐물을 것이다.
  • “대낮에 무슨 술집?”
  • 연서윤은 그제야 몸을 돌리고 답했다.
  • “내 술집이야. 며칠 전에 누군가 행패를 부렸다는데 어떻게 됐는지 가봐야겠어.”
  • 바이브 술집 역시 연서윤 산하의 사업이었다. 가면 뭐라도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박도겸은 연서윤을 따라갔다.
  • 두 사람은 함께 바이브 술집에 도착했다.
  • 비록 대낮이지만 주말이다보니 술집에는 사람이 있었다. 저녁의 떠들썩한 술집의 분위기가 싫어서 일부러 낮에 온 사람들도 있었다.
  • 낮의 술집에는 밴드가 없었지만 오늘은 밴드가 저녁 무대를 위해 리허설을 하고 있었다.
  • 사람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연서윤은 밴드를 보더니 입이 근질거렸다.
  • “내 술집이니까 마음대로 해!”
  • 연서윤은 박도겸의 어깨를 툭 치고는 무대로 올라갔다. 연서윤은 밴드 멤버에게 귓속말로 뭔가를 말하더니 보컬의 자리에 앉았다.
  • 메인 보컬의 자리에 앉아 마이크를 잡은 연서윤의 몸에 조명이 비치자 마치 하늘에서 선녀가 내려온 것만 같았다.
  • “아직도 널 생각해. 수많은 날이 지났지만 너와 함께 했던 익숙한 거리는 변하지 않았어. 계절이 지났지만 나는 아직도 널 만났던 봄이야... 그렇게 널 좋아해.”
  • 단순한 가사의 조용한 발라드가 술집에 울려 퍼졌다.
  • 어떤 손님들은 그녀의 노래에 맞춰 손을 흔들었다.
  • 박도겸은 무대 아래에 앉아 눈을 가늘게 뜨고 무대 위에 있는 여자를 감상했다. 연서윤은 눈을 반쯤 감은채로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편안하게 노래를 불렀다.
  • “계절이 지났지만 나는 아직도 널 만났던 봄이야... 그렇게 널 좋아해...”
  • 노래가 끝나자 누군가 박수를 보냈다.
  • 연민영 역시 오늘 친구들과 술을 마시러 왔는데 곧 결혼할 몸이라 즐길 수 있는 날이 많지 않다고 생각하여 저녁에는 올 용기가 없고 낮에 온 것이다.
  • 무대 위의 연서윤을 발견한 그녀는 경악했다.
  •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 연민영은 주위를 둘러보았고 역시나 박도겸을 발견했다. 둘이 함께 온 것 같았다.
  • 그녀는 흰색 알약을 술잔에 넣고 몇번 흔들었고 알약은 순식간에 녹았다.
  • 연민영은 직원을 불러 그의 쟁반에 담긴 술을 모두 사고 2장의 수표를 직원의 주머니에 넣고 나서 말했다.
  • “이걸 반드시 아까 노래 했던 여자에게 먹여요. 반드시 그 여자가 이걸 마시는 걸 봐야해요. 아니면 내 체면이 안 선단 말이에요.”
  • 연민영은 끝으로 직원을 향해 윙크를 했다.
  • “알겠습니다.”
  • 직원은 손이 큰 손님을 향해 친절하게 말했다.
  • “잠깐, 이 꽃도 선물해요. 노래 정말 잘 들었다고 전해줘요.”
  • 연민영은 친구에게서 꽃다발을 받아 직원에게 건넸다.
  • 직원은 꽃을 들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백스테이지로 향했다.
  • 연서윤은 백스테이지에서 술집의 점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번 일로 인해 확실히 술집의 매출이 줄었지만 이내 회복이 되었다.
  • 직원은 꽃다발을 테이블에 놓고 술잔을 연서윤에게 건네며 말했다.
  • “대표님, 방금 어떤 아가씨께서 대표님께 드렸습니다.”
  • 연서윤은 보지도 않고 말했다.
  • “거기 둬.”
  • 직원은 미동이 없었다.
  • 연서윤은 그제야 고개를 들고 물었다.
  • “왜 그래?”
  • “제 생각에 그 여자가 나쁜 마음을 품은 것 같아서요. 저한테 대표님께서 마시는 모습을 반드시 보라고 했어요. 아니면 자신의 체면이 서질 않는다면서요. 자주 오는 손님인데 제 친구가 노범준네 집안의 사모님이라고 부르는 걸 들었어요.”
  • 연서윤은 눈을 가늘게 떴다.
  • ‘연민영이군.’
  • “알겠어. 너 이리 와.”
  • 연서윤은 직원의 귓가에 대고 뭔가를 말했고 직원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술잔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 직원은 연민영 일행의 앞에 다가가 말했다.
  • “이건 저희 가게의 신상입니다. 드셔 보시겠습니까?”
  • 연민영이 고개를 들어 방금 그 직원인 것을 확인했고 직원이 얼른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말했다.
  • “방금 술은 다 마셨습니다.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요.”
  • “잘 했어요.”
  • 연민영은 말하면서 직원의 손에서 술잔을 받아 마셨다.
  • 연서윤의 약효가 발한다면 분명 그 선수와 재미를 볼 것이라고 생각했다.
  • ‘연기하는 걸 좋아하잖아? 어디 끝까지 놀아보자고.’
  • 연민영은 어서 연서윤이 망가진 모습을 보고 싶었다.
  • 연민영의 친구들 역시 술을 마시고 누군가 그녀들에게 함께 춤을 출 것을 요청했고 그들은 함께 무대로 향했다. 연민영은 자신의 신분을 생각하여 자리에 남았다. 노범준네 집안은 큰 가문이었기 때문에 그녀를 주시하는 눈들이 많을 것이다.
  • 하지만 이때 그녀는 갑자기 몸이 달아올랐다. 목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
  • “아가씨, 함께 춤 출래요?”
  • 한 남자가 그녀의 어깨를 톡톡 치며 물었다.
  • 안민영은 그의 손이 올려진 곳이 찌릿하며 기분이 좋았다.
  • “그래요!”
  • 남자는 연민영의 손을 잡고 무대로 향했고 두 사람은 몸을 비비며 춤을 췄다.
  • 연민영은 몸이 더욱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고 단추를 풀었다.
  • 남자는 이렇게 대담한 여자는 처음이라 그녀를 만지는 손길도 더욱 대담해졌다.
  • 연서윤은 구석에서 모든 것을 지켜보았다.
  • 직원이 와서 말했다.
  • “방금 그 술을 마셨습니다.”
  • “그래. 점장에게 신경 쓰라고 해. 너무 과격하게 놀면 안 돼. 나 먼저 갈게.”
  • 연서윤은 무표정한 얼굴로 술집을 떠났고 박도겸은 떠나는 그녀의 뒤를 급히 따라갔다.
  • “재밌겠는데 안 보고 그냥 가? 아쉽지 않아?”
  • 연서윤은 박도겸을 흘기더니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술집을 나와 조수석에 앉았다.
  • 가는 길 내내 연서윤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집에 거의 도착했을 때 그녀는 목이 타는 느낌이 들고 몸이 달아올랐다.
  • ‘이건... 아냐.’
  • 약이 담긴 술을 마시지도 않고 술잔을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