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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나쁜 새끼

  • 모두가 그녀의 우렁찬 목소리를 들었다.
  • 박도겸은 귀를 의심하며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봤다.
  •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한 여자가 그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 그녀의 얼굴은 청순하고 반듯했다. 도톰한 이마와 조그마한 얼굴, 발그레한 두 볼은 발칙하면서도 어딘가 수줍은 소녀 같은 느낌을 주었다. 폭포처럼 흘러내린 기다란 검은색 생머리가 약간 어수선하게 이리저리 흩어져 있었는데 약간 섹시한 느낌도 들었다.
  • 그녀가 한걸음에 달려와 박도겸의 옷깃을 움켜쥐자 주위에 있던 경호원들이 눈빛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이 여자는 대체 누구인가. 왜 박도겸의 옷깃을 잡는 걸까? 혹시 그냥 오래 살고 싶지 않은 여자인가? 경호원들은 찰나의 순간에 수많은 의문을 던졌다.
  • 그러다 그녀를 막으러 제지하려 할 때, 박도겸이 손을 틀어막았다.
  • 연서윤은 약간 흐릿한 눈빛으로 남자를 바라봤다.
  • “어라? 이게 어딜 봐서 나쁜 새끼야...”
  • ‘분명 신이 질투할 정도로 잘생긴 남자잖아! 너무 잘생겨서 보기만 해도 몸이 뜨거워질 정도야...’
  • 연서윤이 침을 꼴깍 삼키며 활짝 웃었다. 그 모습에 박도겸의 눈썹이 씰룩 움직였고 동공이 살짝 수축했다.
  • 연서윤은 주위를 두리번거렸으나 ‘나쁜 새끼’는 보이지 않는 것 같았고 오히려 눈앞의 미남이 그녀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다. 그럼 연락처라도 받아놓아야지...
  • 연서윤이 헤헤 웃으며 남자에게 다가서 손을 뻗어 가슴팍을 살짝 어루만졌다.
  • “가슴 운동 많이 하나 봐?”
  • 그리고 이어서 그의 팔을 주물렀다.
  • “이두박근도 멋있어. 가슴은 크고 넓은데 허리는 가늘고 엉덩이는 튼실하네. 너처럼 잘생긴데다 몸매까지 좋은 남자는 보통... 그 뭐라더라? 아! 선수~ 선수라던데. 하하하, 하지만 너, 이 누나 마음에 들었어!”
  • 박도겸은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난데없이 한 여자가 자기 몸을 마음대로 주무르는 것도 모자라 그녀의 이런 행동에 자신이 하마터면 욕구를 느낄 뻔했다는 것이 놀라웠다.
  • 하경 원은 겁에 질려 구석에서 떨었다.
  • ‘이 여자, 정말 죽고 싶은 건가?’
  • 그는 정말 박도겸이 바로 총을 꺼내 그녀를 향해 쏠까 봐 두려웠다.
  • 주위에서 지켜보는 경호원들은 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살면서 이런 장면을 보는 날이 오다니!
  • 하경원이 다급하게 걸어왔다.
  • “빨리, 이 여자도 데려가 수색해!”
  • “이건.”
  • 박도겸이 입을 열었다.
  • “내가 직접 하지.”
  • 주삿바늘이 연서윤의 어깨에 꽂혔고 그녀는 곧바로 의식을 잃어버렸다.
  • 그런 그녀를 번쩍 들어 안은 박도겸이 성큼성큼 밖으로 걸어 나갔다.
  • 로얄 스위트룸 안, 박도겸은 연서윤을 사정없이 침대 위로 휙 던졌다.
  • 그리고 다소 거칠게 연서윤의 옷을 벗긴 후 자세하게 그녀의 몸 구석구석을 수색했으나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 그의 시선이 여자의 몸 위에 고정되었다. 눈처럼 흰 피부는 거의 투명했으며 굉장히 부드러워 보였다.
  • 박도겸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 그녀의 입술은 너무 맛있게 생겼다. 마치 달곰한 솜사탕처럼 보고 있으면 한입 베어 물고 싶게 만들었다.
  • 그는 천천히 입을 맞대고 그녀에게 뜨거운 키스를 퍼부었다.
  • “똑똑—”
  • 노크 소리.
  • “누구야?!”
  • 박도겸이 난폭하게 문밖을 향해 외쳤다.
  • 그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 하경 원은 자신이 타이밍을 잘못 잡았음을 직감했으나 어쩔 방법이 없었다.
  • “저예요, 대표님.”
  • 박도겸이 자리에서 일어나 문 앞으로 다가왔다. 그가 문을 사이에 두고 말했다.
  • “말해.”
  • “술집에 있던 모든 사람을 수색했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술집 내부도 수색했으나 수상한 곳이 없었어요.”
  • 박도겸이 미간을 깊이 찌푸리며 침대 위에 누워있는 여자를 바라봤다. 그들은 이미 많은 정보를 수집했고 조사한 결과 스파이가 마지막으로 있었던 장소가 술집이라고 결론 지었다. 만약 술집의 다른 사람이 모두 용의선상에서 벗어난다면 그의 침대 위에 누워있는 여자밖에 의심할 사람이 없었다.
  • ...
  • 아침햇살이 눈부시게 비쳐 들어왔다.
  • 연서윤은 기지개를 쭉 펴며 이불속에서 머리를 빼꼼 내밀고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어루만졌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 갑자기 그녀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벌떡 일어났다. 한 남자가 침대맡에 서 있었다! 그녀는 눈을 커다랗게 뜨고 물었다.
  • “너...”
  • 순간 정신이 들었는지 이불을 들어 안을 확인하니 자신은 벌거벗은 상태였다.
  • ‘어젯밤에 설마...’
  • 연서윤이 힘껏 자기 머리를 내리쳤다. 그녀는 어렴풋이 어젯밤 술을 많이 마셨고 화장실에서 두 아이를 만난 후, 나쁜 놈을 대신 손봐주겠다고 했다가 숨이 넘어갈 듯이 잘생긴 선수를 만났다는 기억이 떠올랐다.
  • 그녀가 다시 눈앞의 남자를 바라봤다. 남자는 윗옷을 벗은 상태였다. 그의 탐스러운 근육과 구릿빛 피부가 건강하게 빛났다. 그는 느긋하게 벽에 기대어 있었으나 귀족의 품위 같은 것이 느껴졌다.
  • 두 눈은 마치 사람의 혼을 홀릴 수 있을 것같이 깊었지만 소름 돋는 한기가 자리 잡고 있었다.
  • 연서윤은 긴장한 듯 이불을 가슴팍까지 끌어모으더니 낮게 기침했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을 지으며 머리카락을 어색하게 쓸어 넘겼다.
  • “저기, 그러니까. 다들 성인이고... 별거 아닌 거야.”
  • “아, 그래서?”
  • 박도겸이 눈썹을 추켜세웠다.
  • “그래서는 뭐 그래서야. 이미 했으니까 내가 돈 주면 되잖아!”
  • 연서윤이 그를 힘껏 쏘아보더니 옷을 끌어와 이불 안에서 주섬주섬 입었다.
  • 4년 동안 처음 이런 일에 부딪혔다. 유일한 성 경험은 임신할 때 딱 한 번 뿐이었다. 아팠던 기억 외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어젯밤은 또 술을 마셔 필름이 끊겼는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 박도겸이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사악하게 웃었다. 어젯밤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 하지만 이 여자가 지금 두 사람이 이미 섹스했다고 생각하다니.
  • 연서윤은 애써 침착하게 지갑을 찾았다. 그리고 찾을 수 있는 모든 현금을 꺼내 박도겸에게 건넸다.
  • 박도겸이 그녀 손에 들린 지폐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 ‘정말 날 몸 파는 남자로 본 건가?’
  • “부족해?”
  • 연서윤은 아예 지갑을 가져와 그의 손에 얹으며 말했다.
  • “현금은 이게 전부야. 여기 카드 몇 장 있는데 네 마음대로 골라.”
  • 박도겸은 손에 들린 지갑과 연서윤을 번갈아 쳐다봤는데 그의 시선과 마주친 연서윤은 서둘러 다른 곳을 바라봤다.
  • ‘안돼, 노련한 여자처럼 보여야 해.’
  • 박도겸은 지갑에서 카드 한 장을 꺼내는 동시에 작은 칩을 지갑의 카드 주머니에 붙여놓았다.
  • 연서윤은 바로 도망치듯 그곳을 빠져나왔다.
  • 박도겸이 가볍게 웃었다.
  • ‘멍청하긴. 처음이라 당황한 티가 팍팍 나는데 왜 굳이 연기하는 거야? 이 여자, 재밌네.’
  • 그녀가 나가자 하경원이 반듯하게 개어 놓은 옷을 들고 들어왔다.
  • “저 여자에 관한 모든 자료를 찾아.”
  • 박도겸이 옷을 입으며 말했다.
  • “네.”
  • 하경 원은 토를 달지 않고 바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 “대표님, 오늘 저택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두 작은 도련님께서 실종되셨다고 합니다.”
  • 연서윤은 호텔에서 나왔다. 머리가 아픈 와중에 얻어맞은 듯이 멍했다. 어떻게 기억도 나지 않는 상태로 낯선 사람과 하룻밤을 보낼 수 있을까. 다음엔 정말 술을 조심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그리고 어제 만났던 두 아이는 어디 있는 걸까?
  • 연서윤이 걸음을 재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