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 서재에 추가하기

이전 화 다음 화

제8화 혼란

  • “유군, 진정해, 이러면 안 돼. 당신이 나를 해하면 넷째 형이 가만두지 않을 거야!”
  • 나는 아예 모진풍을 통해 겁을 주려 했다. 얼굴에 난 상처와 그의 말을 미루어 보아 모진풍에게 맞았던 것 같았다.
  • “넌 내 마누라야. 우리는 아직 이혼하지 않았어, 내가 널 따먹는 건 당연한 일이야, 아무도 뭐라 할 수 없어! 더군다나 내가 동영상을 찍으면 모진풍도 어떻게 하겠어? 순순히 돈을 주고 사는 수밖에! 그가 결혼식에서 그랬잖아. 당신은 그가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그가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 섹스하는 영상이 배포되는 걸 그냥 보고만 있을 것 같아? 그가 얼마를 주고 살 거 같아? 10억, 아니면 그 이상?”
  • 돈 얘기하니 유군의 눈엔 섬뜩한 빛이 나왔다. 마치 환장한 사람 같았다.
  • 이때 미약하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 “엄마, 엄마?”
  • “아이의 얼굴을 봐서라도 제발 나를 놔줘요.”
  • 나는 애원했다.
  • “아이의 얼굴? 그런 잡종은 내 애가 아니야! 내가 왜 그 애 얼굴을 봐야 하는데?”
  • 유군이 반문했다.
  • “유군, 너 좀 진정해. 그래, 얘가 왜 네 애가 아니야, 똑똑히 말해봐. 돈이 필요하면 내가 넷째 형한테 말해볼게. 이렇게 하지 않아도 돼. 돈 받을 수 있어.”
  • 내 머리는 갈수록 어지러워지고, 몸은 점점 뜨거워지지만, 냉정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잠시만이라도 시간을 끌고 싶었다. 하지만 시간을 끌더라도 누가 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걸 나도 알았다.
  • “뭔 말이 이리 많아. 너는 내 마누라이고 다른 남자는 되는데, 나는 왜 안돼? 난 너와 야동을 찍어 모진풍에게 비싼 값에 팔려는 것뿐인데!”
  • 유군은 말을 하면서 바지를 벗어던지고 나에게 달려들었다.
  • 나는 절망감에 눈물이 흘러나왔다.
  •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던 그때 갑자기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한 남자가 야구 방망이를 들고 들어오더니 유군을 내리쳤다.
  • 눈을 들어보니 다름 아닌 모진풍이었다! 그는 마치 신처럼 우리 집에 나타났다!
  • 유군도 모진풍을 똑똑히 보았다, 깜짝 놀라 머리를 감싸 안고 땅바닥에 웅크렸지만, 모진풍은 쉬지 않고 계속 내리쳤다. 유군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을 때까지.
  • 그는 내가 꿈쩍도 하지 않고 멍하니 있자 뭔가 눈치챘는지 외투를 벗어 입혀준 다음 나를 안고 방에서 나왔다.
  • 아이가 안 보였다. 거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 “소양은요? 내 아이는요. 어떻게 여기에 왔나요?”
  • 그는 냉담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날 안고 내려왔다.
  • 그의 차는 아래층에 주차되었고 차 뒷좌석에서 간병인이 소양을 위로하고 있었다.
  • 바람을 맞자 힘이 좀 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몸은 여전히 나른했고 뜨거웠다.
  • 그는 나를 소양의 옆에 앉게 했다. 소양이 내 목을 끌어안으며 말했다.
  • “엄마, 아빠가 방 안으로 끌고 들어가니까 무서워서 모 아저씨한테 전화했어.”
  • 나는 나지막한 소리로 모진풍에게 고맙다고 했다. 간병인이 옆에 있어서 나도 더 말을 하지 않았다. 방 안에서 있었던 일은 정말 말하기도 부끄럽다.
  • “어리석은 여자.”
  • 모진풍이 경멸하듯 내뱉은 말을 들었다.
  • 그가 나타나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짐승 같은 유군한테 당했을 것이다, 나는 반박하지 않았고, 반박할 힘도 없었다.
  • 나는 그가 우리를 병원에 데려다주는 줄로 생각했다. 하지만 차는 교외로 향하더니 곧장 풍림별원으로 들어갔다.
  • 풍림별원은 해성의 고급 빌라촌이다. 부자 동네로도 유명하다. 모진풍의 신분에 이런 곳에 사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 원래 나는 남의 집에 기숙하고 싶지 않았다. 혼자라면 길거리에 나앉을 수도 있지만, 아이에게 누를 끼칠 수는 없는 일이다. 한밤중이라 그냥 있을 수밖에 없었다.
  • “아이를 씻겨요.”
  • 모진풍이 그 간병인에게 분부했다. 간병인이 대답하고 소양을 데리고 나갔다.
  • 나는 그가 병원에서 임시로 청한 간병인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녀는 모진풍의 집안 하인이었다.
  • “따라와.”
  • 그는 말을 하고 곧장 위층으로 올라갔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따라갔지만, 여전히 발걸음이 둥둥 뜨는 것 같아서 계단을 오를 수가 없었다.
  • 그는 또 나를 안았다. 그의 품속에 안긴 나의 몸이 갑자기 또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고, 자신도 부끄럽다는 생각이 스쳤다.
  • 그는 2층에 올라가 한 방에 들어가더니 나를 침대 위에 팽개쳤다. 그리고 뒤돌아 가버렸다.
  • 문을 열고 나가려고 하다가 문득 발걸음을 멈추고 나를 돌아보았다. 갑자기 또 나에게 걸어오면서 외투를 벗어던지고 넥타이도 풀었다.
  • 나는 그를 보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내 몸에 약성이 완전히 가라앉지 않았다.
  • 그는 몸을 숙여 나를 주시하고 있다가 갑자기 내 다리 사이로 손을 뻗치자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떨었다.
  • 그는 가늘게 실눈을 뜨고 입가에는 요망한 미소가 번지더니 냉담했던 표정이 갑자기 익살스러워졌다. 다른 한 손이 갑자기 내 가슴을 어루만졌다.
  • 나는 또 한 번 온몸을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