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백화점을 난장판으로 만들었고 나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 나 몰라라 할 수가 없었어요.”
나는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그래서 네가 책임질 만하다고 생각해? 아니면 네가 영웅이라도 된다고 생각해?”
그의 말투는 더욱더 싸늘해졌고 또 약간의 조롱도 섞여 있었다.
나는 염치 불고하고 해석했다.
“나는 영웅이 아니지만, 그 사람들이 나를 잡으러 온 거니깐 내가 나서지 않으면 더 많은 사람이 다치고 더 큰 피해를 볼 텐데….”
“미련해.”
그는 딱딱한 말로 나의 말을 끊었다. 나는 내가 어디가 미련한지 정말 모르겠다. 설마 내가 비겁하게 숨어 있으면 똑똑하단 말인가? 하지만 일이 이미 해결된 이상 나는 더 그와 다툴 필요가 없다. 그렇게 독선적인 사람인데, 나는 또 어떻게 그를 설득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나는 아예 입을 다물었다.
잠시 후 그는 또 쌀쌀맞게 한마디 내뱉었다.
“아이를 가진 여자라면 언제나 자신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이야. 다른 건 중요하지 않아.”
이것은 아마 내가 그를 안 이래 그가 나에게 한 가장 인간미가 있는 말일 것이다.
내 기억에 아무도 나에게 이런 감동적인 말을 하지 않은지 오래됐다.
나는 눈시울이 뜨거워 작은 소리로 고맙다고 했다.
그는 오히려 얼굴을 창밖으로 돌리고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차는 시내로 향해 달리다가 어느 건물 앞에서 모진풍이 먼저 차에서 내렸다. 장헌용은 나를 태우고 계속 앞으로 갔다. 나는 장헌용에게 물어보고픈 일이 많았지만 그의 굳은 얼굴을 보고 나는 이 생각을 단념하게 했다.
“도착했어요. 임안 씨, 내려주세요.”
장헌용이 차를 세우고 문을 열어줬다.
“장 선생님, 이제 저를 임안 씨라고 부르지 않아도 돼요. 저를 안이라고 불러주시면 돼요.”
그도 직접적으로 대답하지 않고 이쪽으로 오시라고 했다.
내가 고개를 들어 보니 그가 나를 데리고 온 곳은 화태 변호사 사무소다.
장헌용은 주동적으로 설명하기를 유군이 이미 이혼 협의서에 서명했고 나를 여기에 데리고 온 것은 날 서명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안배된 느낌은 나는 매우 싫다. 하지만 유군이 나에게 한 일을 생각하니 나도 서명하는 것에 동의했다.
아이의 양육권을 내가 갖기로 확정한 후 다른 세칙을 나는 검토하지 않고 협의서에 서명했다.
사실 그 순간도, 나는 조금 슬펐다. 유군을 생각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허비해버린 3년의 세월 때문이었다.
변호사 건물에서 나와 풍림별원으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나는 참지 못하고 장헌용에게 물었다.
“장선생님, 서가경에게 무슨 말을 했길래 끽소리 못하나요?”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좀 창피를 당했다. 그만둘 수밖에 없다. 한참이 지나서야 그는 천천히 말했다.
“임안씨가 궁금한 것은 넷째 형에게 직접 물어보세요. 나는 대답할 권리가 없어요.”
나는 참지 못하고 입을 실쭉 꺼리며 생각했다. 모진풍의 그 성격에 내가 물어보면 그는 더 말하지 않을 것이다.
침묵 속에 풍림별원에 도착했다.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소양의 웃음소리를 들었다. 들어가 보니 소양이 아동용 수영복을 입고 하인의 안내를 받으며 수영을 배우고 있었다.
내가 오는 것을 보고 그는 기뻐하며 엄마를 불렀다. 그가 곧 수영을 배운다고 한다.
모 선생님이 말하기를 아이가 체질이 안 좋고 운동도 많이 해야 해서 일부러 수영복과 수영 모자를 보내왔다고 하인이 나에게 설명했다.
“모 아저씨가 말했어요. 내 몸이 좋아지면 농구를 가르쳐 주시겠대요. 고수라고 했어요.”
소양이 말했다.
소양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나는 즐거우면서도 슬프다. 눈앞의 이 모든 아름다운 것이 느닷없이 찾아오다니. 호화 별장, 금의옥식.
소양은 갑자기 총애를 받았다.
걱정된다, 이 모든 아름다움은 꿈일 뿐. 이 모든 게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옛날의 궁핍한 생활로 돌아가게 되면 소양은 받아들일 수 있을까? 나 자신은 또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엄마, 무슨 생각해? 같이 수영할래?”
소양의 말이 나의 생각을 되돌렸다.
“아니, 엄마는 수영 못해. 아줌마가 데리고 하면 돼.”
나는 웃으며 말했다.
“엄마가 수영할 줄 모르면, 모 삼촌 보고 가르쳐 달라고 하면 돼.”
소양은 천진난만하게 말했다.
하인들은 서로 쳐다보며 웃었다. 모진풍이 없었지만 내 얼굴은 화끈거렸다. 가슴이 쿵쿵 뛰었다.
한창 웃고 있는데 검은색 아우디가 별장 주차 구역으로 들어왔다. 기사가 내려서 뒷좌석 차 문을 열자 차에서 50세 정도의 예쁜 여인이 내렸다. 그녀는 화려한 옷매무새에 진주와 보석들로 단장했다.
어디선가 본 듯하여 기억을 더듬었다. 모진풍의 결혼식장에서였다.
하인들은 이미 마중 나와 얼굴 가득히 겁에 질려 일제히 허리를 굽혀 예의를 갖췄다.
예의상 나도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그녀는 오만한 얼굴로 내게 다가왔다.
“내가 누군지 알아?”
나는 사실 그녀가 누군지 짐작했다. 하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
“나는 진풍의 어머니다. 이 아이가 그의 아이라는 게 사실이냐?”
그녀가 고개를 들고 나에게 물었다.
이 말은 나를 당황하게 했다. 지금까지 나도 이 일이 도대체 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실하지 않다. 나도 모진풍에게 물어보았지만, 그는 인정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에게 수모를 당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겠다.
“왜 말을 안 해?”
그녀는 이미 노한 기색이 역력했고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나는 순간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내가 맞다고 했다가 만약 아니라면? 반대로 내가 아니라고 말하면, 모진풍이 결혼식에서 거짓말한 격이 된다.
“자기 아이가 누구의 아이인지도 몰라?”
그녀의 말투는 더욱더 엄해졌다.
“아니면, 네가 우리 모가 집안의 가산을 탐내서 애를 갖다 이득을 좀 가로채려고? 너 같은 여자, 내가 많이 봤어. 만약 아이가 정말 진풍의 애라면, 아이는 두고, 너는 꺼져. 만약 아이가 진풍의 애가 아니라면 네가 데리고 같이 꺼져라.”